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목표를 거대하게 두고 달려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의 인생에서 가장 거대했던 첫 목표는 대학입시였다. 대학을 가기 위해 20년을 살았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입시경쟁에 한창이었던 그때. 물론 지금도 자녀를 둔 집이라면 대학 입시에 핏대를 세우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꼭 그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듯하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목표 경쟁이 끝난 뒤의 나의 삶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로부터 오는 절박한 허망함이 어떤 것인지를. 그저 목표에만 다다르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았지만 세상은 무심하게도 아무런 답을 주지 않은 채 빠르게 흘러갔다.
그렇게 미로 같은 굴레에 빠져 산 지도 15년이 훌쩍 지나고, 출산이라는 엄청난 경험을 하고 나서야 나는 진정으로 내 삶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솜사탕 같은 아이를 돌보면서 내 마음에 어떤 쓰레기가 들어있고, 가스가 차 있는지 알게 되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에게 그 가스가 닿지 않기 위해, 그 쓰레기가 묻어나지 않기 위해 내 삶에 변화를 시도했다.
매일 하는 루틴을 만들어 하루하루를 나의 두 발로, 두 손으로 직접 하는 아날로그 방식을 택했다. 차를 운전하는 대신 웬만하면 걸었고, 필요하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배달음식을 먹는 대신 요리하는 횟수를 늘려갔고, 식재료를 배송하는 대신 장터에 가서 질 좋은 것들을 직접 사 왔다.
그로부터 나와 가족, 내 주변 사람들에만 갇혀 있던 나의 시야가 조금씩 확장되었고, 생각의 폭도 대폭 확장되었다. 빨리빨리를 외치던 내가 느리게, 더 느리게를 외치게 되면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세상의 풍요를 느끼게 되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나는 점점 더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게 되었고, 내 삶에 악취를 풍기는 생각들, 물건들, 사람들을 과감히 덜어내게 되었다.
이제는 예전처럼 거대한 목표를 품지 않는다. 그저 가고자 하는 방향만 설정해놓는다. 큰 목표가 있다는 것은 절박한 기대감을 갖는다는 것이고, 그 기대감은 내가 못할 것 같다는 낮은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꼭 그렇게 되지 못해도 괜찮아.
내가 잘 하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을 거야.
그걸 하면 되는 거야. "
오늘도 나는 버스를 타고 세상을 탐닉하고 왔다. 버스 안에서 이어폰을 끼고 무슨 음악을 들을까 하며 유튜브를 켰는데, 마음이 가는 드로우앤드류의 영상이 있어 듣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 생각을 옮겨놓은 듯한 부분들이 있어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목표에 대한, 빠른 삶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면 들어보길 추천한다.
https://youtu.be/1gXZNj539OY?si=mY_-XvzE3Llycx2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