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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Sep 14. 2021

영화, 크레딧, 꿈

구교환이 영화를 좋아하게 된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을 봤다. 어느 날 크레딧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자신도 그 안에 포함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때부터 영화를 짝사랑하게 됐다는 얘기였다. 나는 그 이야기가 너무도 공감됐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오빠 덕에 온갖 영화를 비디오로 많이도 봤다. 영화 보는 게 너무도 좋았어서 비디오 가게 사장이 되면 원 없이 영화는 보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어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역시 비디오 가게 사장이 되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영화를 보던 중에 문득 크레딧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전 같으면 영화가 끝나면서 바로 껐을 텐데 그날은 크레딧까지 끝까지 다 봤다. 재밌었다. 그저 명단이 주르륵 흘러가는 것뿐인데도 난 그게 그렇게 재밌었다. 저렇게 많은 파트와 사람들이 모여 이 영화 하나를 만들어낸 거구나 싶으니까 영화와는 별개로 크레딧이 주는 감흥이 상당했다. 그 감흥을 느끼고 난 후부터 항상 크레딧까지 본다. 지금까지도, 쿠키 상관없이. 그러자 나도 구교환처럼 생각했더랬다. 나도 저 목록에 끼고 싶다. 저 중에 한 사람이 되고 싶다. 영화를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그런 사람이 되려 했고, 됐고, 여러 굴곡을 겪고, 실패하고, 포기하고, 그러나 다시 되고 싶고, 비끌렸지만 비슷한 영역에라도 있으려 하고, 놓치고 싶지 않은 어떻게든 잡고 있고 싶은 끈이 되었다. 아마 죽을 때까지 그러지 않을까. 


영화를 언제부터 좋아했나라고 묻는다면, 영화가 하고 싶어진 다음부터 더더욱 정말로 좋아하게 됐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야말로 정말 짝사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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