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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Aug 08. 2018

우울증

만약 우울증을 겪고 있다면 일단 하는 일 모든 걸 멈춰보자.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멈춰야 한다.

하지만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부정적인 생각을 멈추기란 쉽지 않다.

내가 우울증에 시달릴 때는 매일 같이 하루가 너무나 싫어서 아침이 오지 않기를 바랬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부정적인 생각을 멈추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다. 심지어 우울증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자신하는 지금도 나는 부정적인 생각을 쉽게 멈추지 못한다. 우연히 거울 앞에서 내 모습을 보면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려버리고 만다. 살이 찌고, 잘 생기지 못했고, 말투는 어눌한 내 모습이 마치 거울 속에 그대로 비친 듯한 모습이라 도저히 나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하면 자존감이 낮아지고, 결국 다시 우울증이 도지고 만다.

근데 이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처도 할 수 있다. 거울에 우연히 비친 내 모습을 볼 때마다 자괴감이 든다면, 거울에서 고개를 돌려 다른 생각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을 멈추는 일이다. 우울증을 겪었던 사람은 흔히 말하는 '돌연 리턴'을 통해 다시금 우울증을 겪던 시절과 똑같은 감정의 늪에 빠질 때가 있다. 하지만 돌연 리턴이 또 찾아왔다는 걸 알면 금방 멈출 수 있다.


아침이 괴로울 때는 일부러 아침 해가 뜨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다.'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아침에 피아노 연습을 하면서 괴로운 생각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간의 즐거움을 느끼고자 한다. 세상이 아무리 불행하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다고 생각이 들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순간에는 잠시 부정적인 생각을 멈출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면 어느새 웃는 내 모습을 볼 수 있다.


우울증은 한순간에 고쳐지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가 나를 향해 "그런 건 마음이 약해서 그런 거야. 네가 문제야."라고 말한다면, 화끈하게 그 사람과 모든 관계를 일시적으로 끊어버리는 일도 나쁘지 않다. 그런 사람은 곁에 있어도 오히려 독이 되는 사람일 뿐이다. 우울증이라는 건 길게 조금씩 이겨내는 일이다. 시간이 흐르는 대로 몸을 맡기며 오늘을 살아간다면, 차츰 내가 바라보는 모노크롬 풍경에 색이 돌아오고, 기력과 감정이 돌아옴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의 나는 딱 그 상태다. 색이 돌아오던 풍경이 다시 흑백으로 바뀌어버릴 때도 있지만, 나는 색칠 공부를 하는 느낌으로 다시 색을 칠한다. 하늘색으로 칠했던 하늘은 때때로 노을이 지는 붉은 색, 때때로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보라색으로 칠하기도 한다. 우울증을 낳는 불안은사라지지 않고 가끔 고개를 들이밀지만, 나와 함께 나아가는 존재임을 안다면 충분히 함께 할 수 있다.


일본에서 건너와 한국에 정식 발매된 <우울증 탈출>이라는 만화 에세이. 그 책을 읽으면서 나는 다시 한번 내가 겪는 우울증에 대해 생각했다. 여전히 나는 자존감도 낮고, 살짝 관심이 있는 이성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우연히 비친 거울의 내 모습에 도망치기도 하고, 도대체 좋아하는 게 뭔지 몰라서 어떻게 좋아해야 할지도 몰라 고개를 돌리기도 하지만, 이런 모습이 평범히 살아가는 내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만약 우울증을 겪으며 괴로워하고 있다면, 지금 하는 일과 생각을 멈추고 잠시 고개를 돌리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시간이 흐르는 대로 몸과 생각을 맡겨보자.

그러면 어느새 조금씩 풍경에 색이 돌아오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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