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진사댁 아기씨

by 심준일

진사 딸은 이번에도 산이를 데리고 장터에 갔다. 장신구를 파는 좌판을 발견하였다. 한참을 보니 남자 도포에 매는 녹색 세조대가 눈에 들어왔다.

“산이야. 이거 색깔 곱지 않니? 눈에 띄기는 하지만”

“몰라요. 웬 세조대예요. 수수떡 먹기로 했잖아요.”

산이는 눈을 흘겼다. 아씨는 아무 말 안 하고 세조대를 하나 샀다. 같은 색의 비단 주머니도 사서 세조대를 넣었다. 그리고 재빨리 소매 안에 넣었다.

“어휴. 이거 그 사람한테 선물하려는 거죠? 두 번째 만나서 세조대를 선물해요? 아기씨 참 체통도 없어라.”

“흥. 체통 찾다 나중 눈물 흘릴라.”

저잣거리를 지나 섶다리를 건너면 얕은 풀들이 바람에 쏠리고 금강송이 듬성듬성 하늘로 솟아오른 자연의 정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 진사 딸이 다가오니 나무 뒤쪽에 몸을 숨겼던 찰방이 나타났다. 둘이 소곤거리는 소리를 엿듣기 싫어 산이는 멀찌감치 앉아 흐르는 물만을 쳐다보았다. 산이가 보기에 찰방은 그리 잘 생겨 보이지 않았다. 형주가 훨씬 잘 생겼다고 생각했다.


두 연인은 자신들만이 사랑의 비밀을 은밀히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할 무렵, 진사 부부는 딸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신이라 좀 걱정되네.” 진사가 이러하자 부인이 말했다.

“무신이면 어때. 내가 예전 친정 가는 길에 횡계에 있는 문중(門中)에서 하룻밤 묵었잖아요? 그때 그 찰방을 본 거야. 인물이 너무 좋아서 사위로 삼고 싶었지. 그래서 안달 나게 하려고 우리 딸 혼처룰 찾고 있다고 했지... 호호호”

대감은 혀를 찼다. 부인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그걸로 끝낸 것 같아요?”

“또 무어?”

“지난번 우리 집에 인사하러 온 어사 생각나죠? 내가 부탁하나 했어요. 그 찰방 만나서 좀 질투 나게 만들어 보라고…”


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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