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붙은 스트레스 떼어내기
정신병 관리, 특히나 우울감의 관리에 가장 중요한 건 스트레스의 적절한 발산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먼지같이 쪼끄만 스트레스가 폴싹 마음에 앉는다고 해도 그를 털어내려, 건강하게 발산하려 하는 편이다. 실제로 우울증을 낫게 하기에 스트레스 없는 환경 다음으로 중요한 건 스트레스의 발산이다. 실제로 스트레스가 0인 환경을 만들기엔 불가능에 가까우니,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그럼 건강한 스트레스 발산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 대단한 ‘전문가’들은 말한다. 뭐 운동을 하라느니, 매일매일 산책을 하라느니. 하지만 생각해 봐라. 우울해서 한 발짝도 못 움직이고 공허한 마음에 악순환의 굴레에 푹 빠져서 좀처럼 헤어 나오질 못하는데 무슨 산책이고 운동인가. 밖으로 나갈 힘이 있으면 애초에 우울증 걸리지도 않았다.(이게 아주 압도적인 나의 생각이었다.) 물론 나 역시 산책을 추천의 방법 하나로는 꼽았지만, 산책 자체가 스트레스를 없애준다고는 할 수 없다. 실제 경험 한 내 감각으로는, 어마무시하게 커져버린 우울을 잠깐 억눌러주는 억제제 역할은 하는 것 같다. 물론 우리가 추구하는 ’ 일상생활‘을 하기엔 그 억제의 유지가 아주 중요하지만, 도대체 스트레스를 어떻게 없애는 건가?
일단 스트레스는 아주 악질적인 감정이어서, 사람의 속을 아주 새카맣게 갉아먹는다. 속이 타들어간 자국을 야금야금 먹어 새끼손톱만 하던 구멍을 온몸이 너덜너덜하도록 뚫어놓는 개미 같다. 그러니 스트레스는 ’ 발산‘ 해야 한다. 내보내고, 흩어버려야 한다. 내보내는 것 만으로는 해소할 수 없다. 큼지막하더라도 좍좍 찢어내서 내놓아야 한다.
이 과정이 개인차가 굉장한데, 개인적으로는 속이 뻥 뚫리는 감각을 느낄 수 있는 행위가 좋다고 생각한다. 혹은 뭔가 전부 하얗게 불태워 속이 싸악 녹아내리는 감각을 느낄 수 있는 행위.
실제 그런 감각을 느끼는 건 기분 탓이 아니라, 세포가 실제로 그런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염려 말고 실제로 그 감각을 즐기는 게 좋다.
나는 노래방을 가거나, 가까운 카페에 간다. 카페에 가서는 글을 쓰거나, 많은 사람들을 관찰해서 캐릭터를 만들어 내거나, 혹은 그림을 그린다. 매일에 있었던 일 중 모난 부분을 찾아내 소재로 만든다. 노래방은 물리적으로 소리를 질러 속도 머리도 뻥 뚫리게 하고, 창작활동은 머리를 새하얗게 탄다. 우울한 감정도, 하루의 모난 부분도, 마음에 들지 않는 스스로의 모습도 화면에 녹여내고 나면 내 안에 품었던 감정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이 거리감이 중요하다.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다 뱉어두었는데 스트레스가 너무 가까운 곳에 있으면 또 금세 들러붙기 시작한다. 저게 내가 가졌던 감정이라고? 만큼, 의문이 들 만큼의 거리감을 가진다면 충분하다. 스트레스는 감정과 깊은 생각으로 얽히고설키는 감정이라, 내 안에서 빠져나가 세상에 내놓으면 금방 해체된다. 우리의 부정적 감각을 숙주 삼아 꾸역꾸역 몸집을 불려 가는 음습한 감정일 뿐이니 우리는 그를 너무 과대평가하지 않는 게 좋다.
그리고 스트레스 발산을 위해 만들어낸 창작물이 있다면, 반드시 어딘가에 내놓길 바란다. 최근엔 SNS도 잘 되어있으니 개인 계정으로도, 혹은 새로 창작물만 올리는 계정을 이용해서 게시하자. 그곳에 달린 반응들과 조회수 등이, 스트레스가 다시금 우리를 찾아올 때 든든한 방패가 되어준다. 그리고 새로운 창작으로 이어지며, 정기적으로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다만 너무 반응에 일희일비하다간 그 자체가 다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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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은 한 번 몸에 달라붙으면 좀처럼 떼내기 힘들다. 아주 점도가 높고, 악질적으로 끈적인다. 그들은 우리의 깊은 생각을 먹고, 그들 입맛대로 길을 찾아 들어가 우리를 우울한 사고의 구렁텅이로 빠뜨린다. 좀처럼 잠들지 못하는 새까만 밤에는 특히 새까맣게 영역을 넓힌다. 늘 의식했으면 한다. 부정적 생각은 우리의 머리에서 떼어내면 별 것 아니라고. 우리 몸을 숙주로 삼는 기생충일 뿐이라고. 그런 거 약이나 한 알 먹으면 싹 사라지는 녀석들이라고.(실제로 우울증 약을 먹을 때 이런 마음가짐으로 먹는다.)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완전히 우울을 집어던지지는 못했다. 그래서 약을 먹고 병원을 다닌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그를 뜯어내려 한다. 좀처럼 뜯어지지 않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는 바다에 간다. 사람 적은 바다에(지금 시즌은 엄청나겠지만) 손수건을 깔고 앉아 몇 시간이고 파도가 치는 모습을 보면 그 안에 한 움큼씩 우울을 뜯어내어 흘려보낸다. 바다에 흘려보내면 저기 어디 깊은 해구에 가라앉겠지, 그곳엔 생각이 없으니 몸집은 못 불릴 테지, 오히려 소금물에 비벼져 꿱 하고 흐물흐물 사라질지도 모른다. 부정한 것은 소금에 당하는 법이니까.
바다가 멀다면 고인 물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욕조에 물을 받거나, 세면대에 물을 받아 가만히 바라보다가, 마음속으로 우울을 한 움큼씩 떼어내어 물에 풍덩 던져 넣는다. 그리곤 꼬르륵 내려보내면 조금 마음이 낫다.
우울에게 먹이를 주지 말고, 우울이 머무를 자리를 주지 말자. 혹시라도 비집고 들어와 버렸다면 몇 번이고 죽죽 떼어내 보자. 좍좍 찢어 물에 흘리고 노래를 불러 소리로 쫓아내고, 창작과 함께 태워내자. 우리는 지지 않는다. 져 줘야 할 필요도 없다. 싸움은 길어질 수도 있으나, 최후의 순간에 내 머리에 네가 남나 봐라라는 마음가짐으로 우리는 우울을 대하자. 잘 봐, 머리끄덩이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