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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May 08. 2017

무기항 요트 세계 일주 김승진 선장

03.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지난 2016년 3월 23일 수요일, 내가 다니는 대학교에 김승진 선장님의 특별 강연이 있었다. 김승진 선장님은 한국에서 최초로 단독으로, 무기항으로, 무원조로 요트를 타고 세계 일주에 성공한 분이다. 김승진 선장님은 <당신의 도전은 무엇입니까?>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세계 일주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도전이라는 묵직한 단어로 시작한 선장님의 강연은 대단히 흥미로웠다. 무기항이라는 것은 단 한 번도 어느 나라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바다를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혼자 요트 한 대를 타고, 망망대해를 건너면서 세계의 바다를 돌아다닌 김승진 선장님의 이야기는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바다를 항해하며 마주친 돌고래 떼를 수중에서 촬영하다 상어를 맞닥뜨리기도 하고, 흐릿한 날씨 속에서 커다란 유빙을 만나기도 하고, 2개월에 걸쳐서 함께 여행한 '알바트로스'라는 새의 이야기도 대단히 흥미로웠다. 지금도 선장님이 보여주고 들려준 이야기를 떠올리면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선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도전'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도전이라는 단어를 거창하게 생각하고, 도전한다는 것은 세계여행이나 히말라야 같은 극한의 상황을 마주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도전을 말하면, 도전은 삶에 있어 너무 어렵다.


 도전의 가치는 형태와 상관없다. 지금 내가 가슴에 품은 꿈이 다른 사람의 꿈과 달리 왜소하다고 부끄러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내가 품은 꿈은 나에게 최고의 꿈이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은 충분히 멋지다. 그 꿈을 우리기 위한 한 걸음이 작은 도전이고, 작은 도전이 쌓여 큰 도전으로 이어진다.


 김승진 선장님은 아래와 같은 말씀을 해주셨다.


"가정을 만들고 지키며 사는 것. 이것은 굉장한 도전입니다. 그렇죠? 취업이 얼마나 힘들어요? 그런데 그걸 아무것도 아닌 도전이라고요?

그렇게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모든 것이 다 도전입니다. 도전의 가치는 형태와 관련이 없습니다.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가장 좋은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남들과 같이', '남들처럼'이라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많은 학생이 '선생님의 멘토는 누구냐'고 물어봅니다. 저는 멘토가 없습니다. 제가 왜 멘토를 만들어야 하나요? 따라 하고 싶은 사람이 없는데. 저는 제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저 스스로가 멘토가 되어야죠."


 가치 있는 도전은 그 도전의 그릇이 얼마나 큰지에 달린 게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선장님은 도전에는 무엇보다 순수성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어떤 도전을 통해 얻을 가치를 먼저 따지는 게 아니라 도전 자체의 가치가 먼저라고 강조하셨다.


 도전은 우리가 성공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단지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이고, 정말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우리는 무겁게 느껴지는 도전의 무게를 조금은 덜고, 지금 현재를 즐기는 기분으로 도전을 즐기면서 할 수 있지 않을까?


 나에게 있어 지금 즐기면서 하는 도전 중 하나는 피아노다. 이제 베토벤의 소나타 월광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고, 아직도 가장 큰 목표인 쇼팽의 에튀드 겨울바람은 멀기만 하다. 하지만 누가 억지로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고, 스스로 하고 싶어서 선택한 내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라 즐겁게 하고 있다.


 비록 스페셜리스트 정도의 실력을 갖추지 못해 대중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유명한 피아노 콩쿠르에 나가 우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연주하고 싶은 곡은 연주할 수 있는 것 자체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삶 속의 가치와 우리가 하는 도전의 가치는 외부가 아니라 내면에 있다.


 지금 우리에게 빠르게 퍼지고 있는 삶의 방식인 미니멀 라이프 또한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맹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며 허세를 부리는 커다란 도전과 욕심을 가지지 않고, 작은 도전 하나하나에 가치를 두면서 소박한 삶의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미니멀 라이프이니까.


 도전이라는 단어가 우리 삶에 가지는 무게는 상당히 무겁다. 특히 나와 같은 20대의 시간을 살아가는 청춘에게 도전은 반강제적인 의무가 되었다. '너 그렇게 패기가 없어서 어떻게 할래?' '요즘 젊은이는 패배주의에 젖어있다.' 등의 말을 주변 어른, 정치인에게서 흔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청춘은 패기가 없어서 도전하지 않고, 패배주의에 젖어 있어서 도전하지 않는 걸까?


 나는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싶지 않다. 청춘이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과거와 달리 지금 우리 청춘의 어깨에 짊어진 짐의 무게가 너무 무겁고, 사회가 한 번의 실패조차 "할 수 있어! 다시 힘내!"라며 응원해주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왜 무모한 짓을 해? 바보 같은 놈!"이라며 비판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교육을 받았다. 우리에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위험 요소가 적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선택지를 고르는 일이다. 허무맹랑한 꿈을 좇는 것은 대단히 비합리적이고, 투자 대비 손해를 크게 볼 수 있는 도전은 금기시되어왔다.


 이런 현실에서 도전하지 않는 삶을 산다고 누가 청춘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나와 같은 20대 청춘은 어른들이 가르쳐준 방식대로 살다보니 위험한 도전보다 안정을 고르는 합리적인 선택을 했을 뿐이다. 패기가 없고, 패배주의에 젖은 게 아니라 위험요소가 적은 선택지가 배운 정답이었다.


 대학에서 인문학 특강으로 들을 수 있었던 한국 최초로 단독, 무기항과 무원조로 요트를 타도 세계 일주를 한 김승진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금 깊이 도전이라는 단어에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인생은 즐기는 자의 것이고, 도전 또한 마땅히 그렇다. 도전은 무거운 짐이 아니라 즐거운 오락이어야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나는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고, 여기에 꿈을 두고 좇아가는 도전을 하는 삶을 살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더라도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내 삶의 가치를 높여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도전은 마땅히 이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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