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숲길 걷고나면 꼭 바다가 부른다.

제주 한달살이 10일차

by 여행작가 히랑

제주, 숲길 걷고나면 꼭 바다가 부른다.

제주 한달살이 10일차


"우리 올레길 걸으러 가자."

"이 더위에?"

"응. 오늘은 어두운 숲에 가기 싫어."

숲길이나 오름에 다녀온 다음날은 꼭 바다가 보고 싶어 진다. 폭포도 있고, 야자수 나무도 길가에 줄지어 있는 관광지, 전에 늘 보던 그런 제주가 갑자기 그리웠다. 폭포도 있고 쇠소깍도 있는 올레길 6코스면 좋겠다.

점심까지 숙소에서 해결하고 길을 나섰다. 제주에 와서 처음에 매번 식사를 사 먹다 보니 점점 더 이상 먹고 싶은 음식도 없고 속도 쓰렸다. 갈치, 민어, 한치 등을 사서 간단하게 조리해서 이른 점심을 먹고 나가니 뭐 먹을까 고민 안 해도 되고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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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때 올레매일시장에서 장을 봐오기 위해 올레길 여행자센터에 주차했다. 올레길 찾아 무조건 바다를 향해 내려갔다. 넓은 주차장을 향해 내려가는데 올레길 리본이 보이지 않는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가장 더운 땡볕아래 걸어가니 천지연 폭포이다. 시원해 보이지만 폭포 정면에서 볼 수 없어서 좀 아쉬웠다.

천지연 폭포는 올레길 7코스. 7코스를 걷자는 맘으로 외돌개 쪽으로 걸었다. 엄청난 오르막이어서 포기하고 6코스 이중섭 미술관을 내비로 찍고 걸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또 투덜투덜. ‘왜 올레길 리본이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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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이중섭 미술관에 도착. 올레길 리본이 있다. ‘에쿠, 바보! 왜 올레길 리본은 안 보고 무조건 바다를 향해 간 거야?’ 올레길을 오래간만에 걸었더니... 땡볕 아래 걷느라 1시간 이상 소비한 셈이다.

이중섭 미술관은 6.25 전쟁 때 서귀포로 피난 와서 1년 정도 머물렀던 곳이며 당시의 모습과 비슷하게 복원되어 있다. 집주인인 송태주, 김순복 부부는 1.4평 정도의 방을 내주었다. 정말 손바닥 만한 방에서 부인, 두 아들과 지내며 작품활동을 했다. 서귀포는 이중섭 화가의 작품세계에 있어서 시, 공간적으로 아주 중요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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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복전시관을 지나 정방폭포에 갔다. 계단이 좀 많긴 하지만 폭포는 물도 많아 굉장히 웅장하고 노르웨이 피요르드 여행 중 보았던 폭포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폭포를 지나 숲터널을 걷고 검은여 지나 구두미 포구에서 팥빙수로 더위를 식히고 보목포구까지 걸었다. 보목포구 정류장에서 어떤 할머니가 서귀포까지 가는 버스가 곧 올 거라고 해서 버스 타고 차가 주차된 곳으로 되돌아왔다. 쇠소깍까지 3km 남은 곳에서 되돌아오다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인데 처음에 헤매는 바람에 일어난 일이다.

매일올레시장은 밤인데도 불야성이다. 거의 젊은 여행자들이 많고 음식도 거의 단짠단짠 한 메뉴들이다. 불쇼를 하고, 긴 줄이 있는 ‘흑돼지 김치말이’와 그 옆 전복 김밥으로 시장에서 배를 채웠다. 전복 김밥이라는데 전복 맛은 거의 나지 않고, 흑돼지 김치말이는 흑돼지는 어디 있나 찾아보게 되는 밋밋한 맛이다. 소위 맛집이라는 줄 서서 기다렸다 먹는 행동은 더 이상 안 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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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하루를 보냈다. 맘 속으로는 올레길 리본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왜 바다를 향해 무조건 내려갔는지... 우리가 살면서도 흔히 있는 일이다. 생각을 하면서 다르게 행동하는 일이 다반사다. 나이가 먹어갈수록 더 심해진다. 조천에 있는 숙소로 돌아가며 밤에 한라산 중산간을 넘어오느라 고생했다. 어둡고, 비처럼 내리는 이슬이 운전을 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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