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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다움은 차별성과 유사성의 조화에서 만들어진다.

뻔한 일상, 나만의 브랜딩 #3

by TODD

어린 시절, 앞에 나서길 좋아했던 내가 사람들 눈에 띄거나 도드라지는 것을 싫어하던 부모님의 걱정으로 인해 무난한 삶을 최선으로 여기며 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인생은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수준에서 초등학교 입학 후에 나서는 걸 좋아하는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부반장을 시작으로 매 학년 반장을 했다. 친구들에 성화에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된거라기 보다 내가 원해서 친구들을 설득해서 반장이 될 수 있었다. 사춘기가 시작된 시기에는 ‘웬만해서는 나서지 말아야지’라고 결심했지만, 어느 순간 앞장서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자주 발견하곤 했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눈에 띄지 않게 살아야지’ 다짐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결심과는 상관없이 대학시절과 군대시절에 사람들 앞에서 서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이런 나의 성격을 부인하거나 감추기보다는 자신있게 드러내고 살아가기로 했다. 이후로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기 시작했고, 지금의 내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25년을 넘게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가 개인의 개성과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자기다움’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자기다움’을 찾는 것은 단순히 트렌드나 유행을 따라서 다른 사람들을 모방하거나 혹은 소위 대세를 따르지 않고 반대로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다움을 찾는 것은 개인의 내적인 가치와 욕구를 탐색하고 이해하는 과정으로, 자신의 감정, 생각, 반응, 관심사 등을 진지하게 고려하며 진행되는 여정이다.


자기다움이란?


자기다움은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일 수도 있고, 자신이 되고 싶은 정체성일 수도 있다.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브랜드 강의나 책들에서 브랜드의 자기다움을 강조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자기다움의 본질은 무엇일까?


‘자기다움’이라는 개념은 개인이나 브랜드의 고유한 특성과 가치를 표현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믿는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내적 진실을 반영한다. 동시에 자기다움은 ‘다름’이라는 개념을 통해 표현되며, 타인과 구별되는 독특한 요소를 드러낸다.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자기다움의 본질은 곧 타인과의 연결을 위한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자기다움은 우리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브랜드든 개인이든 자신만의 독창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때 자기다움이란 단순히 독특함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정체성을 바탕으로 공감과 이해를 형성하는 것이다.


차별성과 유사성의 조화


‘자기다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은 차별성이다. 이때 ‘다름’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라는 것이 중요한 개념이다. 다름은 무엇에 비교되느냐에 따라 그 정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기다움을 이해하는 쉬운 방법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다른지, 즉 구별되는 점을 파악하는 것이다. 자기다움은 자신이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고, 어떤 것에 열정을 느끼는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표현하는지 등 자신의 고유한 경험과 가치를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브랜딩 관점에서 자기다움을 살펴보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브랜드 연상은 매우 중요하다. 브랜드 연상은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어떻게 인식하고 기억하는지에 관한 것으로,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브랜드 연상을 구축할 때, 제품 카테고리와 공유하는 전형적인 연상을 POP(Point of Parity)라고 하고, 경쟁 브랜드와 다른 독특한 연상을 POD(Point of Difference)라 한다.


유명한 사례를 살펴보자. 1975년 미국에서 출시된 밀러 라이트 맥주는 ‘라이트 맥주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그레이트 테이스트 로우 칼로리(Great Taste Low Calories)’라는 캠페인을 통해 라이트 맥주는 맛이 없다는 편견을 깼다. 밀러 라이트는 ‘칼로리가 낮고, 포만감이 적다’는 차별점(POD)뿐만 아니라, 맥주의 기본적인 맛(POP)도 우수하다는 메시지를 강조함으로써 성공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밀러 라이트의 사례는 단순한 제품 출시 이상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결과물이었다. 당시 미국 맥주 시장은 고칼로리와 높은 포만감으로 인해 건강과 체중 관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밀러 라이트는 이러한 소비자 니즈를 분석하여 ‘라이트 맥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함으로써 시장에서의 선도자 위치를 확보했다.


그러나, 라이트 맥주는 칼로리가 낮다는 점이 오히려 맛의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밀러 라이트는 소비자 조사와 메시지 개발 과정을 통해 ‘Great Taste, Low Calories’라는 강력한 슬로건을 만들어냈다. 이 캠페인은 맛과 칼로리라는 상반된 속성을 성공적으로 통합한 사례로, POP(맥주의 기본 맛)와 POD(칼로리와 포만감) 간의 균형을 완벽히 구현한 전략이었다.


더 나아가, 밀러 라이트는 대중적인 광고 캠페인을 통해 이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며 소비자와의 정서적 연결을 강화했다. 이는 단순한 제품 광고를 넘어,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결시킨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결과적으로 밀러 라이트는 라이트 맥주 시장을 선점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선택과 즐거움을 동시에 제공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 사례는 자기다움이 경쟁 브랜드와 비슷하면서도 독특한 요소를 소비자로부터 인정받아 만들어진 것임을 보여준다. 커뮤니케이션 전략 측면에서, 이는 단순히 차별화를 넘어 공감과 신뢰를 동시에 형성하는 데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이렇듯 자기다움은 타인과의 차별화된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균형을 필요로 한다.


자기다움을 유지하는 힘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자기다움을 유지하고 지키는 것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사람이든 브랜드든 자기다움은 정체성의 기반이 되며, 이를 통해 일관성을 유지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 자기다움은 우리가 누구인지 기억하게 하고, 우리의 선택과 행동을 안내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자기다움은 결국 지속 가능한 소통과 연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자신의 독특함을 추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타인과의 관계와 조화 속에서 빛을 발한다. 자신의 개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주변과의 단절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기반으로 타인과 어울리고 협력할 때, 자기다움은 더욱 강력해지고 지속 가능해진다. 자기다움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단순하다. 나만의 개성을 찾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것을 주변과의 조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결국, 자기다움은 타인과의 연결과 조화 속에서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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