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inysuN Jul 27. 2022

오늘 하루

아침에 바삐 움직이다 선반에서 뭔가를 떨어뜨렸다. 살짝 깨졌더라. 어쩐지 오늘 하루 좀 재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에 자리가 나서 앉았다. 앞에는 엄마가 아이를 안고 앉아 계셨다. 4-5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 아이는 뭔가 신난 듯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 있었고 쉴 새 없이 재잘거리고 있었다. 버스 안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조용했고, 아이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라디오 음악처럼 들렸다. 


아이는 이윽고 나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무슨 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비 이야기가 나오는 동요였다. 노래를 부르던 아이가 엄마에게 안기며 뒤에 앉은 나를 쳐다봤다. 마스크가 없었다면 입으로 웃어줬겠지만, 최대한 눈으로 웃어주었다. 그리고 두 손을 엮어 나비 모양을 만들어 손가락을 움직이며 날아다니는 것처럼 움직여줬다. 아이가 그걸 보고 꽤나 좋아했다. 잔망스러운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이 웃음소리에 오늘 하루 나쁘지 않겠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내 하루를 그렇게 바꿔줬다. 고마워.

매거진의 이전글 주워 담지 못할까 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