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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Jun 16. 2017

놀이터

역시 딸인가


무더운 한낮의 놀이터에는 사람이 없었다.


하드 하나를 입에 물고 그네에 앉아 비비적 거리고 있는데 6-7살쯤으로 보이는 꼬마 여자 아이가 내 옆 그네에 앉았다. 둘이 계속 그렇게 그네를 타는데 꼬마 여자 아이가 물었다.


"왜 여기 있어요?"

라고.


"어?"

"학교 안 가요?"

"학생 아닌데."

"회사 안 가요?"

"갔는데 나왔어."

"백수예요?"

"백수 아닌데."

"우리 아빠는 백수예요!"

"그렇구나.."


꼬마 여자 아이는 아빠가 백수인 것이 기쁜 것 같았다.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니 놀이터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하얀 반팔의 남자가 아빠인가 싶었다. 


"아빠한테 잘해줘."

"왜요?"

"너는 모르겠지만 백수는 서러운 거야."

"우리 아빠 친구예요?"

"... 아니."


쫑알 거림이 맑은 아이였다. 요즘 아이들은 말을 참 잘 하는구나. 그러다 아빠인가 싶은 사람이 아이를 불렀다.


"잘 가."

"안녕히 계세요."


배꼽인사를 꾸벅하고 총총 아빠인가 싶은 사람에게 달려가 폭 안기는 모습을 보며 나도 허공에 허그 한번 해 보았다. 


귀여웠다. 그 맑음이. 역시 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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