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일상, 나만의 브랜딩 27
“긍정적으로 생각해.”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우리는 일상 속에서 이런 말을 수없이 주고받습니다. 특히 사회 초년생에게 ‘긍정 마인드’는 위로와 응원의 대표적인 말로 자주 등장합니다. 긍정은 분명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태도입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의문이 듭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이 긍정, 과연 올바른 걸까?’
많은 자기계발서와 강연에서 긍정의 힘을 강조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내고 낙관적으로 바라보면 삶의 흐름이 바뀐다는 메시지가 넘쳐납니다. 그러나 우리가 종종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그 긍정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힘 위에 세워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그저 “잘 될 거야”라는 말만 반복한다면, 그것은 긍정이 아니라 현실을 왜곡한 자기위안에 불과합니다. 겉보기엔 희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자기암시일 수 있습니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은 긍정적인 태도란 ‘무조건 괜찮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그 안에서 회복 탄력성을 갖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긍정은 단순한 태도가 아니라 하나의 기술이며, 외면이 아니라 직면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괜찮아, 다음엔 잘 될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문제였는지 파악해보고, 다음엔 이렇게 바꿔보자”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접근입니다. 전자는 단순한 위로이고, 후자는 변화와 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입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첫 번째 방식에 머문 채, 자신이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착각한다는 데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근거 없는 낙관을 ‘잘못된 희망(false hope)’이라고 부릅니다. “지금은 힘들지만 언젠간 누군가 알아줄 거야”, “나는 언젠가 빛을 볼 사람이야” 같은 말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일이 일어날 근거를 내가 만들고 있는가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긍정이 아니라 ‘희망 고문’일 뿐입니다.
사람들은 종종 긍정과 자기합리화를 혼동합니다. “괜찮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정작 행동은 그대로여서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결국 현실은 달라지지 않고, 반복적인 좌절이 무력감을 학습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무너진 자존감은 ‘나는 안 되는 사람이야’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이러한 긍정의 왜곡은 개인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브랜드나 조직도 이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을 때, 일부 브랜드는 이를 개선하기보다 “우리는 괜찮은 브랜드야”,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는 메시지를 반복하며 스스로를 위안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브랜드의 자기긍정’은 소비자의 불만을 외면하게 만들고, 진짜 피드백의 기회를 놓치게 합니다. 오히려 브랜드의 진정성은 의심받고, 신뢰는 점점 무너집니다. 브랜드가 긍정의 힘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문제를 직시하고 개선의 여지를 공개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긍정은 ‘우리는 완벽하다’는 선언이 아니라, ‘우리는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태도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진짜 긍정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법
그렇다면 진짜 긍정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1.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용기 기르기
현실 직시는 단순히 “냉정하게 생각하기”가 아닙니다.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합니다.
“사실-감정-해석” 분리 기법을 활용해보세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먼저 객관적 사실만을 적어보고, 그다음 내가 느끼는 감정을 인정한 후, 마지막으로 내가 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면접에서 떨어졌다면, 사실은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감정은 “실망스럽고 자신감이 떨어진다”, 해석은 “내가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분리하면 해석 부분에서 다른 가능성들을 탐색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정기적인 ‘현실 점검’ 시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매주 한 번, 15분 정도 시간을 내어 자신의 목표와 현재 상황을 점검해보세요. “내가 원하는 곳은 어디고,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가?”를 냉정하게 평가하는 시간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책하지 않는 것입니다. 단순히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2. 변화 가능한 요소에 집중하기
모든 문제를 바꿀 수는 없지만, 그 안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 존재합니다.
‘영향력의 원’ 기법을 사용해보세요.
종이에 큰 원을 그리고, 내가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을 원의 중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중간에, 전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원 밖에 배치해보세요. 그리고 원의 중심부터 집중적으로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취업을 준비한다면, 완전히 통제 가능한 것은 “내 역량 개발, 이력서 작성, 면접 연습”이고,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네트워킹, 정보 수집”이며, 통제 불가능한 것은 “경기 상황, 다른 지원자들의 역량” 등입니다.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세요. 심리학에서 말하는 “점진적 개선(Kaizen)” 방식을 적용해보세요. 하루에 1% 나아지는 것을 목표로 하면, 1년 후에는 37배 성장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거대한 변화를 꿈꾸기보다는, 매일 조금씩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들을 정의하고 실행하는 것이 진짜 긍정적 변화를 만듭니다.
3. 비판적 시선을 성장의 도구로 활용하기
나를 향한 비판, 브랜드를 향한 피드백은 성장의 가장 중요한 자산입니다.
‘피드백 수집 시스템’을 만들어보세요.
주변 사람들에게 정기적으로 솔직한 피드백을 요청하는 습관을 만들어보세요. “내가 최근에 가장 잘한 것과 가장 개선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말해줄 수 있어?” 같은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불편할 수 있지만, 이런 피드백이야말로 자신의 블라인드 스팟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비판을 “데이터”로 바라보는 연습도 중요합니다. 비판을 받았을 때 즉시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이 피드백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유용한 정보는 무엇인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세요. 모든 비판이 옳지는 않지만, 그 안에서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성장의 재료로 삼을 수 있습니다.
실패도 성장의 재료가 되는 진짜 긍정
진짜 긍정은 실패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입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이라고 부릅니다. 실패했을 때 “나는 안 돼”라고 생각하는 대신, “이번에는 이 방법이 안 됐네. 다른 방법을 시도해보자”라고 생각하는 것. 이것이 진짜 긍정의 힘입니다. 이런 태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작은 실패들을 겪으며 점차 단련되는 근육과 같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잘 아는 브랜드 중에도, 위기를 정면으로 받아들이며 오히려 더 강해진 사례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도브(Dove)’는 한때 광고 이미지와 실제 소비자 간의 괴리로 인해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도브는 이를 회피하지 않고, ‘리얼 뷰티 캠페인’이라는 정직한 메시지로 전환해 소비자 신뢰를 회복했습니다. 긍정적인 메시지를 유지하되, 그 기반은 솔직한 자기 점검과 현실 수용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브랜드든 개인이든 진정한 회복은 정직함 위에 쌓여야 지속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억해두면 좋을 말이 있습니다.
“희망은 전략이 아니다(Hope is not a strategy).”(Rick Page, 《Hope Is Not a Strategy》, 2003)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지만, 희망만으로는 변화를 만들 수 없습니다. 그 희망이 긍정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전략이 되고, 결과로 이어집니다. 그러니 더 이상 ‘괜찮을 거야’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속이지 마세요. 대신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요?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지금 현실을 보고 있으니까.”
이것이 진짜 긍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