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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Jan 03. 2019

새 책장

만약 새 책장을 구매해서 정리를 새롭게 시작한다면, 문득 어느 사실을 하나 깨달을 수 있다.

바로, 텅 빈 새 책장에 책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넣는 일은 무척 쉽지만, 오래된 책장에서 복잡하게 쌓인 책장의 책을 빼내서 다시 정리하는 일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이 오래된 책장에도 처음에는 아주 깔끔하게 책을 정리했을 거다. 내 성격상 그렇게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책을 보관하기 위해서 최대한 공간을 아낌없이 사용하려다 보니, 책장은 책이 종류별 혹은 출판사별 혹은 크기 별로 정리하지 못한 채 뒤죽박죽이 되어 있었다. 책장을 정리할 때 처음부터 조금 더 계획을 잘 세웠다면, 중간에 '놓을 곳이 없으니까 일단 여기에 뒀다가 다음에 정리하자.'라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면, 조금 더 보기 좋게 책장의 책을 정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책장을 정리하는 일이 나는 마치 우리의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처음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완전히 백지상태에서 깔끔하게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시작한 일은 곧바로 엉망진창이 되어, 정리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상태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책장에서 책을 뽑아 새 책장에 정리하는 동안 나는 마치 그동안 엉망진창으로 꼬인 인생을 정리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 인생은 이렇게 새 책장에 깔끔하게 책을 정리하는 것처럼 깔끔하기를 바랐지만, 살다 보니 인생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책장처럼 뭐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던 인생이었다.

새해가 될 때마다 '올해는 어떤 일을 하겠다'며 차곡차곡 계획을 준비한다. 막상 또 시간이 흐르다 보면 어느 사이에 깔끔하게 정리하려고 했던 계획과 달리 이런저런 일이 얽혀 깔끔했던 계획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라고, 계획대로 되는 법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최대한 깔끔하게 살아가고 싶은 게 사람의 욕심이다. 마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복잡하게 얽히지 않고, 지금 내 눈앞에 있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것처럼 말이다.

낡은 책장을 버리고 새 책장에 책을 새롭게 정리하면서 기존 책장에 있는 책들도 함께 정리했다. 쉽게 손을 대지 못해 포기한 책장도 있다. 부디 올해는 지금의 단순하고 깨끗한 새 책장처럼 복잡하지 않게 하루하루가 흘러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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