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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미숙 Feb 10. 2022

8. 오늘만 스쾃 안 해도 되나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스쾃입니다.

유산소 운동만 해오다 처음 근력운동에 재미를 느끼게 해 준 운동이기 때문이죠.


스쾃을 아시나요?

스쾃(squat). '스쿼트'라고도 흔히 불리지요.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온 국민이 다 아는 대표 운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쾃은 양발을 좌우로 벌리고 서서 등을 펴고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의 반복된 운동입니다. 앉는 정도, 보폭에 따라 동작을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으며 중량을 추가해 더욱 효과적으로 근육을 단련할 수 있습니다. 사실 스쾃은 하체 운동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운동 시 사용되는 근육이 많아 전신운동이라고 말해도 무방합니다. 앉는 동작과 다시 일어서는 동작을 하면서 상체와 코어 근육의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죠. 또, 응용 동작인 점프 스쾃 등으로 유산소 운동의 효과도 얻을 수 있으니 방법만 정확히 한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운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머신이나 바벨이 없더라도 집에서도 충분히 맨몸으로도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이지요. 이런 점 때문에 온 국민이 사랑하는 운동이 아닐 수 없겠지요. 저도 운동 좀 한다고 어디 가서 레깅스 좀 끌어올려봤던 사람으로서 스쾃에 대한 무한 신뢰와 애정이 있답니다.


스쾃을 시작하려고 다짐한 계기는 간단합니다. 당시 다이어트 자극 사진을 검색해보다 애플힙 인증 사진을 보고 혹한 것이지요. 스쾃만으로도 저런 몸매를 만들 수 있다니 혹하지 않을 사람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스쾃을 하기 위해 너튜브 영상을 찾아보며 올바른 자세를 찾아내고 연습해보았습니다. 처음엔 어디에 제대로 자극이 오는 건지도 모르고 따라 했는데 하다 보니 자극 점이 찾아지더군요. 허벅지와 엉덩이의 자극 점을 찾아 자세를 잡으며 익숙하게 만들려고 연습했습니다.


거울을 보면서 자세를 익히다 문득 중학교 때가 생각났습니다. 그때 지각자들을 모아 단체로 '앉았다 일어났다'(기억해보니 이것이 스쾃 아닌가) 벌을 받은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한 300개 정도는 진행을 하는데 그 벌을 받으면 걸을 때마다 그대로 전해지는 허벅지 근육의 고통에 울부짖어야 했습니다. 도저히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의 고통에 다시는 지각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지만 근육통이 다 나아서 걷는 게 자유로워질 때쯤 또 지각을 해서 벌을 받고 또 계단을 울면서 내려왔습니다. 저는 아마 그때 처음 '망각'을 깨달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아마 그 당시에 벌을 받으면서 "나는 미래를 위해 정확한 자세로 하겠어!"라고 생각했다면 어땠을까요? 자세를 유지하고 허벅지와 엉덩이의 자극 점을 느끼면서 지각의 벌을 달게 받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랬다면 더 자주 지각을 했을 텐데 말이죠.


스쾃 자세가 몸에 익은 후로는 스쾃 30일 챌린지에 도전했습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해서 점점 개수를 늘려가는 방식이었습니다. 무식하게 벌을 받던 방법과 달랐기에 근육통도 없었습니다. 중간중간 쉬는 날도 있었고 하다 보니 마지막 날을 앞두고는 200개를 해도 거뜬했습니다.


스쾃 마지막 날, 거울을 보며 몸에게 물었습니다.

"스쾃 해서 변한 게 있긴 한 거니?"


엉덩이가 씩씩하게 답했죠

"저는 나왔습니다"


허리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먹는 것도 좀 줄이지..'라고 대답 대신 욕을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가장 신경을 써서 하기도 했지만 엉덩이 변화가 눈에 보이니 그래도 조금의 몸매 변화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그때 저는 큰 깨달음을 얻었지요.

"아... 이래서 웨이트를 하는구나. 스쾃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었어."


그때 이후로 제 삶은 스쾃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으로 나뉘게 됐습니다.


저는 스쾃에 진심을 다했지요. 중량을 올리면서 점점 더 훈련의 강도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캐틀밸로 시작해서 스미스 머신을 이용한 고중량 스쾃까지 하기 시작했습니다. 중량을 높이며 하는 스쾃 훈련은 정말 꾸준함과 집중력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가면서 스쾃을 늘 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스쾃에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그 당시 벌을 받는 기분까지는 아니지만 슬슬 피하게 되는 운동이 됐죠. 제가 스쾃은 꼭 해야 한다고 전도했던 주변 사람들은 매일매일 스미스 머신 앞에서 엉덩이를 내밀면서 앉았다 일어났다 하며 운동을 하는데 저는 그 근처에도 가기가 싫어질 만큼 흥미를 잃었습니다.


왜일까?


궁금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봐도 해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스쾃을 안 하다가는 엉덩이의 존재 자체를 잊는 '엉덩이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건 아닌가.

여러 가지 생각으로 스쾃을 할 수 있게 제 자신을 자극해도 소용이 없었죠.  

그렇게 몇 달을 스쾃을 운동 루틴에서 제외시킨 것 같습니다. 배신이 따로 없었죠.

다른 운동은 꾸준히 했지만 아무래도 스쾃이 느낀 배신감이 컸는지 그 배신감이 그대로 체중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뭐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제가 제일 사랑하던 운동 스쾃을 하지 않은 탓이 큰 것 같습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쾃을 다시 열심히 하려고 한 달 정도 꾸준히 다시 하기 시작했죠. 허리를 다쳐서 운동을 하지 못 하는 날을 제외하고 매일 스쾃을 했습니다. 싫어도 억지로 꾹 참고 숙제처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몸에 익고 그냥 하루하루 해야 할 일처럼 느껴지네요. 매일 하는 세수처럼 말이죠.


어쨌든, 아직 체중이 줄지는 않아 포기하지 않고 더 스쾃을 열심히 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기 위해 온몸을 불태울 기세의 기합소리를 내봅니다. 힘을 내자 힘을 내. 나는 스쾃을 좋아한다!!!!!!


그런데, 오늘만 스쾃 안 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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