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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Apr 15. 2016

셀카봉 팝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하철을 탔다.

몇 분이 지나자 어느 아저씨가 "셀카봉 팝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지하철의 잡상인이었는데, 그 아저씨의 옷차림은 사뭇 다른 사람과 달랐다.

마치 회사에 출근하는 것처럼 깨끗한 하얀 와이셔츠와 넥타이, 깔끔한 정장 바지를 입고 있었다.

문득 머릿속으로 회사에서 해고되는 바람에 가족에게 출근한다고 말한 채, 지금 셀카봉을 판매하는 건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경기 불안으로 고용이 줄어든 한국에서는 있을 법한 일이었다.

아저씨는 연신 "인터넷에서 13,000원 대에 팔립니다. 저는 5,000원에 팔아요. 제가 직접 도매로 구매해서 가져온 제품입니다."이라며 말씀하셨다.

아저씨가 파는 제품을 보니 인터넷에서 사려고 고민했던 제품과 비슷한 제품이었다.

수중에 돈이 4,000원밖에 없어서 아저씨의 셀카봉을 사지 못했고, 이야기도 나누지 못했다.

아저씨는 몇 칸을 옮겨 다니시며 "셀카봉 팝니다."이라며 말씀하시다 이윽고 자리를 옮기셨다.

돈 1,000원만 더 있었다면, 아저씨의 셀카봉 한 개를 사서 조금은 가벼운 어깨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

어떤 사정이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회사에 출근하는 듯한 복장으로 지하철에서 셀카봉을 판매하는 아저씨의 모습은 무거워 보였다. 부디 다시금 입고 있는 깔끔한 복장으로 웃을 수 있는 날이 오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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