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흐른다

by 믹스커피

냇물처럼 마알간 푸른 하늘에

보송하고 하얀 구름이 나뭇잎처럼 둥둥

휘익하고 그려진 새빨간 동그라미 끝으로

잠자리 꼬리가 풍덩

여름에 빠진다.


검붉은 탱글함으로 가득찬 토마토가

얇은 초록 가지에 힘겹게 매달리다가 토도독

땡볕 가득한 밭에서 유일한 그늘인 시원한 흙더미 위로

찰진 토마토들이 데구르르

여름이 익는다.


초록빛 산속에 숨겨둔 시원하고 하얀 물줄기가

큰돌 작은돌 쓰러진 나무들 사이로 스르륵

드디어 만난 평평하고 넓직한 돌바닥을 만나 양옆으로

하얗고 시원한 물방울들이 주르르

여름이 흐른다.




여름 휴가를 맞이해서 외갓집으로 왔다. 나의 외갓집이도 하고, 아이의 외갓집이기도 한 시골이다. 친정 엄마아빠는 지금 나의 외할머니와 함께 귀농해서 살고 계시다. 아이와 함께 같은 공간을 같은 시절에 공유한다는 것은 묘하게 좋은 기분이다. 어릴 때의 나를 만나기도 하고, 어릴 적 나의 모습을 아이에게 보기도 한다. 지금은 엄마이기도 하고, 또 친정에 와 있을 때는 엄마의 딸이기도 한 묘한 교류의 선은 마치 우주의 시공간 속에서 잠시 공통으로 스쳐지나가는 인터스텔라의 공간을 엿보는 듯한 기분이기도 하다.

내가 6살에 자주 가서 놀던 계곡에, 지금 6살의 아이를 데리고 가서 놀면서 흐르는 계곡물을 보다 이 풍경을 담고 싶어져서 쓴 시였다. 나의 6살의 풍경은 저 계곡물 처럼 흘러서 나의 아이의 6살의 풍경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푸른 여름 하늘에 조금 이른 잠자리의 꼬리가 반갑게 보이다가 하늘마저도 계곡 물 위에 잠시 앉은 잠자리 처럼 보였다. 이런 풍경을 아이가 내 나이가 되었을 때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한 켠에 있었다. 그리고 엄마에게도 그런 엄마를 기억하는 아이였던 내가 있음을 말하고 싶은 마음도 한 켠에 있었다.

그렇게 외할머니와, 엄마와, 나와, 아이가 함께 계곡물이 흐르는 사이에서 함께 여름을 즐기고 있었다. 익어가는 여름처럼, 추억도 익어가며 우리의 여름 한켠을 떠올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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