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노지 생활 백서
사람은 그 사람이 돈을 쓰는 스타일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느 정도 돈을 모을 수 있는지 엿볼 수 있다고 한다. 《알리바바 마윈의 12가지 인생강의》에서 읽은 에피소드 중에서는 '알리바바' 사원들은 비싼 중형 택시를 보내고, 좀 더 저렴한 소형 택시를 타고 다닌다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세계적 대기업의 CEO인 마윈 또한 비행기보다 버스와 열차를 이용한다고 한다.
이렇게 부자들은 다른 사람이 보면 조금 지나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돈을 쓰는 데에 정말 각박하다. 그래서 그들은 부자가 된 것이 아닐까? 우리는 돈이 많으면, 그만큼 돈을 쓰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부자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이 계속 부자로 남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벼락부자만이 부자가 되자마자 흥청망청 돈을 쓰다 바로 몰락해버리지, 그들은 절대로 돈을 흥청망청 쓰지 않는다. 늘 소박한 삶을 추구한다.
어떤 사람은 부자들이 돈을 쓰지 않으면 경제가 돌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회의적인 시선을 가지는 이유는 한국의 재벌들이 그런 돈을 개인의 탐욕을 위해서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에서 볼 수 있는 부자들의 사례는 우리 한국의 재벌과 그 경향이 다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혹은 세계적인 부자로 유명한 워런 버핏은 소박한 삶을 추구하면서도 많은 돈을 사회에 기부한다.
그들에게 기업의 역할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라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건 미국이기에 기업의 정의가 다른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경제를 배울 때에도 '기업의 역할은 이익을 분배하는 것'이라고 배운다. 한국의 구글로 불리는 《핸드 스튜디오》의 안준희 대표도 그 당연한 역할을 지키면서 사내 복지를 늘리고, 직원들의 행복을 위해 함께 기부하는 행동을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유명한 대재벌들은 그것을 지키지 않고, 대체로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부를 축적한다. 산업재해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보상도 해주지 않고, 직원들이 임금 상승 혹은 대우 개선을 위한 시위를 하더라도 묵살해버린다. 그들에게 기업은 '나를 위해 돈을 축적해주는 것'일뿐이지, 사회에 부를 분배하는 기능을 담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 경제는 시커먼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알리바바 마윈의 12가지 인생강의>를 보면 이런 글이 있다.
죽어서 하늘나라에 간 사람이 있었다. 하느님이 그를 한 방으로 데리고 가더니 "봐라, 이것이 지옥이다."라고 했다. 그 방의 정중앙에는 큰 솥이 놓여있었다. 솥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은 배고파하며 손에 큰 국자를 들고 있었다. 국자의 손잡이가 너무 길어 국을 입 안에 넣을 방법이 없었다. 솥 안의 국을 바라보며 굶고 있는 것이었다.
하느님은 이번에는 그를 다른 방으로 데려갔다. "이번에는 천당을 보여주마." 이 방에도 솥이 놓여 있었다. 그러나 이 방 사람들은 모두 안색이 좋고 행복해했다. 손에는 긴 국자가 들려 있었다. 각자 고깃국을 떠서 다른 사람을 먹여 주고 있었다. 똑같은 조건인데 한쪽은 천당이고 한쪽은 지옥이다. 혼자서 자원을 독점하느냐 아니면 이익을 공유하느냐에 행복이 달려 있다는 교훈이다.
(p286_알라바바 마윈의 12가지 인생강의)
이런 이야기는 우리와 다른 남의 이야기로 느껴져서 잘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저 하루 살아가기 힘든 우리가 '짠돌이'이라는 별명을 들으면서 돈을 모으고, 의미 있는 데에 돈을 사용하는 건 솔직히 힘든 일이니까.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개인적으로는 '필요 없는 곳에서는 돈을 쓰지 않는다.' 하고 자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나는 돈을 모으지 못하는 소박한 시민이다.
나는 대다수가 한다는 술을 마시지 않고, 기호 상품인 담배도 피우지 않고, 친구도 거의 없어 사람들과 만나서 돈을 쓰는 일이 없다. 그래서 나는 적은 수익만으로도 한 달을 버틸 수 있을 정도인데, 그럼에도 나는 늘 돈의 부족에 시달린다. 무슨 사설 도박을 하는 것도 아니고, 옷을 사는 것도 아니고, 비싼 외식을 하는 것도 아닌데 늘 돈이 없어서 종종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돈이 없다’는 글을 남기기도 한다.
내가 항상 돈이 없는 이유는 책을 구매하는 데에 적잖은 비용을 쓰기 때문이다. 나는 매달 기본 최저 15만 원가량의 금액을 사용하면서 꾸준히 책을 구매하고 있는데, 지난 몇 달 동안은 책을 구매하는 데에 15만 원 이상의 비용이 지출되어 버렸다. 더욱이 지금은 도서정가제 실시로 책을 구매하면서 얻을 수 있는 포인트 적립이나 할인 혜택이 줄면서 더 심각한 '경제적 빈곤'의 위기에 처할 지경이다.
재테크 도서를 읽은 후 나는 아이패드로 가계부를 작성하고 있다. 가계부를 보면 지난 몇 달 동안 내가 어디에 돈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한눈에 쉽게 볼 수 있다. 지금 살펴보면, 지난 8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약 71만 원의 비용을 책을 구매하는 데에 사용했다. 한 달에 약 14만 원의 비용을 사용한 것인데, 최근에는 이렇게 책을 구매하는 돈마저 위태위태해진 상태라 서점의 서평단 이벤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혹자는 도대체 무슨 책을 이렇게 많이 사느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음, 글쎄. 나는 인터넷 서점에서 서평을 읽어보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카트에 넣어두고, 매달 사서 읽는 라이트 노벨 신작 시리즈가 나오면 어느 정도 카트를 채워서 구매한다. 그렇게 꾸준히 매달 책을 구매하다 보니 한 달 평균 소비 비용이 15만 원에 이르게 된 것이다. 간혹 이 비용이 초과할 때가 있는데, 그때는 다른 걸 포기하고 책을 산다.
나는 한 달 동안 밖에서 먹는 식비와 종종 집에서 먹는 식비를 매일 최저한도로 설정해 놓는다. 그리고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적금과 통신비, 보험료를 제외하고는 거의 돈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종종 '돈 씀씀이가 안 좋다.'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절대 그런 게 아니다. 내가 사용하고 싶은 곳에 사용하는 비용이 줄어들지 않다 보니 다른 곳에 돈을 쓸 수가 없는 것이다.
밥을 먹을 때도 제법 다양한 방법을 이용한다. 외식을 할 때는 최대한 싸게 먹으려고 하고, 요즘에는 매주 한 번은 먹던 치킨마저 끊었다. 치킨을 먹을 수 있는 돈으로 소시지나 햄 같은 반찬을 구매하면 몇 끼를 배부르고 맛있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일주일에 한번 치킨을 먹을 때보다 살은 더 찐 것 같지만, 돈은 최대한 절약하면서 불필요한 식사에 돈을 사용하는 걸 줄여가고 있다.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 어디에 가서 놀지도 않고, 밥 먹을 때에는 싼 것을 먹고, 밥값이 아까워서 외식보다 시켜서 먹고, 시켜서 먹기보다 그냥 있는 것으로 대충 때우고, 포인트 적립은 꼭 하고, 할인 쿠폰은 꼭 챙기는 나. 이 이상한 나는 그냥 돈이 아까워서 안 쓰는 짠돌이라기보다 그 돈을 모아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고 싶은 것을 사는 현명한 소비자라고 말하고 싶다.
때로는 돈을 버는 이유는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서라고 생각해 돈이 아슬아슬해도 치킨이나 피자 등을 시켜먹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먹을 때는 좋았지만, 먹은 이후에는 항상 후회감이 들었다. 나는 그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 더 악착 같이 밥 한 끼 대신 책 한 권을 구매하려고 한다. 책은 좀처럼 후회하지 않는 선택지이고, 내 몸과 정신을 위한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밥 한 끼 대신 책 한 권. 앞으로도 이 선택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