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잘 먹고 잘살기
우리가 공황장애 혹은 우울증을 앓으면서 가장 두려운 건 '극단적 사고'라 통용되는, 죽음에 대한 충동적인 마음이다. 이 감각과 사고의 무서운 점은 아주 순간적이며 충동적으로 사람을 끝으로 몰고 간다는 점이다.
나 역시 아주 많이 경험한 충동이었다. 잠을 자려고 누웠다가도 지금 당장 죽어야만 한다는 충동에 휩싸인다거나, 식사 중 갑자기 모든 것이 나를 따가운 눈빛으로 쏘아붙이는 것 같아 그 자리가 견딜 수가 없기도 했다.
이 충동에 비해 행동력이 없다면 다행이었지만, 약을 먹어 애매하게 회복된 행동력이 그런 충동적 사고를 뒷받침해주기도 했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주변의 기구를 살피고 손에 쥐기도 했다.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온 세상이 나에게 죽으라 손가락질하는 것 같았다. 숨이 막혀서 살 수가 없었다.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고, 동거인이 울면서 죽지 말아 달라고 다리에 매달리기도 했다. 어느 날은 울면서 병원에 전화를 하고 달려갔다. 결론적으론 애매한 행동력을 부여하는 약과, 그 약의 성분이 뇌의 충동적인 사고를 자극했던 게 원인이었다. 그래서 그냥 약을 바꿨더니 나았다. 지금 당장 죽어야겠다는 생각은 사라졌다. 죽음에 대한 사고 자체가 싹둑 잘려나갔다.
일상적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지속해 본 적 있다면, 망설임 없이 병원에서 잘 받는 약을 처방받길 바란다. 예를 들어 매일 출근하며 버스가 사고가 나면, 뭐 전철에 사고 났으면 하는 등 타의적인 상해를 생각한다면 그 역시 포함이니, 꼭 전문의의 상담을 받길 바란다.
어쨌든 우리는 태어난 이상 주어진 삶은 살아야 한다.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분량이기 때문에.
나는 죽음 비슷한 한계선까지 다녀오기도 했고, 많은 고뇌도 했고, 많은 생각도 했다. 약을 바꾸고 조금은 멀쩡하게 내 인생을 들여다봤다. 다리에 배달려서 엉엉 울던 파트너의 얼굴을 떠올리기도 했고, 나를 많이들 괴롭혔던, 내게 나빴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보란 듯이 잘 먹고 잘 살아야겠다고. 그래서 그게 작년 연말부터 나의 꿈이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 다 그러려고 살고 있지 않는가. 그러려고 매일 출근해서 밤늦게 집에 돌아오고 있지 않은가. 잘 먹는 건 매 끼니를 대충 때우지 않기에 의의를 두면 된다. 잘 살기는 아직도 찾아가는 중이다. 어떻게 살아야 스스로가 만족할 만큼 잘 살 수 있을까?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 잘은 도대체 무엇일까?
최근의 잘 살고는 내일 밝을 아침이 두렵지 않은 하루를 보내기이다.
우울할 때 가장 무서운 건 밝아올 내일이고, 다시 살아갈 내일이니까. 오늘 하루를 스스로 괜찮았다 생각할 만큼 보내면 내일 하루 역시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으니.
그래서 어딘가에서 많이 괴로워하고 있을,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으실 분들께. 우리 딱 한 끼만 잘 먹어보자고. 잘 먹고, 기운이 나면 조금 더 살아보자고 한다. 한 끼에 하루를 꼭꼭 씹고 약도 잘 챙겨 먹자. 그럼 우리는 죽을 이유보다 앞으로 살아갈 이유를 몇 개 더 찾을 수 있을 거다. 그걸 위해 살아가는 거다. 다 그러고 사는 거다.
우리, 죽지 말자. 잘 먹고 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