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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미숙 Mar 15. 2022

9. 들어 올릴 수 있어

중량 운동으로 마음근 성장시키기

중량 운동은 원하는 곳의 근육을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뭐하러 저 무거운 쇳덩어리를 들어 올리겠다고 이를 악무나...' 


싶어도 중량 운동으로 근성장의 효과를 본 사람들은 쉬이 쇳덩이를 내려놓지 못합니다. 

시작은 태어났을 때처럼 두 주먹 불끈 쥐고 맨몸 하나로 운동을 시작했더라도 5킬로짜리 덤벨만 들어 올려도 맨몸 운동을 했을 때보다 달라진 근육을 경험했다면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으로서 문명에 대한 찬사가 저절로 튀어나오게 되지요. 이게 바로 중량운동의 매력입니다. 


우리가 헬스라 부르는 보디빌딩에서는 단연 중량을 점차 올려가면서 근육을 단련시키는 것이 훈련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렇기에 헬스 초보자라도 운동을 통해 자기 몸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했다면 중량을 올려서 훈련의 강도를 조금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저중량부터 차근히 올려가면서 최고 고중량까지 치고 올라가는 훈련도 있고 저중량-고중량-저중량으로 일명 '피라미드식'으로 중량 훈련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방법이 어찌 됐든 자신의 몸을 잘 이해하고 부상 없이 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부상으로 쫄보가 된 것은 비밀)


지난 회에서도 밝혔지만 저는 전형적인 암 탉형 몸으로 하체보다 상체가 큰 체형입니다. 

상체가 하체보다 크기 때문에 상체 힘을 잘 쓸 것 같지만 하체 힘이 훨씬 센 편입니다.


근육의 크기를 생각하면 하체 힘이 강한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 제 몸의 균형을 위해 하체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것도 한 몫한 것 같습니다. 


어쨌든, 하체 운동은 중량을 올리는 데 무리가 없었지만 상체 운동은 처음부터 난관이 많았습니다. 2킬로 덤벨로 시작해서 3킬로로 겨우 올렸고 기구 운동을 하면서부터는 기본 15킬로에서 한 장 더 올리는 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역시나 상체가 큰 것은 근육보다는 군살이 많아서였다는 것을 몸소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관장님도 늘 말씀하셨습니다. 

"등에 지방에 많으면 많을수록 무게가 얼마나 많이 나가는 줄 아냐?"


그냥 지방이 많아도 몸무게는 많이 나가는데... 

그리고 이론적으로는 지방보다는 근육의 무게가 더 많다고요!!


역시나 말대꾸는 접고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드림으로써 더 이상 관장님의 지도편달이 없도록 해봅니다. 하지만 하체를 훈련했을 때보다 상체 훈련이 유독 힘들다는 것은 인정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중량 운동을 막 시작하면서는 관장님이 일주일에 3번 정도는 상체 훈련 파트너가 되어주셨습니다. 

아무래도 관장님이 훈련 파트너가 되어 주시면 중량 올리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중량 차이는 있지만 한 세트가 끝나면 중량 조절로 각자의 페이스를 만들고 서로 카운팅 해주면서 북돋아 주는 것. 아마도 관장님이라는 훈련 파트너가 있었기에 그나마 중량을 올리는 게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그날도 관장님과 번갈아 가면서 상체 훈련을 했습니다. 저는 숄더 프레스를 하면서 처음 들어보는 무게에 어깨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누가 잔만 받아 놓고 마시지 않아서 어깨춤을 춘 것이라면 사실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으.. 어.. 으!!!"

"야 고작 30킬로 들면서 왜 이렇게 시끄러워"

"저는 무겁다고요. 들기 싫어요"

"들다 보면 들게 돼"

"힘이 안 들어가는 데 어떻게 들어요!!!"

"고작 쇳덩이도 못 들어 올리면서 어떻게 살아?"


고작 쇳덩이... 

고작 쇳덩이....


'고작이라뇨. 나에게는 이 무게가 얼마나 상당한 줄 아십니까???' 


어쨌든 악으로 겨우 세트를 마쳤지만 관장님은 최근 헬스장 국 룰 "두 개 더"를 외치셨고 저는 짜증 나는 마음에 그냥 바벨을 내려놓았습니다. 


"너는 들 수 있어. 힘이 약한 편이 아니란 말이야"

"근데 중량 올리기가 힘들어요 상체는"

"그래서 훈련을 매일 해야 된다는 거야"

"힘든데"

"너는 할 수 있는 데 자꾸 포기해서 그래"


들기 싫다는 마음의 소리가 표정으로 다 드러났는지 그대로 아무 말 없는 제게 관장님이 이어서 말씀하셨습니다. 


"세상 살기가 얼마나 힘드냐. 견뎌야 되는 무게도 무겁고 제쳐야 되는 사람도 얼마나 많으냐. 너를 괴롭히는 사람도 있을 거 아냐. 그런데 고작 쇳덩이에 무너져서 뭘 하겠다는 거야?"


관장님이 하는 말을 천천히 듣다 눈물을 쏟을 뻔한 것을 겨우 참고 관장님 세트의 카운팅을 했습니다. 그리고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한참을 울었던 것 같습니다. 느닷없이 중량을 들어 올리지 못해서 울었다면 제 승부욕이 과했기에 하하하 웃고 말았을 것입니다. 


사실 제일 센 척하면서 정작 제일 나약한 사람은 접니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에게 쉽게 상처받고 스스로 쓰러지고 우울의 진흙탕 물에서 뒹굴어버린 그 나약한 사람이 나고 지금도 조금만 힘든 일이 있으면 주저앉아 버리고 싶어지는 한심한 사람. 그게 접니다. 나도 들고 싶습니다. 나도 아무렇지 않고 싶고 세상에서 가장 센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마음이요. 


마음이 센 사람이 되기 위해 글도 쓰고 매일을 노력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들어 올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훈련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원래.. 우울증이니까..'

라는 생각으로 제가 틈만 나면 지치고 주저 않는 것에 대한 정당화만 꾸준히 해오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기반성의 시간의 지나고 멍하니 있는데 문득 나는 힘이 약하지 않다는 관장님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나를 위해 일부러 한 응원의 말이 아니더라도 너는 약하지 않다는 말이 응원처럼 느껴졌죠. (그게 아니어도 그렇게 해석하기로)


나는 약하지 않고 포기하지만 않으면 어떤 상처든 나를 괴롭히든 모든 것을 들어 올리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놓아버렸던 바벨은 내일 다시 들기로 합니다.  

중량 훈련으로 사실 제일 약한 마음근을 빠르게 성장시켜서 마음 벌크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들어올 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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