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눈이 내린다. 아침 운동을 나가니 눈이 쌓이기 시작한다. 횡단보도 앞에 도착했다. 맞은편 신호등 앞에 서 있는 경비원 아저씨가 염화칼륨이 든 포대를 수레에 끌며 뿌리고 있다. 바닥에는 하얀 알갱이가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다. 경비원 아저씨를 지나쳐 아파트 사잇길로 들어오니 아파트 현관 모퉁이를 쓸고 있는 아주머니가 보인다. 시야를 멀리하니 저 끝부터 사람이 다닐 수 있는 폭만큼 빗질이 되어 있다. 그 위로 또 소복소복 눈이 쌓인다. 저렇게 고생하면서 쓸었는데 또 눈이 오네. 운동한다고 나온 나도 발이 시리고 장갑을 낀 손도 꽁꽁 어는데 얼마나 힘드실까. 세상 당연하게 누리는 건 없다. 누군가는 이 경비원과 아주머니 덕분에 미끄러져 다치는 사고를 면할 것이다. 신의 은총이 개개인의 선한 행동을 통해 내려지는 것 같다.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 베란다를 내려다보면 고요한 어둠 속 경비초소의 노르스름한 불빛이 적막을 깬다. 경비원을 볼때면 15년 동안 아파트 경비를 했던 아빠가 생각난다. 분리수거를 거드는 손길을 볼 때나 악취 나는 음식물 통을 씻는 모습을 보면 이 분도 누군가의 아빠겠지 싶다. 아빠도 이런 일을 했겠구나. 내게 아빠는 처음부터 아빠일 뿐 사회 속 모습은 모르는 부분이 훨씬 많다.
젊은 시절 농사를 잘 지어 여기저기 불러 다니며 도와줬다는 이야기를 엄마한테 들었다. 군대 제대 후 할머니까지 돌아가시고 혼자되었을 때 친척 형들을 따라 배우기 시작한 상판일도 곧 누구보다 잘해서 다들 엄지를 치켜세웠단다. 회사 다닐 때 후임들 일 가르칠 때 무섭고 엄했다고도 한다. 아빠는 친구들과 있을 때는 어떤 표정으로 무슨 이야기를 할까.
작년 언니네와 가족 캠핑을 갔을 때 아빠와 함께 쓰레기와 각종 박스를 분리수거하러 갔는데 커다란 수거통에 접지 않고 쌓아놓은 부피 큰 박스들이 가득 차 있었다. 나도 그냥 박스를 위에 얹으려고 하니 아빠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며 착착 발로 눌러 접어서 올린다. "우아~아빠, 15년 경비 경력이 다르네요! 히힛" 내가 농담처럼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 남자가 큰 박스를 양팔로 안고 뒤뚱거리며 도착했다. 박스를 내려놓은 그 사람은 아빠가 박스를 정리해서 버리는 걸 보더니 그냥 놔두고 가기 눈치가 보였는지 똑같이 상자를 접어서 버리는 것이었다. 아, 아빠의 사소한 행위가 누군가의 길잡이가 되는구나. 사소한 행위가 누군가에게 방향 역할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긴 생각 없이 담배꽁초 하나를 버리면 다음 사람도 그다음 사람도 쉽게 그곳에 담배꽁초를 버린다. 편의점 앞에 각종 먹고 남은 음료수병, 쓰레기가 쌓인 걸 본 적이 있다. 시작은 누군가의 음료수 한 병이었을 거다. 누가 보고 있지 않아도 작은 것을 잘 지켜 다른 사람에게 좋은 방향이 되어주면 좋겠다.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며 아파트를 한 바퀴 돌 즈음 처음 횡단보도에서 만났던 경비원 아저씨를 다시 마주쳤다. 아저씨는 홀쭉해진 염화칼륨을 묵묵히 뿌리고 있었다. 또 한 번 아저씨와 교차하며 마음속으로 감사 인사를 했다.
경비원 아저씨, 환경미화 아주머니 눈 오늘 추운 날에 길이 미끄럽지 않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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