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달리기 이야기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

by 미음스토리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한 내용이 내 브런치 글에는 7월에 기록되어 있다. 오늘은 이 책을 또 한 번 언급하려고 한다. 그만큼 2025년의 내 삶에 강력한 임팩트로 남았던 책으로 여겨진다.


이 책은 올해 3월에 도서관 앞 카페 창가 자리에서 처음 읽었던 책이다. 3월이지만 눈이 오던 날이었다. 눈이 오는 풍경에 센치함은 더 높아졌고, 책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찌릿함이 지속되었다. ‘그때가 정확히 언제였지?’라는 생각에 지금 막 사진첩을 뒤적여봤다. 2025년 3월 18일 오전 10시 3분이었구나. 그 공간에 있었던 차가운 공기가 어제의 일처럼 선명히 느껴진다.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


이 책의 intro에 나오는 구절이다. 책의 첫 장부터 나의 감정이 녹아내릴 수밖에 없는 너무나도 멋진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 그런 자신이 멋져 보이는 순간의 기억. 이 구절을 처음 읽었을 그때의 나는 단순히 ‘나도 이런 순간을 느껴보고 싶다’였다.


글쓰기와 달리기를 매일 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상과 그렇게 쌓여가는 삶이 멋져 보였다. 본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살아갈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히 다른 영역의 삶이라 여겨졌다. 2년 전 무리하게 달리기를 하다 무릎이 완전히 나갔던 기억, 글을 쓰고는 있지만 매일 쓰지는 않고 있는 나의 현실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 이 책을 가슴에 묻은 채 다시 나의 일상을 살았다. 그러다 지난 5월부터 우연히 공원에 나가 새벽 걷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새벽에서 아침이 되는 그 찰나의 풍경을 보는 것이 내 삶의 기쁨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행복감이 차오르니 새로운 생각이 들었다. ‘나도 1바퀴 정도는 뛸 수 있지 않을까?’ 아마도 그 순간이 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던 무라카미 하루키가 꿈틀대던 순간이었으리라.


그로부터 서서히 1바퀴, 1바퀴 반, 2바퀴, 3바퀴를 달렸다. 절대 무리는 하지 않았다. 무리하면 2년 전처럼 달리기를 못하는 지경이 이를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들지 않은 선을 지키며 행복한 하루의 시작을 걷기와 달리기로 채워나갔다.


그러던 6월의 어느 날이었다.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함께 읽고 나누게 되었다. 반가웠다. 달리기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 815런 마라톤이 있다는 정보를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나와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뭐 못해도 어때? 그냥 도전해 보는 거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결국은 815런 신청을 했고, 여름 내내 새벽에 공원으로 나가 달리기 연습을 했다. 경주 여행을 갔을 때, 보문호 한 바퀴를 뛰어보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내가 6km를 뛰다니. 보문호를 뛰다니.’ 엔도르핀이 무한 상승했다. 그리고 8월 15일, 신천에 나가 8.15km를 달리며 815런을 인증했다. 7분대로 느린 속도로 달렸지만 멈추지 않고 끝까지 달렸다. ‘나도 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감도 높아져갔다.


서서히 내 삶에 달리기의 영역이 스며들게 되었다. 9월에는 안동에서 열린 경북 하프 마라톤에 참가해 10km를 달리게 되었다. 마라톤을 참여했다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었겠지만, 마라톤을 위해 그동안 준비를 한 나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815런보다는 조금 더 좋아진 실력을 갖게 되었다. 6분대로 10km를 뛰었고, 1시간 5분 50초의 기록을 갖게 되었다. 새로운 한 줄이 쓰이던 순간이었다.




그 뒤로 나의 삶은 어떻게 됐을까? 계속 달렸을까?


마라톤을 준비하는 과정은 기한에 맞춰 실력을 끌어올려야 했기에 힘들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대로 지속하다가는 싫증이 날게 뻔했다. 달리는 게 정말 좋다면, 계속 달리고 싶다면 왜 해야 하는지에 이유를 명백히 해야 했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나는 왜 달리려고 하는가? 달리기 선수가 되고 싶은가? 아니다. 운동을 하려는 이유는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한 체력을 기르기 위함뿐이다. 그러니 너무 과하게 할 필요가 없다. 경쟁할 필요도 없다.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된다. 단, 멈추면 안 된다.


그래서 나는 무리하게 달리기 거리를 늘리거나, 속도를 올리려는 욕심을 내려놓게 되었다. 그저 천천히 즐기면서 뛰는 여유를 찾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뜨거운 여름에서 쌀쌀한 가을로 계절이 변하고 있었다. 날이 덥지 않으니 이제는 굳이 새벽에 뛰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이 들어 자유로움도 느껴졌다. 만족감이 차오르니 주변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달리기를 전파했다. 달리기가 유행처럼 불고 있는 요즘이기 때문에 달리기에 응해주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렇게 스몰 크루가 여러 개 형성되었고, 지금은 슬로 러닝으로 함께 달리는 맛도 느끼며 삶을 완전히 즐기고 있다.


완연한 가을의 하늘을 온몸으로 느끼는 이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매일 10km씩 달리고 매일같이 글을 쓰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삶까지는 닿지 못하지만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음이 느껴지기에 그 기쁨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여행지에 가서 달리기를 하는 것이다. 평소에 달리기로 체력을 올려놓았으니 새로운 곳에 가서도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달릴 수 있다. 같은 길을 가도 차로 갈 때와 내 두 발로 달릴 때의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새로운 장소에서 달려봐야만 진정으로 여행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짧은 거리라도 꼭 해보시길 바란다.


이제는 여행에 가면 꼭 러닝화를 들고 간다. 여의치 않는다면 아예 러닝화를 신고 간다. 10월에는 여행이 두 번 있었다. 경주 2박 3일, 제주도 3박 4일의 여정에 달리기가 함께 했다. 경주에서는 보문호 7km를 달렸고, 제주도에서는 월정리 해수욕장에서 함덕 해수욕장 가는 방향의 ‘런던 베이글 뮤지엄’까지 8km를 달렸다. 달리고 있는 순간에 보이는 경치도 좋고, 그 순간을 즐기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만족감도 높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 모든 순간이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짧은 시간이 하루의 절반 이상의 만족감을 준다. 행복을 위해 이 정도의 시간을 쓸 수 있다는 것, 이런 유익함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생각보다 엄청난 기여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길 원한다면 지금 당장 뛰어보자. 아주 조금이라도 좋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