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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Aug 07. 2018

학사 공지사항

만약 학교 학사 공지사항을 확인했더라면 나는 조금 더 알찬 방학을 보냈을 수도 있었다.

얼마 전에 이제 슬슬 방학이 끝나간다고 생각해서 수강 신청 일정을 알고자 대학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학사 공지사항 리스트를 천천히 읽다가 방학 동안 계절 특강을 통해서 토익 강의가 있다는 걸 알았다.


졸업까지 남은 학점은 8학점이 남았지만, 토익 졸업 인증을 위해서 들어야 하는 사이버 토익 강의는 2개가 남았다. 학기 중에 사이버 토익 강의 2개를 동시에 들으면서 일반 강의까지 듣는 일은 솔직히 힘에 부치는 일이다. 지난 1학기에 그렇게 들으면서 사람이 정말 미칠 것 같았다. 그래도 마지막 학기이니 어느 정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복학이 늦은 데다 다른 학생과 교류가 없고, 학교 정보에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마 계절 학기에 토익 강의 2개를 들을 수 있었을 줄이야. 미처 알지 못했다.


만약 학교 학사 공지사항을 확인했더라면 방학 동안 토익 강의 2개를 듣고, 4학년 2학기 수업은 그냥 6학점만 채우면 내년 2월에 졸업을 할 수 있었다. 이 게으름 덕분에 나는 또 4학년 2학기 수업에 또 그 고생을 해야 한다.

흔히 대학은 자기가 챙기지 않으면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번에 들어 그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6년 만에 대학 2학년으로 복귀한 뒤 아무것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수업을 들었고, 조금씩 수업을 따라가며 3학년이 되었고, 이제야 대학 커리큘럼을 조금 이해한 상태에서 4학년 1학기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4학년 2학기가 되어서 계절 학기 시스템에 대해 이해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4학년 1학기 수업을 같이 들었던 후배 두 명과 과제 때문에 함께 만든 단톡방에서 7월 4일에 계절 학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나는 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계절학기 신청할걸’이라고 메시지를 쳤었는데, 7월 4일에도 토익 사이버 강의는 신청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그때 내가 학사 공지사항을 확인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언제나 지나고 나면 후회뿐이다. 대학은 남이 떠먹여주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자신이 열심히 퍼먹어야 하는 곳임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덕분에 나는 4학년 2학기 마지막 수업에 8학점이나 들어야 하고, 사이버 토익 강의를 따라가며 미친 듯이 또 준비해야 한다. 토익 750점을 찍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토익책은 아직 한 번도 펴보지 못했다. 만약 이런 내가 지옥에 떨어진다면 나태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테지.

다른 일을 열심히 하느라 미처 하지 못했다고 변명하고 싶지만, 그것 또한 변명에 지나지 않음을 안다.

다음부터는 꼭 학사 공지사항을 꾸준히 확인하며 무엇하나 놓치는 일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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