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가 자라는 소리를 들어 봐

행복에 대한 고찰

by 연은미 작가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행복' 참으로 쉽게 쓰는 단어이다.


행복이란 단어만큼 일상에서 많이 쓰는 단어가 있을까? 때로 너무 깊이감 없이 남발해 상투적인 면도 있지만 행복은 우리가 일생을 거쳐 추구하는 큰 단어임에는 분명하다.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불만이다.'라는 글을 어딘가에서 읽고 공감하며 노트에 적어두었다.

불만은 내 기준에 도달하지 못해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면 불만스럽지 않은 만족스러운 상태, 충만한 상태를 행복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행복은 정확히 무슨 뜻일까 궁금해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행복(幸福)

1 복된 좋은 운수. 행복이 가득하다.

2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행복에 젖다.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한 상태가 행복이라고 한다. 행복은 거창하고 화려한 것이 아니다. 파랑새를 찾아 온갖 세상을 돌고 돌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 틸틸과 미틸은 집 뒤뜰에서 파랑새를 발견한다. 충만한 상태가 되려면 판단하는 마음을 비우고 사람은 누구나 부족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감사하고 나다움을 드러내는 것이다.


한 때 김연자 님의 <아모르파티>가 인기를 끌었다. 그냥 흥이 나는 독특한 곡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독일철학자 니체가 한 말이었다. 뜻을 읽어보았다. 가슴에 훅 하고 바람 한줄기가 파고들었다.


아모르파티
있는 그대로 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 견디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
그것도 힘껏 사랑하는 것.
-프리드리히 니체-


엄청난 의미를 가진 단어였다. 있는 그대로 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니, 어떤 상황이라도 견디는 것이 아니라 힘껏 사랑하겠다니, 이렇게 적극적인 선택으로 오늘을 마주한다면 작은 것 하나에도 가슴이 차오르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오늘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


첫 번째 불확실성을 환영해야 한다.

새벽에 읽는 글, 마음을 채운 생각은 하루를 잘 살 수 있는 자양분이 되지만 생각지 못한 상황에 순식간에 무너질 때가 많다. 한마디로 밴댕이 소갈딱지가 된다.

사람마다 '이 정도는 상식'이라고 하는 기준이 너무나 다르다. 나에게는 상식이라고 세운 기준이 타인에게는 상식이 아닐 때 답답하고 억울하다. 나도 모르게 세운 기준에 맞추어 예측을 하고 그대로 되지 않을 때 화가 난다.

신일숙 선생님의 레전드 만화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명구절이 생각난다.

"인생은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가진다. "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그게 당연하다. 불확실성을 환영하자.


두 번째 타인과 비교를 하지 않아야 한다.

비교를 하는 순간 불행이 시작된다. 우월성은 타인에게 향하는 칼날이고 수치심은 나를 향하는 칼날이다.

둘 다 아프다. 남을 아프게 하거나 나를 아프게 하는 게 비교다. 잘하는 사람과 비교하고 잘 사는 사람과 비교하면 내가 참 초라하게 느껴진다. 알면서도 그럴 때가 있다. 그러면 우울감에 활력이 떨어진다.

비교금지! 어제의 나와 비교하자. 5%만 해내자.


세 번째 상황이 아니라 해석을 달리 한다.

같은 길을 가는 데 누군가는 행복한 꽃밭을 거닐고, 누군가는 가시밭길을 거닌다.

우리가 성인이 아닌 다음에야 즐거우면 웃음이 나오고 힘들면 찡그려진다. 남의 아픔보다 내 손 끝 가시가 더 아픈 법이다. 하지만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거다. 기쁠 때 웃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힘들 때 웃는 건 의지의 문제다. 나는 오늘 행복을 선택하겠다.


행복은 일상 속에 있다. 발견하는 것은 자기 몫이다.



신이여, 바라옵건대

제게 바꾸지 못하는 일을 받아들이는 차분함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와

그 차이를 늘 구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니버의 기도-



그럼 현재 나는 행복한가?

행복하다. 내 행복의 커트라인은 높지 않다.

내 세계를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지금이 행복하다.

자아발전을 위해 시간을 쓸 수 있고 일할 수 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내 옆에 있다.

열심히 자기 비전을 위해 노력하는 남편이 있다.

목표를 향해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풍경을 놓친다.

경험하는 과정이 삶의 전부라 생각하기에 살피면서 즐기면서 살고 싶다.



몇 년 전 한참 박웅현 저자에게 빠져 책과 영상을 몰아보던 때가 있었다. 그의 카리스마와 디테일, 세심함이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가 소개한 건 뭐든지 멋져 보였다. <나는 도끼다> 책에서, 영상으로 보고 알게 된 <splendor in the grass> 노래는 딱 내 스타일이었다. 그 뒤로 좋아하는 노래 best 1을 차지하고 있는 곡이다. 바쁜 일상 속 잠시 쉼표를 찍고 싶을 때 노래를 틀어놓고 눈을 감으면 숨이 크게 쉬어지고 호흡이 차분해진다.


Life is moving oh so fast

인생은 너무 빨리 흘러

I think we should take it slow

살아가는 속도를 늦춰야 할 것 같아

rest our heads upon the grass

잔디에 머리를 기대고 누워서

and listen to it grow

잔디가 자라나는 소리를 들어봐

-핑크 마티니 Splendor in the Grass 중에서-


잔디가 자라는 소리를 들려주는 그림쟁이가 되고 싶다. 그림으로, 글로, 또 다른 기록물로 사람들에게 잠자고 있는 영감을 깨우는 작가가 되고 싶다. 거창하지 않은 소소한 일상이 다 스토리고 예술임을 알려주고 싶다. 나한테 있는 재료로 나다운 하루를 만들면 된다. 그게 바로 내 세상이니까.



나에게 행복이란 일상의 디테일을 발견하는 것

나에게 행복이란 나다움을 드러내는 것

나에게 행복이란 있는 그대로 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

나에게 행복이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행복 #감성에세이 #미야툰 #연은미 #아모르파티 #니체 #그림에세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들아, 걷는 사람, 하정우처럼 크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