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하길 잘했네
그동안 브런치에서 여러 작가님들의 좋은 소식을 간접적으로 접하며 축하해주었는데, 그 좋은 소식이 나에게도 찾아오다니...
이웃 작가님들의 출간 소식, 구독자 폭발 소식, 포털사이트 메인 등록 소식, 제안 메일 소식 등 여러 기쁜 일들을 글로 접하며 진심으로 축하해주었고 진심으로 부러워했었다. 축하와 부러움. 나에게는 그저 먼 이야기, 꿈같은 이야기들이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 이야기들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었다.
나를 설레게 만들었던 좋은 소식은 '[brunch]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했습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이었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어보니 '강연, 섭외' 목적으로 제안하는 내용이었다. 일이 진행되는 과정이라서 이곳에 모두 다 열거할 순 없지만, 나의 유아교육 개발 경험에 대한 노하우와 관련된 내용의 강연을 제안하는 것이었다.
최근 나의 고민은 내가 있어야 할 자리였다. 매거진에 발행된 이야기들 중에 '세상에 나를 던져보다', '두근거림' 등의 글들을 보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뜻깊고 의미 있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려면 어떤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었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제안 메일을 받았고, 순간 느낌이 왔다.
나는 유아교육이라는 학문을 오랫동안 연구했고, 오랜 시간 동안 그곳에 몸을 담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제는 유아교육이라는 넓고 방대한 학문에서 한 챕터를 잡아 전문적으로 깊이 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 길은 그림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림책 테라피스트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림책 테라피스트가 되어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상상하며 조심스레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 메일을 받는 순간 혼란스러웠다. 이것저것 벌려놓은 일들을 정리하고 한 우물을 깊이 파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방향을 설정하여 한 발짝 움직이고 있었는데 문득 '스스로에 대한 한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유아교육 교사로, 개발자로 살아온 삶도 가치로운 것이고, 누군가에게 나의 업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또한 선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것인데 이것저것을 펼친다는 것에 스스로 피곤함을 느껴서 하나에 집중해보겠다는 판단이 어쩌면 자신의 한계치를 설정해버리고, 다양한 길로 펼쳐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나 기회를 차단해버리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아가야 하는 의미 있는 세상을 스스로 판단하고 정리하는 것도 때론 필요하겠지만, 어쩌면 그것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다가 정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즉, 의도해서 정하기보다 물 흐르듯 흘러가다 보면 정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제안 메일을 통해 하게 된 것이다.
의미 있는 세상과 가치로운 일, 영향력 등을 펼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시간들이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이렇게 깨우침을 던져주는 것으로 보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맞는 말인가 보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는 것은 여러모로 훌륭한 선택이었다. 나에게 브런치라는 공간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설레는 곳이다. 좋은 점이 있으면 안 좋은 점도 물론 있겠지. 여러 작가님들께서 브런치에 대한 분석을 워낙 잘해주시기에 나까지 보탤 필요는 없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브런치는 우리들 내면의 소리를 자유롭게 기록하여 자신의 현재를 들여다보게 만들고, 우리는 브런치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제안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
이것은 아마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니 더욱 그러하다.
내 안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소리를 덤덤히 글로 풀어냈을 뿐인데, 누군가에게는 그 소리가 꽤 의미 있게 다가간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 브런치를 통해 펼쳐질 나의 세상이 무척 궁금하고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