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화지 카페
월요일이다.
많은 이들에게 월요일은 헬요일이라 부를지 몰라도 나에게만큼은(가정주부에게) 가장 좋은 날이다. 나의 주말이 가족을 위한 시간들로 채워졌다면, 평일은 나 자신을 위해 알차게 보내려 한다. 어느 쪽이든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호되게 쏠려봤기에^^;)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꽤나 중요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월요일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더라도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날이다. am 5:30에 공원으로 걸어가 달리기를 했다. 아침 운동 시간은 고작 25~30분. 정말 고작이지만 이 시간을 보내느냐 보내지 않느냐에 따라 나의 하루 전체 컨디션이 바뀐다. 아침 운동과 달리기의 효과에 대해서는 이미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오늘 아침은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낮 기온은 25도까지 오르는군. 오늘 낮엔 어딜 가볼까?'라는 즐거운 생각을 하며 걷고 달렸다. 운동 후에는 집으로 돌아와 씻고 아이를 등원시켰다. 임무 완료라는 상쾌한 느낌과 함께 바로 걷기 시작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동인동이다. 지인에게 추천받은 카페가 동인동에 있어 위치를 확인한 후 걷는다. 바람은 선선한 것보다는 더 쌀쌀하고, 쌀쌀하다고 하기엔 따뜻한 그런 온도였다. 그리고 햇살은 따사로웠다. 가을 날씨 같군?
나의 카페 취향은 이렇다.
1. 아침 일찍 문을 열어야 한다. (최소 오전 9시)
- 아이 등원시키고 바로 카페로 가는 것을 좋아한다. (아침형 인간)
- 대체로 카페의 오전 시간은 조용하기 때문에 온전히 느낄 수 있다.
2. 커피가 맛있어야 한다. 드립 커피 혹은 카페라떼.
- 일반 아메리카노는 못 먹은 지 꽤 됐다. 드립 커피에 익숙해지다 보니 특히 스타벅스에 갈 일이 생기면 항상 남기게 된다.. 맛이 없.. 다...
- 카페라떼 맛집을 좋아한다. 우유와 원두가 잘 어우러지며 고소한 맛을 내는 그런 곳.
3. 분위기가 좋아야 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함 + 조용함.
- 개인적으로 카페에서 일기를 적거나 책을 읽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공간이 주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그것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카페를 찾는 이유가 80프로는 줄어든다.
- 스피커가 좋다면 더 좋다.
4. 사장님이 직접 하는 곳. 정성이 가득 한 곳.
- 사람이 운영하는 카페임에도 불구하고 기계같이 느껴지는 카페가 너무 많은 요즘이다. 나를 기계처럼 다루는 곳엔 있고 싶지 않다. 나의 시간을 들이는 곳에는 사장님의 정성과 온기가 가득 묻어있었으면 한다.
이 사항들에 해당이 되는 카페라면 의자가 불편하다거나 테이블이 낮아도 괜찮다. 요즘은 테이블이 낮은 카페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 그런 부분이 아쉽기도 했지만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편하게 있고 싶은 거라면 집에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도화지 카페]
드디어 카페에 도착했다. 집에서 걸어온 시간은 40분 정도였다. 이렇게 걸었으니 뭘 먹어도 맛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내 입은 정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 여기서 잠깐.. 지난주부터 커피를 끊으려 했었는데.. 그러지는 못했다. 하루에 한 잔 이상 먹지 않자는 결론. ㅎㅎ^^; 한 잔 정도는 즐겨도 되지 않을까?) 카페의 입구는 생각보다 작았고, 생각보다 엉뚱한 곳에 있었으며, 생각보다 더 감각적이었다.
그리고 지붕에 햇살이 들어오는 모습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아. 이걸 모티브로 카페 만드신 거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진은 못찍음) 햇살이 비쳐옴에 따라 이국적인 풍경이 그려졌고, 사장님의 온화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키오스크 주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키오스크를 넘겨가며 메뉴 하나하나를 설명해 주시던 친절한 사장님. 그리고 적립하는 창이 뜨니, “꼭 적립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하셨지만 “하고 싶어요!”라고 외친 나. 여기는 분명 또 오게 될 거라는 강한 느낌이 들었다.
주문을 하고 카페 안으로 들어오니 크지도 그렇다고 너무 작지도 않은 중정이 있었다. '내가 꿈꾸던 ㄱ자 모양의 주택이라니.' 햇살도 따스했고, 풍경이 좋았다. 이걸 만들기 위해 얼마나 애쓰셨을지 그 정성스러운 마음이 느껴졌다. 드립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커피도 직접 가져다주셨고, 에어컨 온도가 어떤지 물어봐 주셨다. 조금 춥다는 말을 건네니 에어컨 리모컨을 건네주시며 '적당한 온도에 맞춰 계세요.'라고 해주시는데 섬세한 배려에 어찌나 감사한지. 그리고 또 이렇게 마음에 쏙 드는 카페를 9시부터 열어주셔서 어찌나 감사한지!
영롱한 빛을 내는 잔을 들어 커피를 마셔본다. 와.!!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었다. 라임 향이 난다고 했는데, 진짜 라임 향이 났다. 이런 원두의 맛은 처음이었다. 뭐야. 커피까지 이렇게 고퀄리티면 어쩌란 말인가. 여름이 늦게 오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너무 더워지면 걸어서 오기가 힘들어질 테니까. 더 더워지기 전에 부지런히 와야지.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었고, 중정을 보다가 다시 책을 보고, 또 중정을 바라보았다. 한없이 "너~~무 좋다."를 외치던 나. 그러던 중 빵 굽는 냄새에 이끌려 도저히 못 참겠다 싶어 사장님께 갔다. "사장님, 디저트는 뭐가 있나요~?"라고 했더니, 안 그래도 방금 구워서 한 개 드리려고 했다면서 접시를 내민다. 와............이 사장님. 오늘 작정하신 것 아닐까? 정말 소문 안 낼 수가 없는 카페였다. "엇. 저는 빵 사 먹으려고 했는데.. 너무 감사드립니다!"라고 했더니 "지금은 막 구워져서 흐물거릴 수 있는데 약간 식어서 겉이 바삭해져야 더 맛있을 거예요."라고 빵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셨다.
그리고 맛은? 나의 언어 표현 능력이 이것밖에 안된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크게 느껴질 정도로 정말.... 맛있었다. 많은 휘낭시에를 먹어봤지만 이렇게 맛있는 휘낭시에는 처음. 사장님은 이 카페에만 있는 사과 휘낭시에라고 했다. 정말 귀했다. 너무 맛있어서 아끼고 또 아끼고 싶은 최애 카페. "정말 맛있었어요. 또 올게요 사장님."이라는 말을 남기고 오전 시간을 행복이라는 시간으로 꽉꽉 채웠다. 정말 감사드려요. 오늘뿐만 아니라 이번 한 주, 이번 한 달이 계속 행복할 것 같아요. 또 가야지.
점심시간이 되어 '미미 분식'이라는 곳에서 김밥을 사서 신천 벤치에 앉아 김밥을 먹었다. "와. 정말 오늘 너무 환상적인 날이야."라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도화지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143길 5 1층
미미분식
대구 중구 동덕로30길 91 1층 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