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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향 Oct 22. 2021

팔이 빠질 것 같은 묵직한 사랑

스트레스 극복기

며칠 사이 의도치 않게도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입맛이 뚝 떨어졌고, 생활 전반에 걸친 의욕을 상실했던 터라 바깥일, 집안일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정신이 피폐해진 동안 몸은 대견하게도 스스로 다이어트를 한 모양이다. 한결 가벼워진 몸무게를 저울에 달아보고선, 다이어트의 특효약은 역시 마음고생이라는 결론에 다다르며 피식 웃어본다. 일주일 동안 코 앞에 닥친 과제들과 마음을 컨트롤할 수 있는 소모임에만 겨우 몰두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스트레스의 근원은 이곳에 기록하지 못하겠다.  조차도 분명하게 정의 내리기가 힘든, 관계에 대한 문제인데,  동안 정신적인 사투 끝에 알게  것은  누구의  못이 아니며  누구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만 정확하게   같다. 그저  마음을 다스리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가까이 있는 남편에게도  까놓고 털어 버리못한 것을 그나마 약식의 글로라도   있다는   좋은  같다.


 글을 쓰기 전에는 친정으로 향했다.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자 하는 마음, 아무것도  하고 그냥 쉬고 싶은 마음,   가지 마음으로 친정에 갔었다. 그러면서도 내심 불안했는지, 노트북과 일할 거리들을 잔뜩 싸들고서 도착하자마자 일거리들을 늘어놓으며, 엄마에게는 언제나 그랬듯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냥 딸이  피곤한가 보다 정도만   있게 적당히 밝은 모습도 보여주고 농담도 주고받으며 편해 보이려 애쓰다 보니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가 몰려오는  같았다.


하지만 애쓴 보람도 없이 엄마는 단번에 알아본다. 무슨  있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시침  떼고 아무 일도 없다고, 그냥 일이  많아서 피곤해서 그렇다고 말한다. 엄마는 믿지 않는 눈치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나처럼 시침  떼고 넘긴 척한다.  이후부터 우린 바쁘게 움직인다. 나는 방에서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하다가, 티브이를 봤다가,  누워서 잤다가하며 정신적 휴식을 취했고, 엄마는 이것저것 분주하게 지지고 볶으며 음식을 만든다. 그리고 늦은 오후가 팔이 빠질  같은 엄마의 사랑을 잔뜩 들고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짐을 보니 친정이라는 이름의 마트를 털고   같다.  동안 장을 보지 않아도  정도로 푸짐한 사랑이 가득하다. 그렇게 팔이 빠질  같은 사랑을 가지런히 정돈해서 사진을 찍어보는데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무거운데  들고 올라갔는지 확인 , 시래기는 먹을 만큼 나눠서 냉동실에 넣어야 한다는 말을 깜박했다는 내용이었다.  정도는 나도 알고 있건만, 엄마 눈에는 아직도 내가 어리게만 느껴지나 보다 싶다.  관심 어린 애정이 싫지 않았다.


엄마는 딸의 얼굴만 봐도 단번에 알아본다. 며칠 사이 살이 쏙 빠진듯한 모습에 마음이 쓰인 모양이다. 신기하게도 우린 서로에게 그 어떤 말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마음. 엄마에게서 그 마음을 받으면 어느새 스트레스는 훨훨 날아간다. 팔이 빠질 것만 같은 엄마의 사랑을 잔뜩 싸들고 오면서 묵직했던 스트레스를 가볍게 날려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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