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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Aug 27. 2018

목소리

만약 그때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면 지금과 상황이 달라졌을까?

어제 새로 야간 아르바이트를 구한 동생이 하루 만에 잘렸다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야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기 위해서 교육을 받고, 하루 근무를 했을 뿐인데 잘려버리다니?

도대체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과거에 아르바이트를 하다 그만둔 이야기를 한 게 이유라고 말한다.

당시에 사장이 "왜 그만뒀냐?"고 물어봐서 그냥 솔직하게 대답했다고 한다.

잔업을 시켜도 잔업 수당 하나 똑바로 주지 않고, 무리해서 일을 하다가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 있는데 사직서를 쓰라고 해서 그만뒀다고.

그래서 사장이 "보상 같은 건 안 받았나?"라고 물어봤는데,

동생은 그 질문에도 솔직하게 "노동청에 신고하기도 했지만, 어머니가 아시는 분의 일터라 뭘 할 수가 없었다."라며 대답했다고 한다. 아마 분명히 굉장히 감정을 실어서 당시에 일하던 곳의 직장을 비판했을 거다. 동생은 지금도 그 회사에 큰 앙심을 품고 있다. 그래서 당시 이야기만 하면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서 잔업 수당이나 야근 수당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아마 편의점 사장은 이런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에서 제대로 임금을 쳐주는 곳이 과연 몇 곳이나 될까?


소수의 사례로 판단할 일은 아니지만, 제대로 임금을 받는 곳은 열 군데 중에서 3할이 채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동생이 일하러 간 편의점에서도 야간 알바가 시간당 6,500원 정도를 받고 일한다고 한다. 2018년 최저임금 7,530원에서 30원은 빼더라도 1,000원을 덜 받는 거다.

당연히 임금 후려치기를 하고 싶은 사장은 과거 동생이 그만둔 사례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거다. 100% 나중에 임금 문제로 노동청에 문제를 제기할 확률이 높으니, "우리가 함께 일하는 건 안 맞는 것 같다."라고 말하면서 동생에게 그만두라고 말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는 그렇다. 제대로 사람들이 챙겨야 하는 당연한 권리를 챙기고자 한다면, 질타를 받거나 사회생활을 똑바로 할 줄 모른다는 말을 듣는다. 임금 후려치기를 당하더라도 그냥 잠자코 있어야 한다. 노동청에 신고하거나 잔업 수당 혹은 야근 수당을 제대로 원한다고 말하면 해고가 되어버린다.

이러니 어찌 한국을 '헬 조선'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떤 국회의원이 말한 것처럼 그것도 다 좋은 경험이라고 넘기기엔, 오늘날 청년 세대가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소득을 올리는 성장을 하더라도 임대료를 비롯한 대기업이 가맹점에서 갈취하는 불법적인 계약 형태가 남아있는 이상, 프랜차이즈 자영업자와 그 자영업자 밑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 겪는 고초는 변하지 않을 거다. 문제는 이러한 잘못된 걸 알고 있어도 고치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대기업은 뒤에서 경제가 망한다며 여론과 야당을 부추기고, 가맹 업을 시작한 자영업자들마저 거리로 나와 '최저임금 상승이 사람 죽인다.'라며 외친다. 모두가 변화를 싫어하고, 더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한 발판을 무서워한다. 그저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앞으로도 그렇게 사는 게 바르다생각해 멈춰있기를 바라는 거다. 어쩌면 이렇게 모든 게 가진 사람을 위한 프레임으로 정치와 경제가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만약 동생이 그때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면, 그저 순순히 회사가 시키는 대로 사직서를 쓰고, 잔업 수당과 야근 수당을 바라지 않았다면, 지금과 상황이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건 절대 옳은 일이라고 말할 수 없다. 사람의 당연한 권리를 포기하는 일이 사회생활을 잘하는 일이라면, 한국 사회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일을 빌어먹을 일이다. 헬 조선. 정말 하나도 틀린 게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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