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고촌리에 지은 집
2019년 10월 19일
정원사와 함께 제가 쓴 '건축가의 정원 정원사의 건축'을 읽고 찾아오신
건축주 분과의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건축은 기억의 연속이라고 할까요?
매 순간 새로운 기억으로 연결되는 과정입니다
무엇을 조금 알았다 싶었을 때 다시 새로운 기억들이 자리를 비집고 들어옵니다.
땅에서도, 건축주에게서도 기존에 경험한 일들이 아닙니다.
이제 좀 알겠다 싶은 것은 어느새인가 고정관념이 되어버리는군요
오늘은 김포에 새로이 시작하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김포 고촌읍에 위치한 토지는
한강변이 기다랗게 보이는 강변과 맞닿은 땅입니다.
누구나 갖고 싶은 토지이면서
동시에 망설이게 되는 땅입니다.
생활하는 장소로서 어울릴 것인가라는
물음표를 두게 되는 그런 곳이지요.
나무랄 데 없는 강변의 풍경이 있는 곳입니다.
그 장소에 드디어 건축공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지난 2월 봄이 올지 의심하리만큼 추운 날 경칩을 앞둔 이른 아침에
두동의 생활하는 집을 짓는 하남 현장에 찾아오신 건축주분은
˝책을 읽고 왔어요, 여러 권의 책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어요. 홍보나 자신을 소개하려는 어떤 의도가 없어서 편안하게 글을 볼 수 있었지요˝
그렇게 건축주분을 만났습니다.
보통은 아빠들이 동행을 하는데
아내분 혼자서 먼길을 오셨습니다.
그 당시 하남 현장은 골조를 마치고 내부 마감을 위한
바탕 공사가 진행 중이라 먼지도 많고 바닥에 있는 자재들 덕분에 조금 과장 되게 이야기하자면 먼지 구덩이 같은 곳이었습니다.
현장에 오셨으니 그래도 집 짓는 과정을 설명해드리겠다며 먼지 가득한 장소를 다니면서
건축가 혼자만의 독백처럼 경사지 토지를 이용하는 방법과 지어지고 있는 하남 주택의 특징들을 이야기드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부질없는 설명일 뿐만 아니라 추운 겨울에 선생님을 꽤나 고생시켰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장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따스한 차를 주문하고 계산을 하려고 할 때
˝제가 대접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는 선생님의 말씀에서
뭐랄까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배려받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말씀에 저는 계산하려던 손짓을 멈추고 거절도 긍정도 하지 못한 웃음만 보이고 말았습니다.
건축 협동조합에서 집을 짓는 방식과 특징들을 설명드리고 나자
선생님도 한강에 마주한 김포 땅의 특징과 그동안 진행된 과정도 조용히 설명해 주십니다.
그리고 집 짓는 모든 과정을 남편분께 위임받으셨다는 이야기를 포함해서요
실은 그때까지도 두 분이 어떤 분들인지, 집이 지어질 장소의 분위기도 알지 못했기에 그동안의 경험으로 이런저런 의견을 나눌 뿐이었습니다.
안내를 충분히 해드리는 것은 제 몫이고 설계와 공사를 의뢰하는 것은 선생님의 의중이라는 생각으로 편하고 솔직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면 된다는 그런 애매한 자세였던 것 같습니다.
햇살이 드는 테이블에서 차를 마시고 다음에 또 뵙기로 인사를 나누고 한동안 연락이 없었습니다. 역시 저는 장사하는 스타일은 아닌 게 분명한듯합니다. 한 번 정도는 먼저 연락을 드려도 좋았을 것을요
지난 4월 선생님에게서 김포에 와 줄 수 있겠느냐는 연락이 왔어요. 조합이 있는 안성에서 김포까지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하남까지 와주셨던 것을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에 두 번째 만남을 하게 되었습니다.
집을 짓는 이야기로 만나는 관계는 조금 다른 규칙을 갖게 됩니다. 서로가 기대하는 것들이 있거든요.
그 기대를 잘 알아서 찾아가는 일은 건축의 전 과정에 있습니다.
생활하는 장소를 찾아가는 일은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는 일입니다.
오후에 드는 빛이 낙엽을 재촉하는 가을입니다.
(2019년 10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