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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Oct 23. 2018

멋진 사람

만약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면, 제일 먼저 할 일은 자학을 멈추는 일이다.

'고작 나 따위가 무엇을',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해', '나는 늘 이래'라며 자신을 낮추어 말하는 태도를 한사코 고집하는 사람은 멋진 사람이 될 수 없다. 이런 자학을 하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의 멋진 모습을 보면서 '왜 나는 저렇게 되지 못하는 걸까?'라며 부러워한다. 그들은 내가 걷지 못한 길을 자신감 있게 걷고, 내가 하지 못한 일에서도 한두 발짝은 더 앞서서 나아간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그들의 뒷모습을 쳐다보면서 눈부시다고 말한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사람들이 연애 이야기를 할 때는 '연애? 나 같은 놈이 무슨 연애를 해? 벌칙게임이야? 내가 어필하거나 고백하는 건 그 여자애한테 벌칙 게임이잖아!'라고 생각할 정도다. 이건 실제로 초등학교 시절에 겪은 경험이기도 해서 사뭇 뼈 아픈 고백이기도 하다. 갑자기 모르는 여학생이 다가와서 느닷없이 고백하더니, "사실 이거 벌칙 게임이야. 진짜로 믿은 건 아니지?"라고 말했을 때는 어안이 벙벙했다. 물론, 당시에 부끄럽거나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어서 아무런 일도 없었지만, 지금 다시 떠올리면 참 나라는 인간이 겨우 그 정도였다는 사실에 괜히 침울해진다. 그렇다고 지금 크게 변한 것도 아니라 내심 쓴웃음이 나온다.

얼마 전에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었다.


"너는 자기 자신을 낮출 때―― 왠지 안심한 것 같은 표정을 지어."


나는 생각도 못 한 말을 듣고, 뺨을 한 대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

"뭐, 눈치 못 챘지?"

"……그래."

나는 얼이 나간 듯한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안심.

내가 의도적으로 그런 감정을 품은 적은 없다. 하지만 나 자신에게 물어보니, 확실히 마음속 깊은 곳에 그런 감정이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너, 게임을 엄청 잘하지? 그럼 알 거 아냐. 그런 식으로 보험을 들며 허들을 낮춰서 안심하더라도, 전혀 성장하지 못해." (본문 341_약캐 토모자키 군 6권)


"자기 자신을 낮추며 안심하지 마. 깔 보이는 것에 안심하지 마. 잘 들어. 너 자신을 높이고, 그리고 조바심을 내며 노력한 끝에, 그렇게 끌어올린 자신에게 어울리는 자신이 됐을 때야말로 비로소 안심하는 게, 멋진 남자라는 녀석이야." (본문 342_ 약캐 토모자키 군 6권)


나는 주인공 토모자키와 똑같이 충격을 받았다. 확실히 나에게는 그런 모습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내가 지레짐작 포기하는 많은 일 중 상당수가 '나는 그 정도의 사람이 아니랴.'라며 스스로 나를 낮춘 일이 많았다. 흔히 말하는 리얼충 같은 사람이 나는 될 수 없었다.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청춘을 구가하거나 대학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거나 연애를 하는 일은 결코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했다'가 아니라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주관적으로 보더라도 나는 그런 경험이 절대 어울리지 않는 사람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자학을 나도 모르게 반복하는 일이 익숙해져 나는 아직도 나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는 건지도 모른다. 나 자신을 좋아하지 못하는 이상 자신감을 가질 수 없고, 자존감을 기대할 수도 없다. 그런 사람이 누군가와 관계를 맺거나 함께 어울리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나는 그런 약점을 극복하고자 늘 책을 토대로 배운 대화의 기술을, 대화하지 않아도 대화가 끊어지지 않는 기술을 배우려고 했다. 내가 적극적인 화자가 될 수 없으면, 최소한 이상적인 청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선의 커뮤니케이션과 도전을 반복하며 지금의 자리를 다져왔다.


만약 여기서 한층 더 성장해서 진심으로 '난 멋진 사람이야.'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자기 자신을 낮추며 안심하는 일을 극복할 필요가 있었다. <약캐 토모자키 군 6권>의 주인공이 친구에게 들은 지적, 자기 자신을 낮출 때 안심해버리는 일. 어떤 일에 도전하기 전부터 벌써 '나는 그 정도의 사람이 아니야.'라며 패배자 같은 생각을 한다면, 사람은 결코 도전을 통해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그저 어영부영 도전했다는 과정 하나만 강조하며 소리만 요란한 빈 깡통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나를 낮추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많은 책을 통해, 많은 강연을 통해 수백 수천 번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그 일이 잘 안 된다. 어떤 일에 잔뜩 도전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제정신이야?'라며 부정적인 생각을 하다 포기해버리는 일이 적지 않다. 태어나서 한 번도 손을 대어보지 못한 연애라는 부분이 그렇고, 연애 이전에 사람들과 오프라인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일이 그렇다. 지금도 만약 그런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머릿속이 텅텅 비어 '어쩌면 좋지? 역시 나라는 놈은 이런 일을 하는 게 아니었어.'라는 자학을 먼저 해버리고 말 것 같다. 참,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포기해버리면 딱 거기까지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단 한 번도 나 스스로 '난 제법 멋진 놈이잖아?'라고 생각할 수 없는 사람으로, 그저 남의 화려한 모습을 바라볼 뿐인 한심한 녀석으로 남을 뿐이다.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 살면서 한 번은 멋진 놈이 되어보고 싶다. 아니, 멋진 놈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렇기 위해서는 먼저 자학을 멈추는 일이 필요하다. 나 자신을 좋아하는 일은 아직도 요원한 일이지만, 적어도 무심코 '나 같은 놈이 뭘….'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줄여나가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자학은 나 스스로 비관적인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 나 자신을 부정하기 때문에 하는 일이다. 만약 자학을 멈추고자 한다면, 스스로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올곧이 인정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그때야 비로소 부족한 나를 바꾸기 위한 방법과 부족한 부분이 아니라 장점을 어떻게 더 돋보여 부족한 부분을 대체할 수 있을지 방안을 찾을 수 있다. 나를 좋아하는 일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하는 게 아닐까?


만약 이 글을 읽는 사람이 나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면, 만약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면, 일단 제일 먼저 할 일은 자학을 멈추는 일이다. 자학은 우리의 자존감을 높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하고, 약한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며 현실 도피를 하는 일에 불과하다. 자학을 멈추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우리가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 가져야 하는 가장 필수적인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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