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믹스커피 May 25. 2022

차와 커피, 오늘은 어떤 것이 어울리는 날일까

주제: 차와 커피 

차와 커피 중 어떤 것을 마실지 고르는 데에 있어서 나의 기준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침의 시작은 탕비실의 믹스커피의 국 룰에 익숙한 K직장인이었다. 믹스커피는 자고로 노동에 어울린다. 엄밀히 말하면 노동의 시작과 휴식을 알리는 종소리와 같다. 일종의 리추얼이랄까. 탕비실에서 믹스커피를 한 잔 하면서 어제 회식에서 있었던 진상 L대리의 추태라던지, 얄밉게 업무를 채가는 C과장의 얌체짓과 같은 토로들을 믹스커피에 같이 섞어 담화를 나눈다. 이 담화의 과정을 통해 오늘도 그리 다르지 않은 하루가 될 것이라는 마음을 정리하며 시작하는 것이다. 

“아이스 바닐라 라테 한잔 주세요.”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한잔도 안 먹은 상태에서 첫 일정이 카페일 때에 시키는 메뉴이다. 아침의 믹스커피 국 룰이 지켜지는 날이 없을 때도 있다. 팀장이 오랜만에 일찍 출근한 날이거나, 아니면 탕비실에 내가 욕해야 하는 C과장이 죽치고 앉아있던가 하는 날 말이다. 혹여 아침부터 일이 생겨서 정신없이 일을 쳐내다 보면 다가온 것이 점심시간인 경우이다. 그럴 때에는 허겁지겁 점심을 먹고, 마치 수액이 떨어진 환자처럼 카페로 기어간다. 그렇게 기어간 카페에서는 무조건 아이스 바닐라 라테이다. 카페인과 달달함을 모두 함께 하고 있는 최적의 조합이다. 

 오후 3시, 나른한 사무실에서 타다닥 메신저를 보낸다. 다른 팀 동료에게 sos를 친다.

 ‘마케팅팀에 00 건 관련해서 서류 전달하고 올게요’ 

아무 종이나 하나 들고 옆 빌딩 아지트 카페로 간다. 다른 팀 동료와 친하다는 것은 업무 협조를 핑계로 합법적으로 놀 수 있는 시간이 1시간 더 생긴 것 과 같다. ‘루이보스 티로 주세요’ 이럴 때는 차가 필요하다. 이미 아침과 점심때까지 최소 커피 2잔을 마셨기에, 오후 시간의 티타임은 정말 tea가 필요하다. 티타임의 유래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뜨거운 tea가 식을 동안은 자리를 뜰 수 없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고, 그렇기에 뜨거움이 따뜻함으로 변하고, 식기 전에 차를 다 마실 동안의 고정의 시간. 그 시간 동안은 누구의 방해도 없이 서로의 차 마시는 시간을 온전히 지켜주는 것이다. 그래서 오후에는 커피타임이 아니라 티타임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오후의 티타임을 즐기며, 차의 향을 음미하는 동안 묵언의 시간도 불편하지 않다. 

 차와 커피 오늘은 어떤 것이 어울리는 날일까.

작가의 이전글 이것이 그냥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닌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