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있고 싶은 날

by 연은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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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아니, 머리를 쓰고 싶지 않다. 이런 날은 손 끝으로 끄적끄적 그림을 그리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무척 귀찮아진다. 정신노동을 하고 싶지 않다. 이런 날은 하루종일 대청소를 하면서 단순하게 몸을 움직이고 싶다. 아침운동을 다녀와서 창문을 연다. 산들산들 따뜻한 바람이 들어온다. 원미산에 가고 싶다. 원미산은 산책하며 걷기 좋은 작은 산이다. 흙을 밟으며 땅의 정기를 듬뿍 받고 싶다.

원미산에 간지 오래되었다. 아니, 주말에 나들이를 간 지 오래되었다. 마감기간이 되면 생활이 무척 단순해진다. 가장 중요한 몇 가지만 남기고 나머진 스탑이다. 마감에 집중하면서 에너지를 아낀다. 평일과 주말의 경계도 없어진다.


아이들이 개학을 해서 아드레날린을 방출하며 신나 하던 게 엊그제인데 오늘은 왜 아침부터 바이오리듬이 하강곡선을 그리는 거지? 하루일상이 단순해서 무료해진 건가? 플래너에 생각나는 것을 다 적어본다. 가장 먼저 이 다이어리! 마음먹고 시작한 먼슬리 다이어리에 점점 공백이 많아지고 있다. 기분이 별로다. 인스타도, 일상툰도 점점 리듬을 잃은 것도 별로다. 일하면서 자꾸 드라마를 보는 것도 별로다. 계획만큼, 다짐만큼 실하지 않은 하루가 별로다. 그렇다. 우울한 이유는 오늘의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다. 어제보다 후퇴한 것 같은 기분. 남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나하고 비교하라는데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마음에 안 들 때는 어떡하지?


머리가 묵직하게 무겁다. 피곤하고 잠이 온다. 어제 조금 늦게 자서 5시간 자고 일어났다. 아, 어쩌면 내 우울의 50%는 잠부족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푹 자고 일어나면 기운이 솟을지도 모른다. 운동을 하고 와서 목욕을 하고 푹 자기로 했다. 그냥 자고 싶었지만 목욕을 했다. 목욕을 하니 잠이 깨버렸다. 오전 일을 조금 하고 점심을 챙겨 먹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1시간 30분 꿀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꽤 길게 자고 일어났는데 아직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믹스커피를 마실까 하다 저녁 잠에 방해가 되면 안 되기에 주스 한 팩에 빨대를 꽂아 쭉쭉 빨아 마시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 회고록 몇 장을 읽는다. 일하기 위한 시동을 건 다음 책상에 앉는다. 아침보다 훨씬 산뜻한 기분으로 일을 시작한다. 역시 고민의 50프로는 잠만 잘 자도 해결된다는 말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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