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보틀과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
블루보틀과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
블루보틀, 고급 입맛을 위한 특별한 커피
물을 머금은 커피가 하얀 거품과 함께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다. 진한 커피 향이 코를 자극하고 드리퍼(Dripper) 아래로 커피가 쪼르르 떨어지기 시작한다. 바리스타(Varista)는 커피 위에 물을 돌려가며 붓다가, 쉬다가를 4번 반복한다. 최고의 커피 맛을 내기 위한 정성스러운 동작이다. 일렬로 늘어선 블루보틀(Blue Bottle) 드리퍼가 장관이다.
'이런 때 커피를 한 잔 해야 되는데……' 생각하는 순간 창문에 그려진 파란 병이 눈에 들어온다. 커피를 좋아하고, 최고의 커피를 맛보고 싶은 분들은 꼭 가보고 싶어 한다는 ‘블루보틀 커피(Blue Bottle Coffee)'이다. 로스팅 한 지 48시간 안에 '싱글 오리진(Single Origin, 단일 원산지) 커피'를 핸드드립으로 정성껏 내린 고급 커피를 마실 수 있다.
과테말라(Guatemla) 커피로 주문하니 바리스타는 이름을 묻고, 바로 핸드드립을 준비한다. 카페 천정이 높고 넓어서 깔끔하고 시원한 분위기다. 넓은 테이블과 높은 스툴(stool)에 손님들이 다 함께 앉는다. 처음에는 좀 어색하더니 서로 신경을 안 쓰는 분위기라 금방 편해진다.
'블루보틀'의 유래는 뭘까? 색깔도 모양도 예쁜 파란 병의 로고가 맘에 든다. 17C 오스만 튀르크(터키) 군에 의해 중 유럽에 처음으로 커피가 들어오던 당시 최초로 그 커피를 팔던 오스트리아 빈(Wien)의 커피하우스가 ‘블루보틀’이다. 당시 커피콩도 푸른 병에 담아두었다고 한다.
블루보틀 창업자인 제임스 프리먼(James Freeman)은 전직 교향악단 클라리넷 연주자였다. 해외 공연 갈 때도 커피를 가져가 비행기에서도 직접 내려 마셨을 정도로 커피 애호가이다. 일본의 정성스러운 드립 커피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프리먼은 클라리넷 연주하는 일이 더 이상 즐겁지가 않아 그만두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 커피사업을 시작한다. 고급 원두로 정성스럽게 만든 커피는 물처럼 연한 커피와 커피 전문점 커피에 익숙해 있던 뉴요커들의 입맛을 사로잡아버린다. 블루보틀 커피는 미국(65개)과 일본(10개)에만 매장이 있으며 프리먼 본인이 직접 관리하며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2019년 성수동에 오픈할 예정이며 해외 매장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커피가 준비되자 바리스타는 이름을 부른다. 호출기보다 친근감이 느껴지고 좋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한 모금 마셔본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따끈함, 쓴맛, 신맛과 꽃향이 골고루 느껴진다. 진하고 신선한 맛이다. 게으르고 나른한 세포들이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한다.
블루보틀 커피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 좋아하는 일에 혼은 담아
'스페셜티 커피로 한 번에 오직 6파운드(2.72kg)의 양만을 볶아내며 48시간 안에 로스팅한 것들만 사용한다. 30g의 커피를 350ml 물 94도로 4번에 나누어 부어 한 번에 한잔씩 정성스럽게 추출한다.’
제임스 프리먼이 최고의 커피 맛을 내기 위해 세운 지침이다. 2002년 샌프란시스코 북쪽 오클랜드 어느 식당 부엌 한쪽을 빌려 커피 로스팅 시간과 온도를 달리하며 최고의 커피 맛을 위해 하루 종일 연구에 몰두했다. 커피 추출기를 손수레에 싣고 파머스마켓에 나가 커피를 한잔씩 정성스럽게 추출해 고객들에게 판매했다. 프리먼의 커피는 한 번 마셔본 사람은 다시 찾아와 줄 서서 기다렸다 마실 정도로 큰 인기를 얻는다.
2005년 샌프란시스코 해이즈 벨리의 친구 집 차고에서 드디어 '블루보틀'을 시작한다. 프리먼의 커피를 마신 샌프란시스코 젊은 벤처 기업인들은 '이거 딱 내 스타일이야'하고 고급 커피맛과 색다른 분위기에 푹 빠져버린다. 록그룹 U2의 보컬,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창업자 등이 초창기 단골손님이다.
블루보틀은 구글과 모건 스텐리 등 실리콘 벨리 기업들로부터 투자도 받는다. 최고의 커피를 만들어 고객에게 대접하겠다는 고집스럽고 완벽한 장인정신이 실리콘밸리 CEO들의 맘을 사로잡은 것이다.
블루보틀 창업자 프리먼은 '고객이 오감으로 커피를 즐겨야 한다.'는 철학으로 고객과 바리스타의 소통을 중요시 여긴다. 카페에 높은 테이블과 스툴을 놓은 것도 바리스타와 고객 간에 서로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함이다. 핸드드립 하는 과정을 볼 수 있도록 모두 오픈 키친이다.
블루보틀 카페는 음악도 흐르지 않고 와이파이도 되지 않는다. PC나 모바일 폰에 정신을 쏟기보다는 '스페셜티(Specialty) 커피'를 맛보고 서로 이야기하는 장소가 되길 원해서라고 한다.
뉴욕 첼시마켓 건너편에 아주 작은 블루보틀 카페에 간 적이 있다. 커피를 주문하자 바리스타는 바로 앞에서 커피를 드립 하면서 ‘이제 4번째 마지막 드립인데 사진 더 찍으라’고 말해주기도 하고 ‘뉴욕에 얼마 동안 있을 거냐’ 등 이것저것 묻는다. 어느새 따뜻한 커피 한잔에 손에 쥐어지고 다른 여행자들과 함께 넓은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는 행복을 누렸다.
“스타벅스가 커피업계의 ‘마이크로소프트’라면 블루보틀은 ‘애플’이라고 할 수 있다. 블루보틀은 커피 산업에 <제3의 물결>을 일으켰다.”라고 '뉴욕 타임스'는 평가한다.
블루보틀은 인스턴트커피와 대형 커피전문점 커피에 이어 고급 커피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커피 맛뿐만 아니라 깨끗하고 강렬한 로고, 매장의 분위기와 서로 소통하길 원하는 블루보틀의 정신이 IT에 인문학을 적용시킨 스티브 잡스의 ‘애플’과 많이 닮아있다.
2015년 도쿄에 블루보틀이 처음 오픈했을 때 커피 한 잔을 사기 위해 네 시간씩 줄을 서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도쿄 신주쿠의 블루보틀에 갔을 때도 한국인이 훨씬 많았다. 세계 각국에서 가맹점 문의가 쇄도하지만 관리도 어렵고 48시간 내에 커피 공급도 어려워서 블루보틀 커피 맛을 유지할 수가 없으므로 허용하지 않았다. 프리먼은 일본인들의 장인정신을 믿기에 해외에는 일본에만 매장을 두었다고 한다.
2017년 네스카페와 네스프레소로 유명한 '네슬레'가 블루보틀을 인수했다. 한국에도 드디어 블루보틀이 문을 연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기쁨 반, 걱정 반이다. 매장이 늘어나더라도 블루보틀이 고집스럽게 유지하고자 하는 그 커피 맛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란다.
천직이라 생각하고 매진해온 클라리넷 연주를 그만두고 초라한 장소에서 자신의 좋아하는 일을 시작한 프리먼의 용기는 실패가 두려워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는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최고의 커피를 고객에게 제공하겠다는 철학과 고집이 커피 한잔에 다 녹아있으며 그런 장인 정신이 성공을 불러온 것이다. 우리나라도 육수 하나를 내기 위해 수많은 재료를 넣어 밤새 끓이고, 최고의 빵을 만들기 위해 생각지도 못한 재료를 넣어 연구하고 실패하며 노력하는 장면을 매스컴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그들에게도 성공은 반드시 찾아온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어 꾸준히 노력하고, 철저하게 임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기본자세이고 좋은 습관이다. 성공하는 과정 속에 '대충대충'은 없다.
* 참조: 블루보틀 크래프트 오브 커피(Blue Bottle Craft of Coffee): 재배, 로스팅, 추출 그리고 레시피까지.(제임스 프리먼, 케이틀린 프리먼, 타라더간 공저, 한스미디어 2016)
* '싱글 오리진 커피'는 한 원산지에서 나는 여러 품종의 원두이다.
* ‘스페셜티 커피’는 재배부터 수확, 신선도 등 80점 이상을 받은 상위 10% 고급 원두를 사용한 커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