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같은 월요일

걷기, 생각정리, 취향저격 카페 발견

by 미음스토리


지난 주말, 남편의 장염으로 아이와 놀아줄 사람은 오로지 나였다. 밥을 차리고 치울 사람도 나였다. 5월 초의 긴 연휴의 피로가 가시지도 않았는데 이게 무슨 일이람.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장염 바이러스가 나에게도 오려는지 배가 살짝 불편하다. 그리고 뜬금없이 콧물도 흐른다. 긴장이 풀리니 나도 아파지는 건가? 안돼. 아프면 안 돼. 악착같이 혼자만의 시간을 즐겨야 하는데 아파서 누워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바이러스를 타파하고자 아이를 등원시키고 바로 산으로 향했다. 일단 걷자!



산을 걷다 보면 수많은 생각들이 오고 가고, 끝끝내 괜찮은 생각이 떠오르던 평소의 나였지만 오늘만큼은 뇌가 정지되어 있는 듯했다. '그래 월요일이잖아, 아무 생각 하지 말자. 그냥 걷자.' 나는 아주 천천히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걷는다는 의식도 없이.



걸은지 45분 정도 되었을 때였다. 드디어 머릿속에 어떤 생각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나 자신을 돌이켜 보니 어떤 일을 할 기본기가 어느 정도는 갖춰졌다고 느껴졌다. 어떤 일을 하든 열심히,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어떤 직업이든 같은 월급을 받는다면 나는 어떤 일에 나를 내던지고 싶은가? 교사? 간호사? 의사? 카페 직원? 음식점? 직원? 마트 직원? 글 쓰는 사람? 음악 하는 사람? 자연을 지키는 사람? 유튜버?"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지난 독서모임에서 '조용한 삶 vs 기억에 남는 삶' 중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던 게 생각났다. 나는 '기억에 남는 삶'을 택했다.



"나의 모습보다는 내가 한 무언가가 남겨지고 그것이 세상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음악이 됐든 글이 됐든 무엇이 됐든 오래오래 남겨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라고 답했던 나.



하긴.. 나는 어떤 직업을 가졌더라도 '걷기'와 '쓰기'의 목마름을 항상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떤 일을 하고 있더라도 '나의 시간'에 대한 갈증을 항상 느낄 것이고, '기억에 남기 위한 나의 일'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을 것이다.



핵심은 이것이었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도 예측할 수 없는 나의 생각을 마음껏 하고(다상량),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생각들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능력(다작)을 키우고 싶었던 것.



그렇다면 현재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축복이고 행운이었다. 그러니 ‘이 소중한 시간을 오로지 생각하고 쓰는데 집중하자.'라는 결론이 났다. 너무나 명확했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요즘 들어 변화 없는 현실에 답답함이 컸던 나였기에 더 통쾌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동네에 새로 생긴 카페에 들렀다. 혼자 즐길 수 있는 부담 없는 카페가 집 근처에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나의 바람과 딱 맞는 카페가 생기다니! 커피 맛에 민감한 나에게 취향 저격이었고, 분위기며 음악까지 너무 좋았다.(스피커 사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로.)



혼자 와서 책 읽고 노트북 하는 사람들로 채워지는 공간을 원하시는 사장님이셔서 나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또한 소소한 기쁨과 행복을 온전히 느끼시는 사장님의 마음이 느껴졌기에 단골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번창하시길 바라요~!)



2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높은 테이블이 아니라서 30분 정도 책 읽다 가려나 했는데 지나간 시간을 보고 깜짝 놀란 나였다. 집중이 잘 되었고, 채광도 좋았다. 힐링 제대로다~! 사장님께 잘 마시고 간다는 인사를 남기고 카레를 먹고 싶다는 아들을 위해 근처 마켓에서 장을 봐서 집으로 돌아왔다.


단비 같은 월요일, 이렇게 귀한 시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오후엔, 그리고 내일은 또 어떤 하루가 펼쳐질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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