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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향 Oct 29. 2021

기적의 논리! 국밥 그릇 계산법

이 돈이면 국밥이 몇 그릇인데?

쌀쌀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이름하여 "돼지국밥"

부산에 살아서 그런지 우리 가족은 돼지국밥을 좋아한다. 

아니, 실은 아들이 참 좋아하는 음식이다.


"오늘 뭐 먹을까?" 

어쩌다 외식을 하고 싶은 날이면 가족들에게 물어보곤 한다. 그러면 아들은 열 번 중에 7번 정도를 국밥이라고 말한다. "어휴, 지겨워~~ 국밥 말고 다른 거 먹고 싶은 거 없어?"라고 재차 권해도, "아~니, 난 국밥! 뜨뜻한 국물에 밥을 말아서, 다대기 넣고 살살 저어서 한 입 탁 먹으면,  으~ 좋다! 난 국밥 먹고 싶어." 이런다...


아이는 어릴 때부터 으른 입맛이었다. 그 나이 때 아이들이 잘 먹지 않는다는 버섯, 가지는 물론 나물 종류의 반찬을 다 좋아하고, 심지어 파김치도 잘 먹었다. 입맛이 토종 그 자체였던 것! 그런 아이에게 돼지국밥은 소울푸드임이 분명했다. 국밥을 즐겨먹는 탓에 오랜 단골이었던 국밥집에 가면 주인아저씨가 서비스도 팍팍 넣어 주신다. 국밥을 그릇째 들고 들이키는 아이의 모습(마치 집에서 밥을 굶긴 것 마냥, 캬~~ 하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들이키는 모습)이 엄마 아빠는 무척 부끄럽지만, 사장님은 엄청 사랑스럽게 바라봐주신다.    


아들의 이런 국밥 사랑은 일상 속에서 각종 계산 공식에도 적용된다. 워낙 자주 활용하기에 이름도 붙여줬다. '기적의 논리! 국밥 그릇 계산법'이라는 공식이다. 이 공식은 금전적으로 환산하거나, 계산해야 하는 순간 그 어디에도 찰떡으로 대입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오래간만에 옷을 사려고 아웃렛에 가서 트레이닝복을 이리저리 아이 몸에 대어 보면, 가격표를 주섬주섬 뒤져보고선 "이게 얼마야? 이 돈이면 국밥이 몇 그릇이야?"라고 말한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얼마 전에는 마트에서 물건을 살펴보다가 냥이의 캣타워가 50% 이상 세일을 하는 것이었다. 눈여겨봤었는데, 그것도 오늘까지..! 오늘 까지라는 함정에 퐁당퐁당 잘도 빠지는 엄마는 그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고 있고, 아이는 옆을 왔다 갔다 하며 기적의 논리를 또 펼친다. "와... 캣타워 하나 가격이면, 국밥이 몇 그릇이야? 최소 열 그릇..." 계산을 하려는 순간이면 어김없이 국밥 타령을 해대는 아들 녀석 때문에 아주 머리가 지끈지끈 거린다.  


최근에는 함께 서점 나들이를 갔다. 이 책 저 책 살펴보며 사고 싶은 책들을 주섬주섬 챙기고 있는데 옆으로 쓱 아들 녀석이 다가왔다... 느릿느릿하게 입을 열며 "이 돈..."이라고 말하는 순간, 번뜩 아들의 그 입을 막아서며 "아오~ 너 또 국밥 몇 그릇 타령하려고 그러지?"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들은 "헤헤헤. 어떻게 알았지? 이 돈이면 국밥이 몇 그릇이야?"라며 기어이 그 말을 뱉고야 만다. 그놈의 국밥 논리가 얼마나 기적의 논리인지, 그 어떤 순간에도 찰떡으로 어우러져서 다른 논리로 덮어버리거나 막아설 방법도 없었다. 


아이의 국밥 사랑이 계속되는 한, 평생 듣고 살아야 할 것 같은 <기적의 논리! 국밥 그릇 계산법> 혹시나 국밥집 광고주 분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광고 문구 아이템으로 활용해보셨으면 좋겠다. 모델은 공짜로 붙여줄 수도 있다. 아, 그렇지만 기적의 국밥 그릇 계산법도 통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아들에 대한 나의 마음!! 

이 마음을 과연 국밥 몇 그릇으로 계산할 수 있을까?

아마, 국밥 오조 오억 그릇으로도 대처할 순 없을 것이다.

국밥 그릇 계산법이 통하지 않는 엄마의 마음, 

아들 녀석이 이건 언제 알아봐 주려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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