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의 꿈이 현실로
연년생인 두 아들은 폴란드 American School에 10학년 말에 편입했다. 갑자기 American School이라니 한국에서 고1, 고2까지 다니던 아이들에겐 황당하고 두려운 일이다. 아빠의 직장 때문에 갑자기 결정한 일이다.
American School에서는 받아줄까? 적응할 수 있을까? 온갖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테스트를 통해 편입 가능한 실력을 인정받았고 두 아들은 같은 학년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큰 아들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선 American School에서 좀 더 공부를 할 필요가 있어서 동생과 같은 학년으로 한 학년 낮추었다.
11학년이 시작되자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면서 바로 대학입시 준비를 동시에 해야 했다. 모든 공부를 스스로 해야 했기에 바쁘기로 치면 한국의 입시생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바빴다. 부모로서 애들에게 해 줄 일은 식사 준비와 뒤에서 응원해주는 일 밖에 없었다. 하루하루 학교에 잘 적응해 나갔기 때문에 그들은 꼭 해낼 것이라 믿었다.
중요한 11학년
“엄마, 선택과목 중에 Computer Science라는 과목도 있어요. 듣고 싶어요.”
“넌 컴퓨터 배워 본 적도 없는데 할 수 있겠어?"
"다른 애들에게 물어보니까 어려운 과목이어서 다들 꺼린다고는 하던데……. 기초과정과 고급과정이 있으니까 기초과정부터 시작해 볼게요.”
“그래, 그럼 해봐 한번 들어보고 너무 어려우면 다른 과목으로 바꿔.”
둘째 아들이 11학년 수강신청을 하면서 한 얘기이다.
폴란드 미국 학교는 IB과정(International Baccalaureate)을 실시한다. IB과정은 영어권 학교에 갈 수 있는 입시제도로 11·12학년, 2년 동안 실시하고 모든 활동기록과 성적이 입시에 반영되며 마지막에 IB Test도 실시해 반영한다. 미국 대학교로 가려면 SAT를 치러야 하지만 IB과정을 실시하는 학교는 어느 정도 인정을 해준다. 그만큼 충실한 교육제도이기 때문이다. 교과목은 공통과목과 본인의 성향에 맞게 선택하는 과목들이 있다.
사실 둘째 아들은 차분하게 컴퓨터를 잘해서 컴퓨터 전공을 하면 맞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시골에 살고 전학도 많이 다녀서 컴퓨터 학원을 다닐 기회가 없었다. 서울로 중학교를 가니 다른 친구들은 ‘컴퓨터 올림피아드 대회 나가 상을 탔고 과학고를 도전한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영어, 수학 따라잡기도 바쁜 우리 아이들과는 거리가 먼 얘기였다.
아쉬운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선택과목으로 Computer Science가 있다고 하니 반갑기도 했고 걱정도 되었다. 걱정은 기우(杞憂)였다. 기초과정을 선택했으므로 이전에 배우지 않았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들은 과제를 해결하다가 어려울 때면 인터넷 지식거래소에 질문을 해서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학기가 끝날 때마다 아들은 Computer Science 과목 상을 받았고, 고급과정으로 Level을 올렸다. 과목상은 그 과목을 듣는 학생 중에 가장 잘한 학생에게 주는 상이다.
큰 아들은 문과 성향으로 경영이나 경제를 전공하기 위해 경제(Economics) 과목을 선택해 공부했다. 11학년 마치고 대학에 지원하기 시작하므로 11학년 성적이 가장 중요했다.
대학 지원 준비는 스스로
두 아들이 대학에 가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었다. 한국 대학을 2년 특례로 가든지, 미국 대학에 SAT 시험과 에세이를 써서 지원하든지 또는 영국 등 영어권 대학에 IB 성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미국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둘 다 미국 유학이라니~ 겪어본 적이 없어 돈이 얼마나 들지 모르지만 아이들도 원했고 최선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 미국 대학교로 결정한 것이다.
미국으로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SAT(미국의 대학 입학 자격시험)도 치러야 했다. 학교에선 전혀 SAT를 신경 써주지 않았고 스스로 공부해야 했다. 중, 고등학교를 외국에서 유학하는 많은 한국 학생들은 방학이면 한국에 들어와 SAT 학원을 다닌다고 했다. 우리 아들들에게는 학교 공부도 벅차고 바빠 그러한 여유 시간은 전혀 없었다.
두 아들은 11학년을 끝낸 후 여름방학부터 SAT 공부하기 시작했고, 대학 지원을 위한 에세이 쓰는 연습도 했다. GPA (학교 성적)와 SAT를 위해 아들 들은 초 집중을 했다. 금요일 저녁 정도에 영화를 보며 휴식을 취했고, 주말에도 계속 공부를 하며 준비했다. SAT는 우리나라 수능처럼 한 번만 보는 게 아니라 3-4번 정도 봐서 좋은 점수를 조합하여 지원하면 된다. 대학 가기 위해 에세이가 굉장히 중요한데, 두 아들은 자신과 잘 사귄 선생님을 정해 검토받았다. 큰 아들은 과외활동을 하면서 사귄 영문학 선생님께, 둘째 아들은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사귄 도서관 선생님께 도움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통상 학원 선생을 통해 에세이를 지도받는다고 하는데, 두 아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12학년 1학기, 가을에 SAT도 보고 에세이를 써서 대학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SAT는 2번 봐서 좋은 점수로 제출했다. 두 아들은 SAT 공부를 충분히 할 시간이 없어서, 한국에서 SAT 맞춤 공부를 해간 학생들에 비해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학교 성적(GPA)과 다른 활동들은 우수했다. 토플(IBT)은 평소 실력으로 봤는데 120점 만점에 다행히 100점이 넘어서 어떤 학교든 지원할 수 있는 점수였다. 운동, MUN(모의 유엔) 등 교과 외 활동도 전부 선생님의 추천서를 받아 지원서에 첨부했다.
아들들은 학교 수준별로 7개 정도의 대학에 지원했는데 대학마다 통상 3-4개의 에세이를 써야 했다. 지원서, 에세이 쓰는 일이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좋은 대학일수록 더 원하는 게 많고 까다로웠다. 학교마다, 학교 자체적으로도 지원하는 기간이 다 달라서 실력에 맞게 잘 고려해서 지원했다.
대학 합격의 기쁨
아들들은 미국의 명문 주립 대를 포함해 5-6개의 대학의 대학으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큰 아들은 전공을 경제(Economics)로 둘째의 전공은 컴퓨터 공학(Computer Science)이다. 한국에서 컴퓨터 학원 한번 다닌 적 없지만 Cumputer Science 과목을 공부하면서 한 단계, 한 단계 착실하게 올라가면서 과목 상을 받은 게 대학 합격에 큰 작용을 한 것 같다. 미대, 음대를 가는 학생들도 학교에서 과외활동을 하며 쌓은 경험을 포트폴리오로 작성해 대학 지원을 했다. 대학은 고등학교에서 이룬 성과를 아주 중요시했다.
두 아들이 과연 미국 대학에 합격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12월 초부터 여러 대학으로부터 합격 통지서를 받았을 때는 매우 기쁘고 현실이 아닌 듯 놀라웠다. 미국 대학 입학 사정관들이 보는 우리 두 아들의 장점은 그들의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가능성’도 높게 평가한다고 들었다. ‘짧은 외국 고등학교 생활 동안 집중해서 이 정도 했으니 더 잘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아들들의 가능성을 보고 뽑았다고 생각하니 ‘역시 그들’라는 탄성이 나왔다.
IB과정은 워낙 체계적이고 철저한 교육과정이라 미국 대학에서는 IB과정으로 공부한 학생들을 높이 평가해 주었다. IB과정 중에 들은 과목을 대학에서도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 대학에서 큰아들은 경제학 4학점과 통계학 4학점 등 8학점을 인정받았다.
폴란드 American School에서 공부하고, 대학교를 지원하는 과정은 놀랄 정도로 체계적이고 합리적이었다. 어느 과정 하나 불필요하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았고 어렵지 않고 순조롭게 할 수 있었다.
흔히 사람들은 기회를 기다리고 있지만, 기회는 기다리는 사람에게 잡히지 않는 법이다.
우리는 기회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기 전에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안창호-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일은 두 아들에게 쉽지 않았다. 그들 앞에 펼쳐지는 환경이 계속 바뀌었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를 꼭 붙잡고 견뎌내야 했다.
남편의 폴란드 근무가 결정되기 전, 큰아들 고2 때까지 미국으로 대학 가는 것은 생각지도 안 한 일이다. 그들 앞의 거친 현실에 그냥 최선을 다하고 적응해 나간 게 좋은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되어 준 것이다.
1년 반, 짧은 기간 동안 폴란드 고등학교 적응과 대학입시를 준비한 셈이다. 누가 대신해주거나, 그럴 필요도 없었다. 학생 스스로 해결하면서 선생님의 조언을 받으면서 진행했다. 교과목이나 학교 지원도 어려우면 수준을 낮추면 되고 조급하게 할 필요도 없었다. 혼자 알아서 공부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자세가 미국 대학을 입학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