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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상순 Mar 09. 2023

내가 여기 있습니다

2. 연대감



    더운 여름에 도서관에 가면 책하고는 오래전에 담을 쌓은 할아버지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가 주머니에서 전화벨이 울리면 서슴없이 휴대폰을 꺼내 통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목소리를 낮추기는 하지만 나가서 받지는 않는다. 나는 결국 동네 도서관에는 가지 않게 되었다. 

    아직은 더위가 가시지 않아 낮에 창문을 열어놓아야 하는데 집에서 쫓겨난 남자들이 골목길을 왔다 갔다 하면서 통화를 하고 담배를 피운다. 빌라 1층은 대부분 텅 빈 주차장이라 통화하는 목소리를 확성기처럼 감싸며 공명 시킨다. 소리와 연기가 고스란히 3층에 있는 내 방까지 밀고 들어와 신경을 자극한다. 최악은 담배를 피우면서 통화까지 하는 경우다. 

    오늘은 어떤 이의 통화가 30분 넘게 이어졌고 나는 결국 창문을 닫았다. 조용하다. 그런데 세상이 안과 밖으로 잘 나누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찾아든 이 알 수 없는 연대감은 무엇인가? 대낮에 집에 있는, 정확히 말하면 대낮에 집에서 통화나 하고 담배나 피우는 남자를 몰아낸 여성들과의 연대감일진대, 창문을 닫는 사소하고 개인적인 행위가 어떻게 그런 감정과 만나 섞이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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