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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Sep 04. 2018

 버킷리스트

만약 버킷리스트를 적는다면, 무엇을 적어야 할까?

살면서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을 우리는 버킷리스트라고 말한다.

영화 <버킷리스트>를 통해 처음 버킷리스트를 제대로 이해한 나는 당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살면서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라고 해서 혹시 내 마음에 크게 와닿지 않는 일을 일부러 거창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게 과연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지 생각하기 전에, 일단 크고 이루기 어려우면 버킷리스트로 적어두는 거다.


물론, 이 일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적은 일을 우리의 버킷리스트라고 말할 수 있을까? 버킷리스트라고 말하기보다 막연히 해보고 싶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버킷리스트를 적을 때는 적어도 '꼭 해보고 싶다.'라는 간절함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일단 쭉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일을 정리한 이후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그렇게 해야 우리는 버킷리스트를 실천하기 위해서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버킷리스트는 꼭 거창할 필요가 없다. 아주 사소한 것으로도 충분하다.


또한, 버킷리스트는 고정불변의 법칙을 가진 리스트가 아니다.

"버킷리스트는 계속 추가할 수도 있고, 삭제할 수도 있고, 변경할 수도 있다."

이 말은 김해 독서대전에서 만난 구경선 작가가 들려준 이야기다. 구경선 작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버킷리스트로 정리해서 <그래도 괜찮은 하루>를 출간했고, 10km 마라톤을 완주했고, 수영을 배웠다.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에게는 너무나 왜소해 보일지도 모르는 버킷리스트. 하지만 어릴 때부터 청각 장애를 앓고 있는, 점점 안 보이게 되는 시각 장애를 앓고 있는 구경선 작가에게는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버킷리스트였다.


버킷리스트는 헌법이 아니다. 헌법이라도 시대에 맞춰 바뀔 필요가 있듯이, 버킷리스트 또한 시간과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버킷리스트를 실천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못 할 거야. 안 될 거야. 나는 왜 이리 못났지?'라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믿는 일이다. 나 자신을 믿어야 우리는 하고 싶은 일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 수 있고, 실패든 성공이든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만약 하나의 목표를 이루고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면? 뭐 어떤가? 그만큼 좋은 경험을 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한 시간은 즐거운 시간이었을 거다.


지금 당장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막연히 하고 싶은 일, 꼭 해보고 싶은 간절한 일을 적어보자.

내 머릿속에는 일본 코믹 마켓 방문하기, 아키하바라 다시 방문하기, 일본 카도카와 문고 견학하기, 교토 애니메이션 본사 견학하기 같은 온통 내가 좋아하는 일본 서브 컬처와 관련된 일이 떠오른다. 이 일은 내가 살면서 평생 꼭 한 번은 해보고 싶은 일들이다. 덕후로서 이 정도 욕심은 가지고 있어야 일본어 공부도 하고, 과감히 일본 여행을 떠나 문을 두드릴 수 있지 않을까?


남들이 보기에 큰 욕심일 수도 있고, 어이없는 일일 수도 있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중요하지 않다. 내가 적은 이 버킷리스트를 언제 이룰 수 있는지 알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에서 내가 무엇을 하는 지를 알고 있는 거다. 내가 지금 여기서 하는 일이 버킷리스트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면, 버킷리스트를 이루는 실천하는 일은 요원한 일일 뿐이다. 하지만 지금 하는 일이 그 버킷리스트를 실천하기 위한 출발선에서 도움닫기를 하는 일이라면, 분명히 언젠가 실천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옛날에는 막연했던 일본 여행도, 일본 연수도, 혼자서 참가하고 싶은 행사도 나는 그해의 버킷리스트로 적어둔 상태에서 하나하나 실천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이제 다음 단계의 버킷리스트도 실천할 수 있으리라 의심치 않는다. 내가 나를 믿지 않고서 어떻게 버킷리스트를 실천할 수 있겠는가. 만약 너무나 큰 버킷리트스를 적었다면, 그 큰 버킷리스트를 실천하기 위한 작은 버킷리스트를 적어보자. 작은 버킷리스트가 차곡차곡 쌓여 큰 버킷리스트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만약 버킷리스트를 적는다면 당신은 무엇을 적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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