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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Nov 14. 2018

실망

만약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면, 지금 똑바로 정신차리자.

내가 나에게 실망했다고 주눅이 들어 있으면 안 된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공허한 눈으로 쓰러져 있어도 누구도 선뜻 나서서 도와주지 않는다. 그런 나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은 대체로 사이비 종교 집단의 권유이거나 나를 이용하기 위한 사기꾼들뿐이다. 사람의 약한 마음을 노리고 접근하는 악질적인 사람에게 흔들려 한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정말 사람은 밑도 끝도 없이 망가져 버리고 만다. 사이비 종교와 사기꾼들이 무서운 이유는 누구보다 교묘한 화술과 방식으로 약한 부분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똑바로 정신차려야 한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못하면 내 간이고 쓸개고 모두 악질적인 놈들에게 빼앗겨버리고 만다. 두 번 다시 재기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질 수도 있다.

한번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면, 애초에 나는 완벽할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자. 분명히 어릴 때 나는 스스로 슈퍼맨 같은 히어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스티브 잡스 같은 천재적인 선구자가 되어 다른 사람과 차원이 다른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도 잔인해서 살아갈수록 내가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너무나 커다란 꿈을 꾸다 곤두박질치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나는 고작 이런 놈이야.'라며 실망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게 현실이니까.

하지만 현실이라는 건 잔인해도 굉장히 합리적이다. 그 사실을 인정한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비록 스티브 잡스 처럼 역사에 이름이 남을 천재적인 선구자는 되지 못하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꼭 그 정도로 위대해야 할 필요도 없다. 대신 현실과 타협하되 이상은 버리지 말자.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지금 눈앞의 일에 집중해서 즐기는 사람만이 나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는 오늘을 살 수 있다. 그게 바로 진짜 위대한 업적이 아닐까?

기대치가 높을수록 실패했을 때 실망도 큰 법이다. 적정선까지 기대치를 낮추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수준보다 낮게 낮추지는 말자. 실패하고, 실망하고, 후회하면서 사람은 성장하는 법이다.

나는 늘 사람과 만나는 일이 어려워 교류회 같은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대화를 잘 이어가지 못하는 나에게 실망했다.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서 엉뚱한 실수를 했을 때는 크게 후회하며 "아아아아아악!"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처음에는 무서웠다. 계속 이렇게 실패를 반복하면 나는 주변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 걱정도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교류회 같은 행사에 참여하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다. 적극적인 화자가 될 수 없을 때는 적극적인 청자가 되고자 했다. 무엇이든 남과 똑같이 할 필요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지금 여기에 집중하면 또 다른 길은 열리기 마련이다.

그러니 만약 지금의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면, 똑바로 정신을 차리자. 내가 뭘 하려다 실패해서 나에게 실망했는지 원인 분석을 하고, 두 번째 도전에서 똑같은 결과가 되지 않는 방법을 찾아보자. 목표치를 약간 낮추어도 괜찮고, 속도를 약간 줄여도 괜찮다. 모두가 급히 간다고 해서 덩달아 급히 갈 필요가 없다. 나만의 속도로 내가 정말 가고 싶은 방향을 향해 가면 된다. 그러면 언젠가 반드시 웃으며 '정말 잘했어!'라며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오늘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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