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온다.

잠을 좀 자야 너를 볼 수 있나

by 양미숙

이제는 스스로 자고 싶어요.

"약 없이 스스로 자고 싶어요"

의사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당분간 유지하면서 지켜보자고 했다. 약을 먹지 않는 날은 그냥 공을 치는 날이다. 눈을 감고 죽은 척 연기만 할 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는 건 제 뱃구레를 넘기고 과식하기가 쉬운데 왜 자는 건 원 없이 자지 못하고 있을까. 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생각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리고 치킨을 시키기로 했다.


이렇게 못 자다니

말로만 듣던 나의 불면을 보고 그는 놀랐을 것이다. 어떻게 한 숨도 자지 못하는 것이냐고 물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그런데 나는 너무도 익숙해서 괜찮았고 일도 평소처럼 했다. 늘 있는 일이었다. 한 시간 정도 쪽잠을 청하기를 반복하며 밤을 채우는 날이 많았고 그마저도 온통 꿈을 꾸는 시간이었으니 히려 잘 자는 게 이상하다고 해야 할 정도였다. 자신은 이렇게 못 자면 다음 날 일을 못했을 거라며 고개를 젓던 그는 내 잠을 같이 걱정해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이 나에게는 의미 없다 생각했다. 이런 과정들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장난감 폭탄을 건네 놓고 그가 소리치는 말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처럼 서로 너무 답답했던 건 아니었을까.


"잘... 잘 거야!"


마지막 약속이었는데 지켜주지 못했다.


왜 내 생각 안 했어

옛날 연애를 장난처럼 하던 애인과 잠시 장난을 연애처럼 한 적이 있었다. 그를 꿈에서 본 날 아침 그에게 굿모닝 인사와 함께 "나 네가 어제 꿈에 나와서 너무 좋았어"라고 말했고

그는 "그건 내가 너를 너무 많이 생각하고 있어서야"라는

개똥 같은 소리를 했다. 속으로 나는 꿈은 나의 무의식이나 수면 상태에 따라 강하게 의식하고 있는 무엇인가가 쏟아져 나오는 것일진대 이 새끼는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었나 라고 생각하면서 너무 근사한 말이라고 그를 칭찬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끔 그가 꿈에 나오면

"얘 또 내 생각하나 보네" 하고 개똥같이 생각하게 됐다.


이후에도 잠시 연애를 했던 애인들이 꿈에 나오면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잠을 자지 못하는 어느 순간 내가 안 자버리면 얘네 들은 내 생각을 안 하겠구나. 다행인가 나의 존재감이 잊혀 버리는 불행인가를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더럽게 말이 안 되는데 더럽게 그럴듯하게 나를 설득한 게 아닌가 싶다.

지금은 그런 개똥 같은 생각에 빠질 때가 아니다. 밀린 잠을 좀 자야 한다고 번뜩 제정신이 들었고 새벽 3시였다.

모두가 나를 생각 안 해도 좋으니 나는 잠을 좀 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