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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akonohime Jun 05. 2020

28. 아빠, 사랑해요.

아빠와의 이별

2020년 2월 7일 (금)


7명이 한 차로 가기 위해 차를 렌트해서 10시쯤 추모 공원으로 출발했다. 추모 공원은 상도동 집에서 차로 1시간 좀 넘게 걸렸다. 다행히 오늘은 날씨가 엊그제 보다는 따뜻했다.


추모 공원 사무실에 도착한 후 나머지 계약 서류를 건넨다.

“엄마, 꽃 사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추모 공원 사무실에서 조화를 살 수 있었다. 엄마는 하얀 장미 다발과 노란색과 흰색이 섞인 카네이션 다발을 골라 값을 치른다. 다음에 올 때는 좀 더 예쁜 꽃으로 준비해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무실에서 나와 차를 타고 묘역으로 올라간다. 가는 길에 수목장 묘역이 보여 엄마한테 말해 줬더니, 평장으로 하기를 잘했다고 한다.

묘역 부근에 주차를 하고 아빠한테 간다.

“여보, 나 왔어.”

엄마가 꽃을 양쪽에 준비되어 있는 화병에 꽂는다. 우리는 그 사이 돗자리를 펴고 제사 음식을 차려 놓는다. 큰 동생을 시작으로 차례로 술과 절을 올린다. 제사 음식은 그 자리에서 식구들끼리 나눠 먹는 거라고 상조 회사 팀장님한테 배웠기 때문에 떡과 과일을 조금씩 나눠 먹는다.

“아빠, 저희 나중에 또 올게요.”

짧은 제사를 마치고 추모 공원 사무실로 내려와 비문 신청을 하고 길을 나선다. 비문은 49재 전에는 준비가 된다고 했다.


“점심시간도 되었으니 근처에서 점심 먹고 가자. 너네들 그동안 고생했으니 엄마가 점심 사줄게.”

우리는 추모 공원에서 추천해 준 근처 고깃집에 가서 정식 메뉴를 주문해 먹었다. 깔끔하고 단정한 음식이어서 입이 짧은 올케도 잘 먹기에 다행이다 싶었다.

“엄마가 아빠 덕에 외식도 하네.”

“그러게 말이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작은 동생네 부부는 화장실 청소를 시작한다. 아침에 출발하기 전에 세제를 뿌려 놓고 나왔다고 한다. 내일 호주로 돌아가기 전 엄마 일을 하나라도 덜어주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느껴져 고마웠다.

잠시 후에는 올케의 언니가 그동안 돌보고 있던 동생네 애들을 엄마네 집 근처로 데려다주었다. 어린아이들이 오니 집에 활기가 느껴졌다.

“시현이 한국에 와서 맛있는 거 뭐 먹었어?”

“짜장면요.”

“오늘 저녁은 뭐 먹고 싶어?”

“짜장면요.”

동생네 아이들 덕에 모처럼 다 같이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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