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과 달리기의 공통점

죽을 것 같이 숨이 차는데 죽지 않는다

by 연은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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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 얼굴이 들어갈 때 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옆으로 내밀 때 재빨리 숨을 뱉는다. 양 팔꿈치를 번갈아 뒤로 젖혔다 들어 올려 앞을 가르기를 반복한다. 숨이 차오른다. 머리가 어지럽다. 쉴 새 없이 휘젓는 다리가 점점 무거워진다. 상체에 힘이 들어가면 다리가 상대적으로 가라앉아 물속에 잠긴 상태가 되어 물장구를 쳐도 물의 저항을 받아 힘이 두 배로 든다. 알지만 상체에 힘이 들어가 자꾸만 상체가 들린다. 아직 라인 끝은 멀었다. 이제 그만 영법 자세를 풀어 멈추고 싶지만 뒤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수강생이 따라붙는다. 내 속도가 느려지만 뒷 사람 머리와 내 다리가 부딪힐 수 있다. 길을 방해하는 동료는 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으로 힘을 낸다. 숨이 차서 이제 더 이상 못 갈 것 같지만 조금 더 참고 앞으로 나아간다. 끝이 보인다. 벽에 달라붙어 잠시 쉬고 싶지만 손바닥ㅇ을 벽을 살짝 대고 발로 벽을 밀면서 출발했던 지점으로 돌아간다. 약간 차분해지던 숨이 다시 가빠진다. 물소리와 내 호흡만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같다. 이제 포기하기에는 늦었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골인이다. 앞 서 출발한 강습생들이 하나 둘 도착해서 가드에 매달려 있다. 드디어 출발 라인에 도착해서 수경을 벗고 숨을 가쁘게 몰아쉰다. 처음 들어올 때 차갑게 느껴졌던 물이 더 이상 차지 않다. 곧 다양한 영법을 배우며 출발하고 도착하기를 수차례 반복한다. 홀깃 시계를 본다. 처음에 그렇게 안 가던 시간이 어느새 50분이 다 되었다. 수영을 끝내고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면서 생각한다. 한 시간 동안 이렇게 숨 가쁘게 몰아치다니. 나이 먹고 한 시간을 온전히 집중해서 현재에 머무른 적이 있었던가. 수영은 꾀를 부릴 수 없는 강도 높은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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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차오른다. 머리가 어지럽다. 목과 이마 속으로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숨을 가쁘게 몰아쉰다. 심장이 빨리 뛴다. 허벅지 위쪽으로 근육이 뭉치는 느낌, 따끔따끔하다. 발가락 끝에 쥐가 났다 풀릴 때처럼 차가운 기운에 뜨거운 열기가 섞인다. 가슴과 겨드랑이도 축축하다. 방금 전에 나는 아침운동을 하고 계단 12층을 올라왔다. 계단 마지막 12층을 찍고 나면 숨이 거칠어진다. 계단을 오를 때 나도 모르게 미세한 발의 무게에 따라 허벅지 근육 뻐근함이 달라짐을 느낀다. 양쪽 무게가 고르게 실리지 않는다는 것을 계단을 오르면서 인식한다. 의식적으로 발의 무게를 바꿔본다. 역시 힘을 준 쪽 허벅지가 당기기 시작한다. 계단을 오르기 전 아파트 두 바퀴를 돌았다. 빠른 경보로 걷다가 몇 곳의 지점에 다다르면 뛴다. 걸을 때는 상관없던 안경이 뛸 때는 무진장 불편하고 거슬린다. 뛸 때마다 안경이 코 아래로 흘러내린다. 안경을 접어 주머니에 넣는다. 얼굴에 걸릴 게 없는 이 자유로움, 앞이 뿌옇게 보이니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 내 호흡에 더 집중한다. 만족스럽다. 아이들 방학이라 평소보다 운동시간이 늦어진다. 8시 20분, 더 늦으면 가기 싫은 마음이 잠식하기에 경계하며 현관문을 연다. 예전에는 거의 걸었는데 걷기와 달리기를 함께 하면서 운동하는 시간이 짧아졌다. 운동을 하고 계단을 올라온 시간 9시 5분. 성공이다. 나이 들어 이렇게 숨 가쁘게 뛰어본 적이 별로 없다. 횡단보도가 초록불이 바뀌면 뛰기 시작해서 300미터 정도 뛰면서 코너 돌기 전까지는 뛰자고 마음먹는다. 거리로 치면 300미터 정도 되려나. 200미터 정도 지나면 발이 무겁다. 저질체력! 500미터도 못 달려 다리가 무거워지는데 5킬로 마라톤을 어떻게 뛰지? 6년 전에 해 봤지만 그땐 그만큼 젊었잖아. 다시 할 수 있을까? 내일은 300미터에서 50미터만큼 더 달려보자. 아니 10미터만 추가하자.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폐활량을 올리다 보면 아파트 반바퀴를 뛸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10미터씩만 늘리면 언젠가 한 바퀴를 완주하는 날도 올 것이다. 그날은 나를 위해 큰 한 턱을 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수영과 달리기 둘 다 해보니 공통점이 있다.

딴생각을 할 수가 없다. 중간에 서고 싶다.

죽을 것 같이 숨이 차는데 죽지 않는다.

숨이 차 죽을 것 같은 순간을 넘어가야 폐활량이 는다.

조금만 더 참고 가면 결국은 끝에 닿는다.

내 숨소리만 크게 들린다.

남은 안 힘든 것 같고 나만 무지하게 힘든 것 같다.

숨이 찬 만큼 힘이 쌓인다.

몸의 근육량이 많은 사람이 지구력이 좋다.

혼자만의 싸움이다.

시간을 쓰고 나면 뿌듯하다.

그리고 둘 다 단단한 허리 힘으로 힘든 시간을 보상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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