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문제 때문에 작년 말에 애플워치를 샀었다. 움직임에 강제성을 주기 위해서. 그렇게 워치가 매 시간 50분만 되면 "너 좀 움직여"하며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그때 일어나서 30초 이상은 움직여줘야 워치가 OK 사인을 준다.
그러다 겨울에 우울증이 다시 돌아오면서 매 시간 50분에 보내오는 그 신호에 반응하지 않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화장실에 가려는데 딱 그 신호가 왔다. 화장실에 간 김에 오랜만에 움직임을 줘볼까 하는데 마침 헤드폰에서 신나는 음악이 나왔다. 음악 때문일까. 움직임은 막춤이 됐다. 뭔가 조금 잠에서 깬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이 좋아서 그 후로 매 시간 50분에 신호가 오면 빈 공간에 가서 한 곡이 재생되는 동안에 있는 힘껏 막춤을 췄다. 기분은 미약하게나마 좋아졌고, 텐션도 한동안은 흘러내리지 않았다.
그 신호 설정을 하루에 열 번으로 해놨다. 즉, 열 번 막춤을 춘다는 얘기다. 그럴 때마다 마치 가라앉은 먼지가 다시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다시 점점 가라앉는 먼지는 또 50분을 맞이하며 다시 떠올라 날리기 시작한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회사에 있는 동안 나를 견딜 수 있는 것으론. 좋은 발견과 좋은 자극. 앞으로도 열심히 춰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