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선물 세트

만약 추석 선물 세트를 받는다면, 나는 스팸 선물 세트를 받고 싶다.

추석을 맞아 벌써 여기저기서 추석 선물 세트 사전 예약 이야기가 올라오고 있다.

종종 뉴스에서는 추석 선물 세트로 좋은 한우 가격이 내렸다거나 얼마 팔리지 않아 불경기라고 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솔직히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 추석을 맞아 한우 선물 세트를 선물하거나 받는 집이 과연 우리 서민들의 삶과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

애초에 한우 선물 세트를 비롯해 고급 선물 세트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중산층 이상이다. 그런 사람들은 불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잘 벌어서 먹고살고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건 '서민'이라는 단어가 붙은 우리의 가정이다. 우리는 그야말로 경기의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보통 서민 가계에서 좋은 추석 선물 세트는 기름 세트가 가장 일반적이고, 다음으로 스팸 선물 세트처럼 반찬으로 삼을 수 있는 세트가 가장 좋은 선물 세트로 분류된다. 스팸 한 개를 구워서 밥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사치야말로 명절에 누릴 수 있는 큰 혜택이기 때문이다. 소고기? 한우? 그런 건 꿈에도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추석 같은 명절을 맞아 대형마트 혹은 백화점을 방문해 고급 선물 세트 구매 비용이 줄어든 걸 언급하며 경기가 안 좋아졌다고 말하는 뉴스가 불편하다. 차라리 스팸 선물 세트가 얼마나 덜 팔렸는지 조사를 해봐야 경기가 얼마나 안 좋아졌는지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나와 같은 서민에게는 스팸 선물 세트가 곧 한우 선물 세트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