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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Sep 23. 2016

바보의 사랑

현자의 사랑


'조지'라는 서른이 다 되어 가는 남자가 한 카페에서 일하는 열몇 살의 '나오미'라는 여자아이를 보고 반하게 된다. 당시는 서양문물이 막 들어오기 시작했던 때였기 때문에 서양인의 느낌이 나는 외모와 몸매를 가진 '나오미'가 눈에 띄었을 것이다. 그런 '나오미'를 보며 '조지'는 그 아이를 데려다가 서양 교육도 제대로 시키고 아름답게 가꾸고 키워 자신의 아내로 삼을 생각을 한다. "하이칼라"인 독보적인 미모의 여성을 옆에 두는 것이 얼마나 자신을 자신감 넘치게 할것인가. 꽤 욕망이 있어 보이지만 '조지'는 사실 바보였다. 오히려 야욕이 있는 쪽은 '나오미'였으니까. '나오미'의 야욕과 '나오미'의 외모 앞에 멍청해지는 바보, 그가 '조지'였다.


'나오미'는 '조지'의 돈으로 호사스러운 생활과 교육을 받으면서도 남자들을 꾀어내어 여러 남자들과 육체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그걸 굉장히 당당하게 여긴다. 하지만 그 남자들은 그저 '나오미'가 당시의 보기 드문 외모였고, 개방적이고 독특한 성격이었고, 관심받고 싶어 하는 특유의 행동들 때문에 "저런 여자를 만나보면 어떨까? 저런 여자랑 섹스해보면 어떨까?"류의 호기심만을 가질 뿐이었다. 물론 그중에는 '나오미'와의 교제를 원하는 경우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나오미'를 창녀 취급했다. 하지만 그런 건 '나오미'에게는 상관없었다. '나오미' 역시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 채워지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나오미'때문에 속이 터지면서도 놓지 못하고 집착 같은 사랑을 하는 것은 '조지'뿐이었다. 


뻔한 '나오미'의 언행들에도 놀아나는 '조지'를 보면 남중-남고-공대 테크를 타면서 여자 한번 제대로 만나보지 못하고 살다가 자신과 성향이 조금 다른 여자를 만나면 그게 그렇게 대단하고 커 보여 거기에 꽂혀 놀아나는 그런 남자들이 생각났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이 시대에도 '나오미'도 참 많고, '조지'도 참 많다.


이야기가 결말에 이르자, 이들의 미친 사랑이 여실하게 드러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나오미'는 남자 위에 군림하고 자기 마음대로 남자를 휘젓는 것을 좋아하는 S성향의 여왕님이었고, '조지'는 '나오미'가 자신을 정신적으로 학대할수록 '나오미'가 더 아름다워 보이고, 더 갖고 싶어 지는 '나오미'에게 굴복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M성향의 노예였던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가 끝나자, 앞에 읽었던 바보의 사랑 이야기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졌다. 이 둘은 어차피 서로가 아니면 안 될 것이다. 서로가 떠나고 싶어도 서로를 이렇게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는 것은 서로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이 얼마나 "바보의 사랑"이며, 이 얼마나 "완벽한 사랑"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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