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유학) 폴란드 American School 학생들의 과외활동
“엄마, 이번에 우리 집에서 홈스테이 할 수 있어요?”
“다음에 하면 안 될까? 다른 나라 학생들이니까 그냥 신경 쓰이는데.”
“하셔야 되는데……. 우리도 다른 나라 가면 그 학교 학생 집에서 홈스테이 하잖아요.”
“그래, 알았어. 준비할게.”
폴란드 미국 학교에서 배구대회가 있었다. 과외활동으로 배구를 하는 학생 중에 학교 대표 팀 선수들을 뽑아 폴란드 주변 나라의 국제학교들과 경기를 하는 것이다. 경기들은 나라별로 번갈아 가면서 개최를 한다. 다른 나라에서 오는 학생들은 개최 학교 학생들의 집에 홈스테이를 한다. 개최 학교 학생들은 홈스테이를 자발적으로 지원한다.
배구 선수로 헝가리에서 온 두 명의 학생이 2일 동안 우리 집에 묵기로 했다. 국제학교는 주로 다양한 나라의 외교관이나 주재원 자녀들이 다니다 보니 두 학생의 국적은 헝가리가 아니고 캐나다와 프랑스였다.
폴란드 미국 학교는 IB과정(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국제 수능)에 따라 공부하고 있다.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국제 수능) Diploma는 다른 나라 대학에 입학하고 자 할 때 학력을 인정해 주는 국제 인증 대학 입학 자격증이다. 2년 코스로 공부와 교과 외 활동(extra curriculum)이 잘 접목된 교육과정이다.
IB과정에서 시행하고 있는 교과 외 활동은 100% 무료이고, 정규 수업 이상의 질(質)을 자랑한다. 과외활동은 학교에서 활동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주변 나라 국제학교 학생들과 경쟁하도록 기회를 만들어 준다. 중부·동유럽 학교 협회(CEESA·Central and Eastern European School Association)에 가입된 학교들끼리 경쟁하는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CEESA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높이는 촉매제인 동시에 다른 나라를 경험하는 기회가 된다. 적성이 맞으면 고등학교 내내 활동해서 얻은 성과를 포트폴리오로 작성해서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
교과 외 과목으로는 축구, 농구, 배구, 소프트볼, 야구, 미식축구, outdoor club 등 각종 운동 종목이 있다. 운동 외 과목으로는 수학경시대회(Mathcounts), 지식퀴즈대회(Knowledge Bowl), 스피치 앤 디베이트(Speech and Debate), MUN(Model United Nation, 모의 유엔), 악기, 그림, 합창(Choir) 등이 있다.
홈 스테이 하는 외국 학생들에게 식사 준비를 해줘야 하니 신경이 쓰였다. 퓨전음식을 준비하려는 마음으로 큰 슈퍼에 가서 이것저것 시장을 봐왔다. 저녁식사 준비 중에 아들에게 연락이 왔다. 홈스테이 할 학생들이 한국음식을 먹겠다고 한단다. 한국 학생 집이라 한국음식을 기대하고 왔다나. 부랴부랴 메뉴를 바꿨다. 한국음식이면 뭐니 뭐니 해도 불고기와 된장국이지. 불고기를 준비하고 시금치 된장국을 심심하게 끓였다.
밥상을 차려주니 한 학생이 된장국만 먼저 먹기 시작했다. 왜 그런지 물었더니 수프(SOUP)라서 먼저 먹는다고 했다. 재밌는 대답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한국음식은 음식을 다 차려서 함께 먹으며 김치와 불고기와 된장국이 한국의 대표음식이라고 외국 학생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김은 처음에 검은색이라 좀 꺼려하더니 초밥 만드는 재료라고 했더니 조심스럽게 맛보고 나서 잘 먹었다.
젓가락 사용법도 알려주었다. 나무젓가락은 사용해봤는데 쇠로 만들어진 젓가락은 처음이라면서 힘들게 음식을 집어 들었다. 외국학생들은 전에 한국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지만 모두 맛있다고 그릇을 싹싹 비웠다.
헝가리에서 온 두 학생은 우리 집에 장식된 자게, 매듭 등 한국적인 것들을 관심 있게 봤다. 그들과는 다른 한국의 음식과 문화를 체험하게 되어서 특별한 여행이라고 좋아했다. 등하교 시에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 데려다주고 데려왔다. 평소에 우리 아이들은 일반버스로 학교에 가는데 외국 친구들 덕분에 호강한다고 좋아했다.
홈스테이를 할 때 한 가지 주의 점은 남학생 두 명, 동성(同性)이라도 같은 방에 묵게 하지 않는다. 게이(Gay) 취급을 받는다고 오해할 수 있다. 한 방에 묵더라도 하나의 침대에서 둘이 자게 해서는 안 된다고 아들은 단호히 말했다.
큰 아들은 MUN(Model United Nation, 모의 유엔) 활동을 했다. 러시아 생 페테르부르크(Saint Petersburg)와 이집트 카이로에 가서 각국 국제학교 학생들과 함께 모의유엔을 하고 왔다. 작은 아들도 축구 대표 팀 선수(Varsity Player)로 체코 프라하에, 수학경시대회는 세르비아와 체코로, Outdoor는 핀란드로 다녀왔다.
두 아들도 그 개최 학교 학생 집에서 홈스테이 했다. 작은 아들이 세르비아에서 묵은 집은 독일 학생 집이었다. 그 학생 집 아버지가 MS(Microsoft)에 다니는 분이었고, 컴퓨터를 전공하고 싶어 하는 아들은 그 아버지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독일 음식도 맛보고 독일인 집 분위기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왔다.
홈스테이 하는 학생들은 비용은 지불하지 않고 감사의 표시로 조그만 선물을 준비한다. 주로 자기 나라의 특유의 선물로 준비하고, 초콜릿 한통으로 해도 무방하다. 난 선물로 ‘자게로 만든 나무 필통’을 들려 보냈다.
숙박과 식사는 홈스테이로 하고 점심식사는 개최하는 학교에서 한다. 경비는 비행기 값 외에는 거의 들지 않는다. 통상 1년에 2-3차례 해외 경기나 대회에 참가했는데, 비행기 값과 용돈을 포함해 1년에 50만 원 정도 들었던 것 같다.
해외 나갈 때는 학생 중 리더가 있고 담당 선생님도 동반한다. 여러 종목이 같은 기간에 진행되어 학생들이 단체로 움직이므로 수업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 경기를 하고 여유 시간에 그 도시를 둘러볼 기회도 갖는다. 학교 측은 시내투어 할 버스를 제공하고, 가이드는 그 학교 학생들이 자원봉사한다. 학생들과 교류 외에 도시 투어와 홈스테이 하며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된다.
과외활동을 하며 주변 나라와 교류하고 홈스테이 하는 제도는 굉장히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다. 학교 대표라고 하면 한국에서처럼 시험 성적으로 선발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평상시 참여도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평소에 과외활동을 하면서 진지하게 열심히 참여하는 작용을 한다. 각종 대회나 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면 대학입시에 많은 도움이 된다. 학생들은 홈스테이를 하며 다른 나라 가정에서 음식과 문화를 느낄 수 있어서 좋은 기회이다. 입시에 얽매이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활동을 하며 여러 나라의 아이들과 경쟁해보는 것은 리더십과 자신감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도 IB과정 도입에 대한 말이 나오던데 수업은 토론과 에세이로 이뤄지므로 선생님의 자질도 높여야 하고 입시제도도 엄청난 변화가 있어야 한다.
김미선 urvex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