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갑한 껍질 속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에 깨어난다

새로운 세계

by 김글향

언젠가 아이의 학교 숙제로 반 친구들 모두

강낭콩을 키워본 적이 있다.

강낭콩의 성장과정을 학교 공유 게시판에 올리며 함께 지켜보았다.


작고 동그란 강낭콩을 물에 불린 후 며칠이 지나면

콩의 껍질을 뚫고 싹이 삐죽 튀어나온다.

그 상태로 화분에 심은 채 또 며칠이 지나면

줄기가 쑥쑥 올라오면서 잎이 펼쳐진다.

그 이후에는 꽃이 피고

꽃이 떨어진 자리에 꼬투리가 나오고

꼬투리 불룩하게 자라나서 자줏빛으로 색깔이 바뀌면

그 안에서 튼실하게 자리 잡은 강낭콩을

다시 수확하는 것까지가 최종 미션이었다.


그런데 이 강낭콩이라는 녀석의 성장은

과연 식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엄청 빠르다.

눈에 띄게 폭풍 성장을 하는 강낭콩을 보고 있으면

너무도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모든 강낭콩이 잘 자라는 것은 아니었다.

물에 불려도 싹이 나오지 않은 콩이 있는가 하면

싹은 나왔는데 줄기가 시원치 않아서

금세 시들어버린 것도 있고,

멀쩡히 잘 성장하다가도

꽃이 생기지 않아서 말라버리거나

강낭콩 꼬투리가 열리지 않거나

꼬투리가 열렸더라도 열매가 시원찮은 등..

여러 가지 경우의 수에 의해

다시 강낭콩이라는 열매를 맺기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실제로 반 아이들 중에서 강낭콩을 수확했던 아이들은 30%도 채 되지 않는다.

적당한 흙, 적당한 물, 적당한 햇볕, 적당한 바람...

그 모든 것이 적당히 갖춰져야만

완벽하게 성장하여 다시 강낭콩을 수확할 수 있는 것이었다.


강낭콩 한 개가

여러 과정을 통해 수많은 강낭콩을 재생산하는 것은 가치 있는 성장을 뜻한다.


즉, 강낭콩의 성장은

콩 밖의 세상으로 싹이 되어 나타나고,

싹이 잎이 되고, 잎이 꽃이 되고, 꽃이 열매가 되는

숱한 변화를 겪으면서

매 순간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는 것이며

가치 있는 성장

반복되는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이루어지는 것이다.


강낭콩의 성장을 우리들의 인생에 비유해보자.

우리들의 인생도 수많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 성장을 이루어낸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인간의 성장이란 "새로운 세계"를 뜻하고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기 위한 시작은

미지의 곳으로 걸음을 옮기는 위험을 수반해야 하는 것이다.


강낭콩 성장의 첫 시작

갑갑한 콩 안에서 벗어나,

콩 밖으로 불쑥 싹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인간 성장의 첫 시작

갑갑한 내 좁은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 밖으로 불쑥 깨어나야 한다.


이때 거창한 계획이나 준비 따위는 필요 없다.

강낭콩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조그마한 접시에 거즈를 깔고

물에 적셔주기만 하면 되듯이,

인간 성장의 첫걸음

위대하고 거창한 의식이 아닌,

일상에서의 사소한 가치를 발견하고

‘생각을 전환’하는 작은 변화만 있으면 된다.


이 공식을 나의 삶에 대응시켜보겠다.

회사에서 우연히 동화 스토리를 작성하는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수학교구에 스토리를 입히고,

그 스토리에 따라 수학 개념을 학습하는

어마 무시한 개발이었다.

그런데 걱정과는 달리, 막상 일을 시작을 하니 웬일인지 술술 써지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스토리 작업에 흠뻑 빠져서 심장이 두근거리고 재미있기까지 했다.

탄력을 받은 나는 수학동화뿐만 아니라 생활동화까지 원고를 작성하여

하루에 한편씩 무려 100여 권의 동화를 창작했다.

이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생각해 보니,

유치원 교사 시절에 아이들에게

수많은 동화책을 들려주었고,

그 작은 경험들이 내공이 되어 쌓여있었던 것 같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나에게 있어 동화 창작에 대한 가치를 발견하였고,

동화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을 전환하며

작가 인생을 꿈꾸게 되었다.

지금은 작가 인생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과정에 있다.


다시 강낭콩 이야기를 하면,

강낭콩에서 싹이 나오고, 잎이 나오고, 꽃이 나오고, 꼬투리가 나오며,

또다시 많은 강낭콩이 탄생시키는

가치 있는 성장을 이루듯이


나 역시도

동화 글 작가가 되고,

글과 그림을 동시에 작성하는 그림책 작가가 되고,

1인 출판사를 이루며, 세상 사는 이야기를

그림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하는

'가치 있는 성장'을 이루어낼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새로운 세상에 깨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상에서의 사소한 가치를 발견하고,

‘생각의 전환’으로부터 시작되어

숱한 부딪힘과 고난 속에서

꾸준한 노력을 통해 변화를 겪으면

어느새 성장한 모습으로

새로운 세상에 깨어나 있을 것이다.


깨 어 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