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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Sep 13. 2018

거짓말

만약 거짓말로 자신의 잘못을 대충 넘어갔다면, 가급적 빨리 잘못을 밝히고 사과하는 게 좋다.

거짓말을 처음 할 때는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이래도 되나?'라는 내가 가진 양심이 똑바로 작용한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일에 차츰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우리는 거짓말이 마치 정말 진실인 듯이 말하기 시작한다. 큰 거짓말이 아니면 괜찮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순간, 우리는 거짓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거짓말은 시간이 지날수록 거짓말이라고 진실을 밝히기 어려워지고, 우리가 양심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괴물이 점차 괴물이 된다. 누군가를 속이기 위한 거짓말이 아니라 순간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이라도 빨리 바로 잡는 게 좋다. 거짓말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또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을 지키기 위해서 또 거짓말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거짓말을 해야 하는 일이 가장 끔찍하다.


나도 그런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가슴이 콩닥콩닥거리면서 '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라며 초조해했고, 내가 하는 나쁜 일이 들킬까 봐 무서울 정도로 걱정했다. 그런데 그 일이 어찌어찌 넘어가자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데에 익숙해졌고, 어느 사이에 나는 그 일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게 되어버렸다. 그 일을 반복하는 순간 내 마음속에 생긴 건 '나만 그런가?'라는 안일하고도 무섭고도 굉장히 잘못된 인식이었다.


도중에 나는 도저히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나를 위해서 악랄한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나 자신을 속이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그 일을 짧은 글로 적었다. 그리고 다시 욕심이 생길 때마다 나는 그 글을 읽으면서 '안 돼. 나는 괴물이 되어서는 안 돼.'라고 되새기며 나에게 거짓말을 하는 일을 멈추고자 했다. 덕분에 나는 그 일에서 멀어질 수 있었고, 이제는 딱히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어졌다.


거짓말로 나의 잘못을 대충 넘어갔을 때는 온종일 찝찝했다. 죄책감을 느끼다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되었을 때는 살짝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그 잘못을 바로잡은 이후 평범하게 보내는 나날은 훨씬 더 상쾌한 기분으로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거짓말을 하면서 '나는 그런 인간이 아니야'라고 부정하는 게 아니라 '나는 이런 사람이야. 이런 모습도 나의 모습이야'라며 인정하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자 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거짓말은 나를 부정하는 거짓말이다. 때로는 볼품없는 나를 거짓으로 칠해 외면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진정으로 내가 나로서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면, 진정으로 내가 나에게 당당해지고 싶다면, 나는 나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못 본 척을 해서는 안 된다.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한다. 정말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가 없다면, 글로 적어보면서 간접적으로 나를 마주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만 나는 거짓말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다. 나를 진심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내가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고, 나에게 당당해질 수 있으며, 부족한 모습을 인정하며 더 좋아질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말하는 '나를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은 바로 이렇게 거짓말로 칠해진 내 모습이 아닌 진짜 내 모습을 마주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거짓말로 잘못을 운 좋게 넘길 수 있고, 부족한 부분을 숨길 수도 있다. 그런데 거짓말은 단순히 거짓일 뿐, 내가 바뀌는 건 하나도 없다. 정말 무언가를 해내고 싶다면,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면, 잘못을 멈추고 싶다면, 필요한 건 거짓말이 아니라 진실이다. 때때로 진실을 마주하는 일이 괴로울 수도 있고, 너무나 불편해서 차라리 거짓을 바라보며 마음을 편하게 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게 사람이 가진 하나의 본능이다.


내가 본 한 만화에서는 우리의 인생을 아래와 같이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아. 때로는 헤매고, 때로는 실패도 겪어.

자기 자신은 무르다고 깨닫고 무릎을 꿇기도 하지. 그러면서도 행복해지고 싶다며 다시 일어서는 일의 반복을 사람들은 '인생'이라고 부르지."


그렇다. 우리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완벽하지 않기에 완벽해지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짓말로 완벽을 가장해도 속은 텅 비었을 뿐이다. 때로는 헤매고, 때로는 실패를 겪으며, 무릎을 꿇는 일이 생기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일의 반복을 할 수 있는 사람만이 거짓말이 아닌 진짜를 손에 넣을 수 있는 법이다. 우리는 그렇게 손에 넣은 진짜를 '인생'이라고 부른다. 부족함을 채우는 데에 필요한 건 거짓말이 아닌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다.


만약 거짓말로 자신의 잘못을 넘어갔다면, 가급적 빨리 잘못을 마주하길 바란다.

그렇게 해야 우리는 나에게 당당해질 수 있고,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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