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에야 비로소 갈 수 있었던 곳
울렁울렁 울렁대는 울릉도길, 연락선도 형편없이 지쳤구나
어지러워 비틀비틀 트위스트, 요게 바로 울릉도
-대중가요 ‘울릉도 트위스트 2절, 1967년 作-
배가 출렁하니 배도 출렁한다. 꽤 큰 쾌속선인데도 출발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파도에 몸을 맡기고 출렁거린다. 가요 ‘울릉도 트위스트’ 가사에 그대로 담아낼 만큼 울릉도 가는 길은 배멀미로 쉽지 않다. 한번 울렁거리기 시작한 뱃속은 수시로 목구멍을 위협한다. 휴가 중에는 못돌아 온다고 은퇴 후에야 떠날 수 있었던 벼르고 벼르던 곳, 울릉도·독도를 간다는 기대감으로 약 3시간 정도를 버티니 울릉도에 도착한다.
‘대한민국 동쪽 땅끝,
휘몰아치는 파도를 거친 숨결로 잠재우고 우리는 한국인의 얼을 독도에 심었노라.’
독도에 있는 기념비에 쓰여 있는 문구이다.
울릉도에 도착해서 날씨가 좋아 오후에 바로 독도로 출발한다. 울릉도를 출발한 지 1시간 40분 만에 배가 독도에 접안을 하고 드디어 우리 땅 독도에 발을 내디딘다. 새벽 3시에 집에서 출발했으니 거의 12시간 만이다.
독도는 동도와 서도 2개의 주 섬과 주변의 89개의 작은 섬들 및 암초들로 이루어져 있다. 서도는 경사가 심해서 동도에만 접안 할 수 있는데 접안 확률은 30~40% 수준이다. 날씨가 변덕이 심하고 접안시설도 부족해 상륙에 실패한 채 배에서 독도를 바라만 보고 와야 하는 경우도 많다. 오죽하면 ‘삼대가 덕을 쌓아야 독도에 갈 수 있다’라는 말이 있을까!
파란 하늘 아래 짙푸른 바다에 떠 있는 독도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멋있다. 독도는 새들이 지친 날개를 쉬어가는 ‘새들의 간이역’이라는데 괭이갈매기가 주인인 듯 관광객을 맞는다. 바위들은 생김새에 따라 물개바위, 독립문 바위, 촛대바위, 얼굴바위라고 불린다. 최근 화제가 된 문재인 대통령 넥타이에서 본 독도강치(바다사자의 가죽을 위한 무분별한 남획으로 사라짐)를 볼 수 없어서 아쉽다. 대신 독도를 지키는 독도경비대원들의 늠름한 모습에 위로를 받는다. 독도에 발을 디딘 지 30분 후 승선하라는 뱃고동이 울린다. 언제 또 올 수 있을까 싶어서 태극기를 들고 열심히 독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건만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수시로 모진 바람이 불고 거친 파도가 휘몰아치는 그 바다 한가운데에 독도와 독도를 지키는 경비대원을 두고 오려니 맘이 편치 않다.
(동도의 일출봉이다. ) (동도의 숯돌바위와 서도 사이에 여객선이 접안한다)
전날 배를 많이 탄 탓인지 여전히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오전에는 저동항에서 도동을 거쳐 천부항과 나리분지까지 다녀오고, 오후에는 봉래폭포와 내수전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버스 관광이다.
울릉도는 나리 분지를 제외하고는 모든 곳이 경사가 심하다. 출발부터 길은 급경사에 꼬불꼬불하고 터널도 많다. 산을 쳐다보면 아스라하게 높은 돌로 된 절벽이며 여기저기 낙석으로 큰 바위들이 길옆에 나뒹군다. 해안 길을 달리며 몽돌해변을 지나고, 거북바위, 사자바위, 곰바위, 코끼리바위, 송곳바위 등 다양한 모양을 한 바위를 보는 재미가 상당히 좋다.
(울릉도 통구미의 거북바위이다.) (평평한 나리분지에 가면 맘도 편안해진다.)
울릉도에는 도둑·공해·뱀이 없고 향나무·바람·미인·물·돌이 많다 해서 ‘3무(無) 5다(多)’ 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왼쪽 오른쪽으로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꼬불꼬불한 급경사를 오르니 갑자기 평평한 나리분지(면적 1.5∼2.0㎢)가 눈앞에 훤하게 펼쳐진다. 나리 분지를 둘러싼 산꼭대기에 하얀 구름이 둘러싸고 있어서 하나의 커다란 왕관 속에 있는 느낌이다. 삼나물 무침에 씨껍데기 동동주(약초, 호박, 씨앗으로 만들 술)를 한잔하니 드디어 울릉도에 있다는 실감이 나고 행복감이 밀려온다.
( 봉래폭포에서 내려오는 물은 울릉읍민의 상수원이다.)
봉래 폭포를 향해 물길 따라 오른다. 바위 사이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바람구멍도 지나고 삼나무 숲길도 지난다. 봉래폭포는 3단 폭포로 물의 양도 상당히 많고 울릉읍 주민의 상수원이 되어준다. 하얗게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를 보기만 해도 갈증이 가신다.
내수전 전망대로 가는 길은 완만한 오르막길이며 동백나무와 마가목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 전망대에 오르니 죽도, 관음도, 저동항이 내려다보인다. 울릉도의 바다와 구름이 걸려있는 산의 아름다운 조화가 숨 막힐 듯 아름답다. 하와이 분화구 정상에서 보았던 모습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멋진 모습이다.
(내수전 전망대에서 죽도를 보니 단숨에 가고 싶어진다.) (구름이 걸쳐진 울릉도의 산새가 아름답다.)
0017.jpg 성인봉 오르는 길은 우거진 숲속 오솔길이다.
0018.jpg 성인봉 정상에 오르니 모두 어린아이처럼 행복해 한다.
울릉도 저동항에서 일출을 맞는다. 우뚝 솟아 있는 촛대바위는 저동항의 주인처럼 버티고 서서 바다를 뚫고 올라오는 붉은 태양을 온몸으로 환영한다. 일출을 본 후 저동항에서 오징어 회와 꽁치 회무침으로 요기하며 섬 여행의 매력을 만끽한다.
반짝반짝 5월의 햇살을 받으며 울릉도 여행의 대미(大尾) 성인봉에 오른다. KBS 중계소에서 출발해 성인봉까지 4.1km이고, 도동 길로 접어들어 저동으로 내려오는 코스이다.
성인봉(聖人峰)은 높이 986m로서 울릉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며 산의 모양이 성스러운 사람을 닮았다 하여 성인봉이라 부른다. 연평균 300일 이상 안개에 싸여 신비감을 더하고 정상부 가까운 곳은 아직도 원시림이 남아 있으며 섬피나무, 너도밤나무, 섬고로쇠나무 등 희귀수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성인봉으로 가는 길은 오르막 뒤에 반드시 평지가 나타나 숨을 고르게 한다.)
성인봉을 오르는 길은 우거진 숲 덕분에 시원하고 꼬불꼬불 걷기에 딱 좋은 길이다. 오르막과 평지가 적절하게 반복되어 별로 힘들지 않다. 팔각정에서 저동항도 내려다보고 중간 중간 마련된 의자에 앉아 준비해간 간식도 먹는다. 산은 정상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더니 성인봉에 가까워지니 길은 약간 가파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쯤 ‘聖人峰’이라고 온몸에 새긴 잘생긴 바위가 맞아준다. 성인봉 정상은 생각보다 넓지 않고 그늘도 없으며 그냥 뾰족한 봉우리이다. 우거진 나무 위로 넓게 펼쳐진 운무가 보인다. 심호흡하며 신선한 공기를 온몸에 채우고 울창한 숲길을 내려온다. 소요시간은 오르는데 2시간 내려올 때 3시간으로 총 5시간이다.
10여 년 전부터 남편에게 울릉도 독도 여행을 제안했지만, 휴가 기간 안에 못 돌아올 수도 있다고 매번 거절했다. 은퇴하자마자 울릉도 가기에 좋은 5월 중순으로 일찌감치 예약해 두었고, 성공적으로 다녀와서 인생의 중요한 일을 하나 해낸 기분이다. 짙푸른 바다에 우뚝 솟아있는 새들의 천국 ‘독도’가 머리에 자꾸 떠오른다. 배려심 많은 큰 언니처럼 오르막과 평지를 적절하게 내어주어 오르기에 딱 좋은 성인봉도 특히 기억에 남는다. 2020년쯤에 울릉도에 공항이 완공된다고 하니 비행기로 다시 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울릉도행 배는 강릉항, 묵호항, 후포항, 포항에서 출발한다.
* 성인봉 등산 코스는 대원사코스, KBS 중계소코스, 안평전코스, 나리분지 1코스, 나리분지 2코스, 나리분지 3코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