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쓰고 또 쓰다 보니 결국 #100에 도달했다.
무언가 빨리하고 싶고, 뭔가가 빨리 되고 싶은데 현실은 마음처럼 되지 않아 답답한 적이 있었다.(아직도 잔재하긴 하지만..) 아마도 조바심이 났던 것 같다. '도대체 왜 이럴까? 나는 안 되는 사람일까?'
아니었다. 영원히 안 되는 것도 아니었고, 내가 안되는 사람인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 계절이 오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런 거라면 언젠가 올 내 계절을 두 팔 벌려 맞이하기 위해서 지금 당장 준비할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 봤다. 별게 없었다. '거창하게 잘-하려 하지 말고, 조금씩 꾸준히 하자. 많이 할 수 있는 날도 조금만. 대신 꾸준히!'
그로부터 소박한 계획이 세워졌다.
'어떤 글이든 상관없으니 블로그에 글을 적고 세상 누군가에게 당당히 공개하기. 그렇게 딱 100개만 써보기. 100개를 써도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가닥은 잡히겠지. 지금보다 최소 0.1%는 더 나아져있겠지.' 하는 기대감을 가졌다.
그렇게 뚜벅뚜벅 걸어왔다. 2023년 5월 19일 #1을 시작으로 2025년 7월 4일 현재 #100에 도달했다. 목표에 오기까지 2년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글 하나를 쓰는 데 며칠이 걸리기도 했다. 또 어느 날은 단숨에 쓰이기도 했다. 내가 쓴 글을 다시 보기 힘든 날도 있었고, 꽤 괜찮은데? 하는 날도 있었다. 나의 기분에 따라 글의 퀄리티도 뒤죽박죽처럼 느껴지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거창하게 잘하려 하는 마음을 빼어버렸기 때문에. 그저 쓰기만 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렇게 #100에 와보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고명환 님이 꾸준히 긍정 확언을 외치는 것처럼, 나도 조금은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자신감이 차올랐달까.
여전히 내 마음에 있는 말들을 글로 옮기는 게 쉽지 않다. 노트북을 켜는 것도 어렵고 생각이 글로 뱉어지는 것도 어렵다. 그렇지만 어렵다는 것을 말로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에 자부심이 느껴진다.
'내가 글이라는 것을 쓰고 있다고?'
'책이라는 것을 읽고 있다고?'
현재의 내 모습은 10년 전 내가 바라고 바라던 나의 모습이다. 잘 성장해 주고 있는 나 자신에게 반한다. 정말 고맙다. #100을 기념해 나 자신에게 어떤 선물을 줄까 고민해 보았다.
나에게 책을 선물하기로 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웬만하면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다. 책도 짐이 될 수 있고, 낭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책을 빌려 읽은 뒤 이 책은 정말 소장 가치가 있어 하는 책은 구매를 하고, 선물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책을 만나더라도 집이 더 좁아 질까 염려스러워 미뤄왔다. 마음 한편에 아쉬운 마음은 늘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그 책들을 구입해 보려 한다.
최근 읽었던 책 중 소장하고 싶은 책 list를 적어봤다.
1.<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25.3.26)
2.<될 일은 된다> 마이클 A. 싱어 (25.1.16)
3.<일의 격> 신수정 (24.10.20)
4.<때가 되면 너의 정원에 꽃이 필 거야> 윤수빈 (25.6.20)
5.<엄마의 20년> 오소희 (25.6.13)
6.<바깥은 여름> 김애란 (25.7.4)
7.<재즈의 계절> 김민주 (25.2.12)
8.<일의 감각> 조수용 (25.3.7)
너무 많나..? 구매 전 5권 정도로 조정해봐야겠다. 나는 앞으로도 제목에 숫자를 붙이며 글을 써 갈 예정이다. #200, #300 인 시점이 올 때의 나는 얼마나 더 성장해 있을까?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 꾸준히 지속하자. 내 안의 무의식이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까지. 그때에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