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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Aug 03. 2018

오피스텔

만약 오피스텔을 하나 얻고 싶다면 필요한 돈이 얼마일까?


몇 년 전부터 내가 사는 김해에는 새벽 시장이 열리던 장소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있었다.

얼마 전에 우연히 그 근처를 지나다 이제 건물이 다 완성되어 마지막 작업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정확히 몇 층 규모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목을 뒤로 꺾으며 올려다보아야 하는 높이는 아찔했다.

인근에서 가장 높이 쌓아 올린 건물이라고 말하는 그 건물은 상가와 오피스텔이 함께 있는 건물이었다.

다음에 장차 독립한다면 작은 오피스텔 혹은 소형 아파트를 얻고 싶어 가격이 얼마인지 궁금했다.

김해의 여러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한 아저씨에게 현재 이루어지는 매매 가격을 물어보았다.

가격은 오피스텔 하나가 최소 3억 원. 3천만 원도 아니고, 1억도 아닌 3억 원이다.

그것도 최소 가격이 말이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말문이 막혔다.

서울이나 부산도 아닌 김해에서 오피스텔 하나가 3억이라고?

아무리 경전철 역이 가까이에 있다고 해도 너무 거품이 심한 금액이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오피스텔 같은 건물은 처음에 높이 불러도 시간이 흐르면 노후화하면서 내려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시세가 3억 이상의 호가를 기록한다는 건 투자한 사람들의 욕심이 너무 큰 것 같았다.

우후죽순 짓는 아파트에 입주할 사람이 없어 빈 아파트도 적지 않은 이 시기에, 3억이 하는 오피스텔에 들어가 생활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아니, 생활하는 사람이 아니라 임대를 해서 임대료를 받으려고 하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어머니 지인 한 분도 노후 생활을 위해 오피스텔을 구입하려고 대출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렇게 자신이 가진 현금 자산으로 살 수 없는 부동산을 시세 차익 혹은 임대 수입을 노리고 대출을 받아 구입을 하니 계속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정작 조금 더 저렴하게 들어가 살고 싶은 사람들은 살기 쉽지 않은 거다.

과연 이런 모습이 옳은 건지 난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 대학 졸업까지 6개월을 남겨둔 시점에서 내가 독립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든다.

나만의 스튜디오, 나만의 사무실이 필요한 1인 미디어로서 삶은 너무나 갈 길이 먼 것 같다.

아니, 1인 미디어로서 독립을 꿈꾸기 이전에 대한민국을 사는 평범한 가정의 20대는 과연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기는 할까? 베이징의 쥐 족처럼 점차 지하로 들어가 좁은 원룸 같은 곳에서 생활을 전전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늘 높이 쌓아 올려진 건물을 바라보니 한탄만이 저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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