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집의 착공을 축하하듯이 아침부터 꽃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행사 사회를 맡은 저로서는 바람이 불고 눈이 오는 날은 있었어도 착공식 날 비가 오기는 처음입니다. 올해는 정말 긴 장마였습니다.
집 지을 땅에 준비하려던 상차림을 실내로 옮기고, 행사 마무리에 승현이네 할아버지께서 감사한 말씀을 주셨습니다.
“이 자리에 와보니 제가 마음이 놓입니다. 아들 내외가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해서 섭섭한 마음이 있었는데 장미마을 사람들 보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이제야 마음이 조금 풀립니다.”
그러고 보니 처음 뵈었을 때와는 다르게 아버님의 표정과 몸짓도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요즘 세상에 번거롭게 무슨 착공식이냐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착공식은 땅에 알리고, 하늘에 고하고 주변 사람들과 모든 생명들에게 알리는 일종의 의식과도 같은 일입니다. 간소하게라도 막걸리 한잔을 돌리고 나면 집주인도 일하는 식구들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낯선 곳으로 오는 사람도 있지만 낯선 이를 맞아들이는 땅과 이웃에 정을 붙이는 과정입니다. “저희들이 이곳에서 이러이러한 집을 짓고 살고자 하니 부디 잘 살펴 주십시오” 라며 기원을 드리는 셈이죠.
의미만 있다면 진지하기만 할 뿐 재미가 없으니 새집을 짓는 사람들을 위해 축하도 해주고, 술과 덕담, 소감을 나누는 시간도 갖습니다. 한 가지를 더하자면 집을 짓는 건축가들의 다짐도 빼놓을 수 없는 시간입니다.
마음속 집을 현실의 땅 위에 1:1로 실현하는 재주꾼들이니, 이들의 손끝은 현실과 이상을 그려내는 마법사 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개월 지나 지어진 공간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면, 건축가들의 마음가짐이 어떠했는지도 알게 됩니다. 그들의 마음씀에 따라 내내 좋은 집이 될 수도 있고, 허술하고 불편한 장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착공식 날은 일꾼들의 마음도 다지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연구하며 열심히 최선을 다해 짓겠다’라는 약속을 얻어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물론 약속을 들은 사람들은 든든한 후원군이 되어야겠지요. 그렇게 하다 보면 인심이 생겨나니 불필요한 오해도 줄고 좋은 집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공사를 담당할 건축가들이 술 한잔 따르고 덕담을 나누어 줍니다. “사람이 살 집이니 정성껏 만들겠습니다. 느낌이 있는 집입니다. 좋은 장소가 되도록 저희들 솜씨를 한껏 펼쳐 보이겠습니다.” 건축주들의 마음도 설레지만 함께 참여한 사람들의 마음은 이미 완성된 집 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요즘 세상은 먹는 것부터 집까지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세상이기는 해도 집에서 손맛을 느낄 수 있다면 이것 만큼 감각적인 일이 어디에 있을까요?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를 지키며 열린 착공식에 우리들 마음과 눈빛은 10센티보다 더 가까워서 내 앞에 있는 이웃의 표정까지 모조리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단체사진을 찍고 나니 앞으로의 날씨와 행보가 밝게만 느껴집니다. 맛있는 부추전과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먹으면서 즐긴 이 시간은 우리들 기억에 ‘행복’이라는 시간으로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